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포위 훈련' 종료 했지만 압박 계속..대만에 '1949년 베이징 모델' 적용하나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문 이후 대만을 둘러싸고 진행한 대대적 군사 훈련을 일단 종료했지만 상시화된 군사 활동을 예고하며 대만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른바 ‘1949년 베이징 모델’을 대만 통일 전략으로 들고나왔다. 국·공 내전 당시 인민해방군이 베이징을 포위하고 국민당군의 항복을 얻어내 무혈입성했던 것처럼 군사적 위협과 협상을 병행하면서 대만을 옥죄겠다는 의미다.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지난 10일 “최근 대만 섬 주변 해·공역에서 여러 병종 부대를 조직해 일련의 연합 군사행동을 하고 성공적으로 각 항의 임무를 완성했다”고 밝혔다고 인민일보가 11일 보도했다. 지난 2∼3일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4일부터 대만 주변에 6개 훈련 구역을 설정해 진행한 대대적 군사훈련이 마무리됐음을 알린 것이다. 동부전구는 당초 4일부터 7일까지 72시간 동안 대만 주변 해·공역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한다고 예고했지만 예정된 기간을 넘겨 훈련을 계속해왔다.
인민해방군이 공식적으로 훈련 종료를 선언했지만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끝난 것은 아니다. 동부전구는 “대만해협 정세 변화를 주시하며 지속해서 훈련과 전투 대비를 전개할 것”이라며 “상시로 대만 방향으로 전투 대비 경계·순찰을 조직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상시화된 전투태세를 갖추고 대만을 겨냥한 무력시위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인 쑹중핑(宋忠平)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상시적인 경계·순찰은 대만해협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비해 인민해방군이 언제든 전투태세를 갖춘다는 의미”라며 “최근 대만해협에서 많은 훈련을 실시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며 대만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훈련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국·공 내전 당시의 ‘베이징 모델’을 언급하고 있다. 베이징 모델은 1949년 인민해방군이 군사적 포위 작전과 협상을 병행해 당시 국민당군이 점령하고 있던 베이징에 무혈입성한 방식을 말한다. 국·공 내전 당시 인민해방군은 동북지역 주요 거점을 장악한 뒤 1949년 1월 톈진(天津)까지 함락해 베이징을 포위하는 작전을 폈다. 이때 베이징에 고립된 국민당군 화북지역 총사령관 푸쭤이(傅作義)가 협상을 통해 인민해방군에 투항하고 길을 열어줌으로써 20만명이 넘는 국민당군이 무력화되고 인민해방군은 베이징에 무혈입성하게 된다. 인민해방군은 이를 ‘베이징의 평화로운 해방’이라고 선전하며 지금까지도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리페이(李非) 샤먼대 대만연구소 교수는 “베이징 모델은 평화적인 노력과 군사력을 결합하는 접근법”이라며 “이는 현명한 통일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대만 통일에 베이징 모델을 적용해 대만을 사실상 봉쇄·고립시키는 무력 행동을 이어가면서 협상을 통해 항복을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대만해협에서 전개된 상황을 보며 대만에서도 베이징 모델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대만을 포위한 전례 없는 군사훈련은 통일을 촉진하는 노력의 일환이며 그것이 평화 통일이 될지 아니면 베이징 모델이 될지 또는 무력 통일이 될지는 이후 추세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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