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부터 "반지하주택 금지"..그런데도 4만가구 더 늘었다
지난 8~9일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 피해로 시내 반지하주택 거주자들의 인명, 재산 피해가 속출하자 서울시가 "앞으로 반지하주택 건축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시가 반지하주택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1년과 2010년 여름철에도 일일 200~250mm 폭우가 쏟아져 수 만 가구의 다세대, 다가구 반지하주택 거주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도 "지하층에 사람이 살 수 없게 하겠다"며 반지하주택 신규 건축허가를 제한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 때문에 현재 건축법 11조에 '상습 침수지역 또는 침수 우려지역 건축물 지하에 주거용 공간이나 거실을 설치하는 것을 건축위원회 심의로 불허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마련됐다. 하지만 시에 따르면 이 법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시내에 약 4만 가구의 반지하주택이 신규 공급됐다. 시가 자치구 소관인 소형 건축물 인허가를 모두 관리할 수 없는 현실을 반증한다. 시가 이번 기회에 건축법을 바꿔 반지하주택 건축을 '불법'으로 규정하려는 이유다.
서울에 반지하주택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온라인 부동산 매물을 살펴보면 신축 빌라 반지하주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원 내외로 같은 크기 지상층 매물의 반값 수준이다. 저소득층에겐 사실상 이를 대체할 주택이 없는 게 현실이다. 집주인도 창고나 주차장보다 월세를 받는 반지하주택을 선호한다.
SH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사가 보유한 아파트 등 공공주택은 10만1998호다. 아파트는 대부분 입주했고 다세대, 빌라 매입 임대주택 공실 약 400호와 재난 긴급지원용 공가 397호 등 즉시 입주가 가능한 주택은 약 800호에 불과하다. SH공사는 부채 감축을 위해 연평균 2400억원 이상 투입한 매입 임대주택 예산을 점차 삭감하는 추세여서 단기간에 많은 반지하주택을 사들일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약 20만 가구에 달하는 반지하주택 거주자들의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전문가들도 현실적인 이주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반지하주택 거주자 이주 대책을 꼼꼼히 마련하지 않고 일몰제를 강행하면 멸실 등에 따른 공급부족으로 임대료 상승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지하주택 자가 보유자는 공공주택 이주가 어렵고, 향후 주거용 용도를 불허하면 매매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 공공이 매입해야 하는데 예산 투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이주 해법은 공공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시가 이주 대책 대안으로 재개발, 모아주택 등 민간 정비사업을 거론했지만 이런 대책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없고 개발 과정에서 기존 세입자는 주거 상향 이동이 어렵다"며 "공공주택 개발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적정 임대주택을 지속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대형 수해가 발생하면 공식처럼 나오는 '재탕 정책'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정책 추진 의지를 밝혔다. 오 시장은 전일 진행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 시·자치구 구청장회의'에서 "대표적 침수 취약지이자 열악한 주거 환경인 반지하주택을 없애 나가겠다"며 "앞으로 주거용 건축허가를 전면 불허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남역 슈퍼맨' 딸 등장…"강남 갇혔다던 아빠가 한 일, 유튜브 보고 알았다" - 머니투데이
- '400억 건물주' 서장훈, 고향부터 강남…"한강라인서만 살아" - 머니투데이
- '르세라핌 탈퇴' 김가람, 학폭 논란에 직접 쓴 글…"때린 적 없다" - 머니투데이
- "로또 제발"…광고 9편 찍은 경리가 SNS에 올린 근황 - 머니투데이
- '결혼 29년차' 홍서범, 조갑경과 갈등…"잘해주면 끝도 없어" - 머니투데이
- 미국 끝내 라파 침공한 이스라엘에 무기지원 중단 - 머니투데이
- 하루만에 13% 급락 반전…상장 첫날 "183억 매수" 개미들 '눈물' - 머니투데이
- '최동석과 이혼' 박지윤 "좋은 자식 못 됐지만…좋은 부모 되고 싶어" - 머니투데이
- "계획범죄 인정…평생 속죄할 것" 연인 살해 20대 의대생 구속 - 머니투데이
- '최민환과 이혼' 율희, 어깨에 '18㎝' 문신…자유로운 근황 사진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