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life 제842호 (22.08.16) BOOK
▶빙하는 눈물이 경고하는 지구의 위기 『빙하여 안녕』
소녀가 탐험가와 빙하학자로 자란 건 운명이었다. 케임브리지대 지리학부에 입학해 20살에 알프스에서 난생처음 빙하를 마주했다. 희고 거대한 얼음을 쫓아 20년을 연구하고 25회 이상 빙하 원정대를 이끈 끝에 39세에 영국 브리스톨대 빙하학 교수가 됐다. 이 책은 기후 위기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빙하학자의 경이로운 지구 탐험기다. 빙하 탐험은 목숨을 건 여행이다. 질척한 땅과 얼음 절벽과 험난한 바위산을 수십kg 배낭을 메고 이동하며, 얼음물에 머리를 감고 먹이를 찾아온 북극곰에 경고사격을 해야 한다.
빙하 얼음은 흔히 글레이셔 블루라 부르는 푸른색을 띤다.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압축되면서 기포가 모조리 빠져나간 얼음이 흡수하지 못하는 색 하나가 바로 파란색이기 때문이다. 숲은 초록색을 반사하고 눈은 모든 것을 반사해 흰색을 띈다. 그런가 하면 빙하빙(氷)은 단순 구조의 얼음덩어리가 아니다. 물분자 결정 사이로 고농도의 염분에 의한 얼지 않는 물이 흐르는 수로가 만들어진다. 빙하의 유동은 거대한 자신의 무게에 눌려 얼음 결정이 변형되면서 강처럼 산비탈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이다.
지표면의 10%를 차지하고 지구 담수의 70%를 품은 빙하는 우리 행성에서 가장 민감하고 동적인 자연이다. 대기 중 탄소 농도가 높아지거나, 지구의 공전에도 반응한다. 유럽, 남극 등을 뒤덮은 빙상의 높낮이에 따라 빙하기를 거칠 때마다 해수면은 100m 이상 오르내렸다. 수백만 년에 걸쳐 땅속에 화석화된 고대의 탄소는 지난 수십 년간 온난화로 급속하게 대기로 분출되고 있다. 금세기말 지구 온도가 3도 이상 오른다면 빙하의 용융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빨라질 수 있다. 통념과 달리 빙하지대는 폐쇄적인 불모지가 아니다. 높은 산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보전하는 열대 지방 빙하가 있는가 하면, 청록색으로 신비로운 빙하도 있다. 계절마다 속도와 덩치가 변한다.
이 책이 소개하는 ‘곰들의 세상’ 북극 스발바르 제도, 영국의 기후를 바꾸는 그린란드, ‘제3의 극지’로 불리는 아시아의 히말라야산맥, ‘천개의 호수’를 품은 남아메리카의 파타고니아, ‘지구 최대의 빙상’ 남극대륙이 지구를 대표하는 빙하지대다.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건 빙하가 그저 움직이는 얼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빙하는 생명이 살지 못하는 얼음결정체가 아니라, 미생물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사투하는 곳이다. 빙하가 녹아내리면 바다로 흘러드는 담수의 양을 늘리고 해류의 흐름이 바뀌어 유럽에 혹한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융빙수의 강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 그곳의 생물군과 해류, 기후까지 바꿔놓는다.
인간과 빙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류의 모든 사람은 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저자는 빙하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은 글로벌 팬데믹의 영향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또 빙하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고 ‘빙하의 눈물’을 통해 호소한다.
▶‘권모술수’ 권민우와 닮은 젊은 세대의 분노 『공정 이후의 세계』
저자에 따르면 능력주의가 만능이라는 의견은 위험하다. 한국에서의 능력주의는 내가 투입한 땀에 비례해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등가교환의 원칙’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공정은 착각에 불과하다. 사회적으로 공고한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전혀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공정이 어떻게 능력주의와 만나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누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지 치밀하게 분석하면서 ‘공정 이후의 세계’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저자는 “공정 그 자체에는 죄가 없다”면서 공정 열풍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가치로 ‘정의’를 제시한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2호 (22.08.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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