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수 그늘 아래 서면..내 마음의 나무 한 그루

2022. 8. 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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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나무 천국이다. 동네마다 산이 있고 숲으로 빽빽하다. 모든 나무는 묵묵히 살아간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 자리에서 수백 년을 살기도 한다. 그 많은 나무 가운데에서 온 국민이 사랑하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꼭 내 마음에 들어온 나무도 있다. 그 나무를 만나 대화를 나눠 보았는가.

▶보호수라고 다 같은 보호수가 아니다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나무는 제주도 비자림에 있는 1055번 비자나무이다. 비자림에는 나이 1000년을 향해 가는 밀레니엄 비자나무가 있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내가 1055번 비자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잘 생겼기 때문이다. 희한하게도 이 나무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인사를 하게 된다. 소원도 빈다. 오래된 나무란 그런 존재다. 사람들은 나무를 그냥 자연의 일부이자 지구 식물의 주인쯤으로 여기지만, 그 나이를 생각해보면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생각 없는 식물일 뿐이라고? 그렇지 않다. 일례로 사람들은 피톤치드를 통해 심신의 위안을 받는다. 사실 그 피톤치드는 나무가 외부 환경의 무작위적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백신이다. 제주도 비자림의 경우 천연 숲으로 지정된 곳이다. 비자림을 천연 숲으로 만든 주인공 비자나무와, 그 외에도 곰솔나무 등 기타 나무들도 살고 있다. 나무들은 이 숲을 자신들의 왕국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을까? 그 과정에서 이곳이 비자림이 된 것은 사람이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전쟁의 결과이다. 나무도 종족 보존과 번성을 위해 숲의 모든 자원을 활용한다. 그런 싸움의 결과가 매일 구름 같은 여행자들을 끌어모으고, 인간이 체계적 관리를 하도록 만든 국보급 숲 비자림인 것이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가면 대부분 커다란 나무 한두 그루씩 있다. 대부분 마을 사람들, 또는 여행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나무들이다. 보호수라도 다 똑같은 보호수가 아니다. 그 성격에 따라 10가지로 나뉘는데, 그냥 오래 산 나무는 노목이라 지정한다. 유난히 덩치가 큰 나무는 거목, 희소가치가 높은 나무는 희귀목으로 불린다. 역사적 스토리나 왕족, 성현이 심은 나무는 명목, 왕족이나 귀족이 심지는 않았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보목, 그리고 당산목은 나무 앞에 서면 저절로 기도하게 되는 나무를 뜻한다. 향교, 서원, 정자 등에서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는 정자목이다. 방풍, 안전을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심은 나무는 호안목, 기괴한 모양을 한 기형목, 주변 경관을 멋지게 살려주는 풍치목 등이 있다.

마음속에 나무 몇 그루 넣어두고 사는 것도 좋은 일이다. 동네 뒷산의 팽나무, 마을 입구의 느티나무, 울진 숲 금강송, 용문사 단풍나무 등 검색해 보면 먼 곳에 사는 친구처럼 다가오는 나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들을 마음의 친구로 꼭 둘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보호수를 주목하는 이유는 있다. 보호수는 하루아침에 인간들의 필요에 의해 자리를 내주거나 느닷없이 사라지는 일은 적어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 나무가 마음속에 들어온다면 먼저 그 나무의 역사를 공부하고, 때때로 찾아가 말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나무와 무슨 대화를 하냐고? 나무와의 대화는 나무의 질문과 대답마저 나의 상상력 안에서 창작되고, 그 과정에서 삶의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최소한 SNS 속 의미 없이 오고 가는 메시지보다 훨씬 영양가 있지 않을까.

무더위에 심신이 지친 요즘, 1055번 비자나무가 몹시 보고 싶다. 그의 앞에 서서 ‘힘내고 행복해지자’ 중얼거리고 싶어진다.

[글과 사진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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