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 감성에 눈을 떠봐..스크린에 뜬 구 오빠들

이승연 2022. 8. 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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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구 오빠들이 돌아왔다. 친절한 톰 아저씨가 다시금 ‘오빠’가 되는 ‘탑건: 매버릭’부터, 청춘의 아이콘에서 ‘청담 부부’로 거듭난 이정재, 정우성의 23년 만의 연기합이 반가워지는 ‘헌트’까지. 지금 우리가 8090 시대를 주름잡던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멋진 건 크게 보라고 했어요, 전설들의 스크린 컴백

“OTT가 익숙한 요즘 영화관이 없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 이 같은 찬사를 받는 영화가 있다. 최근 액션 영화의 바이블로 자리하며 CG 등이 주력이 된 스크린 세대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잔뜩 뿌린 영화 ‘탑건: 매버릭’이다. 722만 관객(기사 작성일 8월4일 기준)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한 외국 작품 중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한 ‘탑건: 매버릭’은, 교관으로 컴백한 최고의 파일럿 ‘매버릭’(톰 크루즈)과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미션에 투입되는 새로운 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다. 영화 ‘탑건’(1986)의 속편, ‘탑건: 매버릭’을 통해 제작자와 주연으로 나선 톰 크루즈는 다시금 ‘전설의 귀환’을 알렸다. 톰 크루즈는 올해 한국 나이로 보자면 만 60세로 어느덧 환갑이 됐지만, 이번 영화를 선보인 계기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어김없이 증명해냈다. 심지어 젊은 세대에겐 ‘로망’으로 거듭났을 정도. 현재 ‘탑건’이 ‘N차 관람러’, ‘탑친자’(탑건에 미친 자) 등 팬덤을 양산해내며 신드롬이 된 이유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자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탑건’의 주인공 매버릭의 매력적인 미소에는 어느덧 시간의 중후함까지 섞여 있었다는 평이다.
▲ 영화 ‘탑건: 매버릭’(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톰 크루즈는 임하는 영화마다 스턴트 없이 직접 액션에 임하는 배우다. 이번 ‘탑건: 매버릭’에 등장하는 다양한 항공 액션도 모두 직접 소화했다. 전편 ‘탑건’에 톰 크루즈, 발 킬머, 맥 라이언 등 당시의 라이징 스타들이 참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탑건: 매버릭’에도 현재 할리우드의 라이징 스타들로 구성돼 있다. 톰 크루즈와 배우들은 각각 전설의 교관, 현 세대의 파일럿 역할로 만나면서 전체가 모두 항공 학교에 입소, 극한의 트레이닝을 견뎌낸 것으로 알려졌다. CG 없이 긴장감 넘치는 전투기 조종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톰 크루즈는 고강도 비행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전문 조종사들과 함께 후배 배우들의 멘토로서 활동했다는 열정 어린 제작 후문이 뭇 세대들을 감격하게 한다. 또 하나의 인기 요인은 ‘탑건: 매버릭’이 올드 팬들뿐만 아니라 현재 2030 젊은 세대들도 아날로그적 감성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이다. 영화 속 각종 비행 장면들, 특히 F14와 5세대 전투기의 대결 장면과 같은 항공 액션은 생생한 현장감으로 젊은 세대를 열광시킨다. ‘언젠가 파일럿은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상관에게 ‘그럴 수 있겠지만, 오늘은 아닙니다(Not Today)’라고 답하는 매버릭(톰 크루즈)의 대사처럼, 영화는 사람의 숙련됨과 열정만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탑건: 매버릭’에는 ‘탑건’을 오마주하는 장면들이 상당 수 있어 오랜 팬들에겐 향수를 선사, 젊은 세대에겐 전작까지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소품, 대사, 장소뿐만 아니라 활주로를 달리는 바이크 장면이나, ‘Danger Zone’, ‘Great Balls of Fire’ 등 ‘탑건’ 대표 OST도 삽입돼 있다. 현재 그 뒤를 잇는 ‘탑건: 매버릭’ OST ‘One Republic-I Ain’t Worried’는 단연 요즘 세대에게 ‘지금 들어야 할 여름 팝송’ 중 하나다. 노을 진 해변에서 팀원들이 볼 매치를 하는 장면에 삽입된 이 노래는 최근 자신에게 심취하기 좋은 ‘과몰입 띵곡’으로 꼽힌다. 유튜브에서 1시간 듣기로 편집한 영상엔 ‘달릴 때 듣기 좋은 음악’, ‘운동할 때 듣는 BGM’이라는 후기가 올라오며, ‘탑건’ 특유의 감성에 공감했음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영화는 구 시대의 유물이 아니다. 전편의 감성을 떠올리게 하되, 매버릭이란 인물의 서사를 완성시키는 차별적인 전개로 현 세대 영화의 볼거리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 영화 ‘탑건’(사진 리틀빅픽처스)
무엇보다, 톰 크루즈의 한국 사랑, 팬 서비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난 6월 ‘탑건: 매버릭’ 홍보를 위해 10번째 내한을 통해 ‘친절한 톰 아저씨’, ‘한잘알(한국 잘 아는) 헐리웃 배우’라는 별명을 증명한 톰 크루즈. 그는 “매번 저에게 보여주신 친절함에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항상 저의 방문을 편안하고, 매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줬다”고 밝히며 ‘탑건: 매버릭’뿐만 아니라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청담 부부’, ‘찐 깐부’의 23년 만의 스크린 만남

“우린 깐부잖아.” 진정한 깐부(놀이를 할 때 짝꿍, 같은 편)가 돌아왔다. 영화 ‘태양은 없다’(1999) 이후로 23년 만에 합을 맞춘다는 소식에 일찌감치 팬들의 기대감을 높인 이정재, 정우성 주연 영화 ‘헌트’ 이야기다. 영화는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로, 8월10일 개봉 전 공개된 공식 예고편에서는 저격 위기 속에 대통령의 방문을 다급하게 막는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1980년대 대한민국. 안기부 요원 해외팀 차장 박평호와 국내팀 차장 김정도는 조직 내 침투한 스파이 ‘동림’의 존재를 알게 되고, 동림을 찾지 못하면 한국 대통령 암살과 동시에 본인이 타깃이 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두 팀에게 하나의 임무가 주어지지만, 팀은 서로를 표적으로 간주한다. 두 팀의 수사 과정은 사냥감이 아닌 사냥꾼이 되기 위해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력을 지닌 박평호와,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며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는 김정도. 이를 연기하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한 화면에 잡히는 모습만으로 보는 이들을 순식간에 압도한다.

영화 ‘태양은 없다’ 스틸컷
1990년작 ‘태양은 없다’. 전문 복서로 활동하지만 경기에서의 충격적인 패배 이후 심부름 센터에서 일하게 된 도철(정우성)과, 심부름 센터에서의 선배이자 도박판을 전전하며 한방을 노리는 인물 홍기(이정재). 하는 일마다 뭐든 안 풀리지만, 결국 내일을 나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표현하며 이정재와 정우성은 ‘청춘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특히 ‘Love Potion No.9’, ‘Let�칢 Twist Again’ 등의 노래를 듣자마자 곧바로 바다와 건물 옥상에서 해를 바라보는 장면과,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는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 때문에 ‘헌트’에서 23년 만에 만난 두 배우 사이의 우정 어린 투샷을 다시금 기대했다면 조금 아쉬움이 남을 수 있겠다. 영화는 배경이 되는 1980년대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픽션을 다루며 전체적으로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도심을 가로지르며 펼치는 카체이싱과 총격전 등 액션 신이 난무하고, 서로를 스파이로 의심하며 좇는 심리전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헌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 반열에 올라선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정재는 4년간 각본 작업부터 연출, 연기까지 소화해내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작은 디테일을 어떻게 하면 더 얹고, 얹고, 또 얹어서 깊이감을 만들까” 거듭 고민했다는 이정재의 연출과 연기, “박평호(이정재)의 눈빛을 받으며, 김정도의 눈빛을 어떻게 감추고 볼지” 캐릭터를 연구했다는 정우성의 표현력, 그 밖에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연기합이 더해지며 영화는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됐다.
▲ 영화 ‘헌트’(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이정재, 정우성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는 이정재-정우성의 케미스트리 넘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최근 각종 예능 등에서 영화 홍보에 나선 두 배우의 투샷을 통해서 아쉬움을 달래보자. 이 둘은 앞서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미노이의 요리조리’ 등에 동반 출연한 바. ‘청담 부부’라는 별칭을 가진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젊은 세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어느덧 숨길 수 없는(?) ‘아재美’까지 장착한 구 오빠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매경DB, 각 영화사, 롯데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태양은 없다’ 스틸컷]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2호 (22.08.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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