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랙] 트래킹 데이터에 30억 도박 걸었다.. kt 대성공, 홈런왕은 '꺼진 불'이 아니었다

김태우 기자 입력 2022. 8. 11. 14:50 수정 2022. 8. 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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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간 타구질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았던 박병호는 올해 재기에 성공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통합우승의 쾌거를 거둔 kt지만, kt 관계자들은 “우승의 여운은 단 3일로 끝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우승 논공행상은 물론, 이 전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내년에는 다시 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짙게 깔려 있었다.

마운드는 어느 정도 정비가 되어 있었고, 또 들어올 자원도 있었다. 그러나 타선 폭발력이 강하다고 이야기는 할 수 없는 kt였다. 2020년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의 공백을 결과적으로 1년 내내 못 메웠다. 찬스 때 든든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베테랑 유한준은 우승으로 마지막 소임을 다하며 현역을 마쳤다. 타선에 분명 보강이 필요했다.

그런 kt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홈런왕’ 출신 박병호(36)에 주목한다. 박병호의 경력은 의심의 여지없이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이었다. 그러나 근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생각보다 몸값이 떨어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팀들이 영입에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은 이유였다. 보상금 규모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 박병호는 수치만 놓고 보면 하락세를 걷고 있었다. 박병호는 2020년과 2021년 2년간 211경기에 나가 타율 0.226에 머물렀다. 콘택트 비율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잔부상도 많았다. 그 결과 장타도 뚝 떨어졌다. 2년간 친 홈런은 41개, 전성기였다면 1년에 치고도 남을 숫자였다. 2년간 장타율은 0.439, OPS(출루율+장타율)는 0.775로 평범했던 반면 860타석에서 기록한 삼진 개수는 무려 255개였다. 투수들은 더 이상 박병호를 겁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kt는 더 구체적인 숫자 분석에 돌입한 결과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한다. 당시 데이터 운영을 총괄하고 있었던 나도현 kt 단장은 “컨택율이 조금 낮아지고 있었고, 반면 삼진 비율은 좀 많이 높아지고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노쇠화라는 게 신체의 상태, 멘탈의 상태,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까지 세 가지를 복합해서 예측을 할 수가 있다”면서 박병호의 가능성을 봤기에 영입했다고 말했다.

kt가 주목한 건 박병호의 외부로 잘 공개되지 않는 트래킹 데이터였다. kt도 KBO리그 9개 구단과 마찬가지로 ‘트랙맨’을 활용하고 있다. ‘트랙맨’이 제공하는 수치를 봤을 때 박병호의 재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나 단장은 “유효타, 그러니까 인플레이타구만 놓고 보면 타구 속도라든지, 배럴 타구의 비율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다 최상위권에 들어와 있었다”고 했다. 컨택율이 떨어져서 그렇지, 일단 방망이에 공이 맞으면 최상급 타구를 날려 보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 단장은 “2019년 데이터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었다”고 떠올렸다.

kt는 이런 데이터를 봤을 때 박병호의 몸이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콘택율의 경우는 심리적인 부분과 연관이 있다고 봤고, 이미 박병호를 어떻게 쓸 것인지 확고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이강철 kt 감독의 성향상 멘탈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 박병호 영입 성공은 트래킹 데이터 분석과 코칭스태프의 힘이 합작한 결과다 ⓒ연합뉴스

계산은 적중했다. 박병호는 10일 현재 94경기에서 32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리그 홈런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시즌을 이 페이스대로 마치면 40개 중‧후반대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페이스다. 사실상 홈런왕 확정이라는 말도 과언은 아니다. 타율도 지난해 0.227에서 올해 0.264로 좋아졌고, 무엇보다 타구의 질이 지난해보다 훨씬 더 날카로워졌다.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집계치 제외) 박병호의 지난해 하드히트 비율(타구속도 152.9㎞ 이상)은 18.2%로 그렇게 높지 않았다. 꼭 빠른 타구가 좋은 안타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안타와 장타의 가능성 자체를 높여준다는 점에서 낮으면 좋을 게 없는 수치였다. 그런데 올해 이 비율은 30.5%까지 올라왔다. 무려 12.3%가 높아졌는데, 이는 KBO리그 어떤 선수보다 더 큰 상승폭이다. 인플레이타구 100개 이상 기준으로 박병호보다 하드히트 비율이 높은 선수는 나성범(KIA‧31.3%) 딱 한 명이다.

콘택율이 높아지고, 맞는 타구의 속도까지 더 빨라진 박병호의 장타율은 지난해 0.430에서 올해 0.581까지 수직 상승했다. 적어도 박병호의 신체적 능력이 퇴보하지 않았다는 것을 ‘트랙맨’을 통해 확인한 kt의 선택은 적중했다. 그리고 멘탈적으로도 안정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박병호의 성공은 숫자로 과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그리고 그 미래를 어떻게 닦아갈 것인지 체계적으로 움직인 프런트와 현장의 합작품이었다.

나 단장은 “데이터도 데이터지만 선수의 멘탈과 기술적인 부분은 궁합이라는 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삼진 비율 자체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박병호를 잘 활용할 것인가, 장점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컸다. 벤치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면서 “이승엽과 이호준도 다 마흔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런 측면에서 박병호 또한 향후 3~4년 동안은 충분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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