대만 다녀온 펠로시에 바이든 "역시 한다면 하는 분"

김태훈 2022. 8. 1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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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순방 성과 홍보하는 기자회견 열어
펠로시, 판문점 JSA 방문 등 성과로 내세워
"미군이 대만 방문 반대? 전혀 기억 안 나"
논란이 많았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 정가에 복귀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연일 자신이 거둔 외교적 성과를 홍보하며 ‘미 행정부와 아무런 갈등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이틀 연속으로 자리를 함께하며 ‘둘의 관계는 아주 좋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런 펠로시 의장을 향해 바이든 대통령도 “한다면 하는 분”이란 찬사를 보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참전용사 의료지원법 서명식에 참석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오른쪽)이 조 바이든 대통령 바로 옆에 서서 대화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판문점 JSA 방문 등 성과로 내세운 펠로시

펠로시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주 아시아 순방(1∼5일)에서 거둔 외교적 성과를 홍보하는 자리였다. 이 기간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한국 그리고 일본을 차례로 찾았다. 특히 한국에선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첨예하는 대치하는 곳이자 자유 진영의 최전선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방문한 것이 큰 화제가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펠로시 의장은 동료 하원의원들과 함께 JSA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꽤 오랫동안 영상으로 보여주며 자신의 방한이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들 관심은 그가 애초 예정에 없었던 대만을 방문해 1박2일 일정을 소화한 점에 집중됐다. 중국이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겼다며 펠로시 의장, 그리고 미국 정부를 맹비난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은 군용기와 함정을 대거 동원해 대만해협 일대에서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켰다. 펠로시 의장이 떠난 지금도 대만 주변에선 군사훈련이란 명목 아래 대만을 겁박하려는 중국의 무력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자연히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반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軍)은 대만 방문을 반대했다고 하던데 강행한 이유가 무엇이냐’ 등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펠로시 의장은 “우리가 대만에 간 목적은 우리가 (대만을 둘러싼) 현상유지에 기반한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의 대만 고립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막을 수 있지만, 우리(미 하원의원들)가 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10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의회 의사당에서 최근 아시아 순방을 통해 거둔 성과를 홍보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 뒤의 화면에 그가 동료 하원의들과 함께 한국 판문점을 방문했을 때 찍은 기념사진이 띄워져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미군이 대만 방문 반대? 전혀 기억 안 나"

군의 우려와 만류에도 대만 방문을 강행함으로써 백악관, 국방부 등 행정부와 ‘엇박자’를 빚었다는 지적에는 “미 국방부가 내게 ‘대만을 방문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고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했다. 펠로시 의장은 “군이 우리에게 가지 말라고 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한다”며 “우리 군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되레 군을 격려했다.

다만 ‘여당 소속 하원의장으로서 백악관과 손발이 잘 안 맞는다’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펠로시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사이가 전혀 나쁘지 않다는 점을 연일 과시하는 모습이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참전용사 의료지원법 서명식에 참석한 펠로시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 바로 곁에서 웃으며 말을 거는 장면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전날에는 중국 견제를 위한 반도체산업 육성법 서명식에 역시 백악관 초청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이틀 연속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반도체법의 의회 통과에 힘쓴 펠로시 의장한테 각별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을 향해 “의장님은 항상 일을 해낸다”(you always get it done)며 “무슨 어려움이 닥쳐도 해낸다”(Come hell or highwater, you get it done)고 칭찬했다. 이는 의회에서 반도체법 입법을 밀어붙여 결국 성사시킨 것을 두고 한 발언이지만 달리 해석될 여지도 있다. 중국은 군대를 앞세워 반발하고 미국 국내 일각에서도 우려를 표시하는 가운데 대만 방문을 기어이 강행한 점을 두고 그 용기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말을 했을 때 청중 사이에선 박수가 터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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