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위기 때 유니콘 탄생".. 당근마켓 발굴한 VC가 주목한 곳은

폴인 입력 2022. 8. 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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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투자 파티는 끝났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다. 13년간 호황을 누린 벤처 투자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애플, 테슬라 같은 빅테크 기업도 해고를 단행하며 몸집을 줄였다. 투자 유치를 못 한 스타트업은 말할 것도 없다. 그야말로 '생존 위협'을 겪고 있다.

스타트업 혹한기에도 "쫄지 않고 투자한다"는 투자자가 있다. 당근마켓과 직방, 센드버드 등을 초기에 발굴한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다. 업계에서 그는 25년 차 '대표 선배'로 불린다. 그만큼 잔뼈가 굵다. 1998년 외환위기,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를 모두 돌파해왔기 때문이다. 그의 지론은 간단하다. "위기 때 투자 성과가 가장 좋다"는 것.

'스타트업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는 지금, '제2의 당근마켓'은 탄생할 수 있을까. 과거 숱한 위기를 지나온 VC는 어떤 기준으로 투자할 회사를 가려낼까. 송 대표를 만나 직접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캡스톤파트너스는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VC)이다. 송 대표는 25년간 투자업에 몸담으며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왔다. [사진 이승복]

Q. 벤처 투자 시장이 위축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지금 상황은 2000년 닷컴 버블 때와는 다르거든요. 그때는 허울뿐인 기업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우리나라 20대 부자 순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2000년 '벤처 붐'이 일었을 때는 자수성가형 창업자 10명이 순위에 있었어요. 2010년에는 아무도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아요. 돌이켜보면 내실이 부족한 회사였던 겁니다. 암흑기를 보냈죠.

하지만 2021년 7월 기준으로는 11명이 있습니다. 서정진과 김범석, 김범수와 김택진 등이 있어요. 제 생각에 이분들의 자리는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약간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요. 크래프톤 장병규, 두나무 송치영 등 앞으로 순위에 오를 창업자도 많습니다.

또 우수 인재가 창업 생태계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서울대 의대 졸업생이 창업해요. 변호사와 해외 명문대 MBA 출신도 뛰어들고 있죠. 5~6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거든요.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공무원이 되는 게 목표였죠.

우리나라에도 '인재 창업'이 늘어나는 겁니다. 저는 이게 2000년과는 다른 점이라고 봐요. 앞으로 우량기업이 될 저평가된 곳을 투자할 좋은 기회가 다가오고 있죠.

Q. 기회라고요?
위기일 때 가장 투자 성과가 좋았어요. 2004년부터 2021년까지의 벤처 펀드 수익을 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결성된 펀드가 가장 높습니다. 낮은 가격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예요. 불황이 지나고 나면 반등의 시기는 반드시 찾아오죠.
Q. 시장이 반등할 시기는요.
제가 그걸 예측할 정도의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의 의견을 살펴볼 수는 있어요. '헤지펀드 거장' 레이 달리오는 당분간은 시장의 고통이 커질 거라고 봤습니다. 긴축 재정으로 금융자산 가격 조정이 지속한다는 겁니다. 대신 "2024년쯤 되면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죠.

저는 반등이 오기까지 짧으면 6개월, 길면 2년 9개월 정도를 보고 있습니다. 회사에 축적된 데이터를 보면 일반적으로 1년 6개월이고요.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로 꼽히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도 "지금은 닷컴버블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죠. 낮은 가격으로 좋은 회사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때라고요.

거장들의 진단은 저의 경험과도 맞물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지금의 위기를 견딜만한 회사를 찾아 투자해야 할 때'라는 거죠.

송 대표는 "2022년은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다. 불황이 지나면 반드시 반등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이승복]

Q. 어떤 기업이 위기를 견디나요.
수익을 계속 낼 수 있는 회사, 적자여도 앞으로 자금을 충분하게 확보할 거라고 예상되는 회사요. 경기가 위축돼도 현금 흐름이 막히지 않아야 합니다. 이미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회사라면 더 큰 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을 거고요.

저는 기업이 최대 3년을 버틸 수 있는지 볼 겁니다. 투자 후 최소 2년이면 포트폴리오에서도 옥석이 가려져요. 이 시기를 견딘 곳은 이후에 반등을 기대할 수 있죠. 코스닥에 가거나 유니콘이 되거나. 적어도 엑시트(exit)를 할 수 있는 정도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될 겁니다.

Q. 예를 든다면.
'직방'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1000억원 투자를 받은 회사니까요. 저희도 초기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고요.

직방은 현금 흐름이 걱정되지 않는 회사입니다. 매년 손익분기점을 달성했죠. 약 400억 원을 벌어 마케팅비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M&A에 썼어요. 호텔리브와 호갱노노, 우주, 삼성SDS의 홈IoT 사업부를 인수했죠.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을 보긴 했지만 사업 인수와 마케팅 등을 위한 전략적인 것으로, 기업은 계속 우상향하고 있어요.

'누트컴퍼니'도 언급하고 싶어요. 태블릿PC에서 쓰는 디지털 문구를 거래하는 플랫폼 '위버딩(WeBudding)'을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앞으로는 '아이패드, 갤럭시탭 없이는 공부할 수 없다'는 학생들이 늘어날 겁니다.

태블릿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디지털 자산을 사고파는 '위버딩'의 영향력은 더 커질 거예요. 초기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물게 글로벌 진출도 추진 중입니다. 디지털 콘텐트에는 국경이 없잖아요. 성장 가능성이 큰 누트컴퍼니와 신동환 대표를 만난 건 저에게도 큰 행운이죠.

디지털 문구 콘텐츠 플랫폼 '위버딩'을 운영하는 누트컴퍼니는 지난 5월 22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사진 위버딩 홈페이지]

Q. 투자한 창업가들의 공통점은요.
시장과 고객을 지향하는 사람들입니다. 허상을 따라가지 않았어요. 하버드경영대학원(HBS) 교수 토머스 아이젠만은 저서 'Why startups fail(세상 모든 창업가가 묻고 싶은 질문)'에서 "고객이 쓰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게 스타트업의 가장 큰 패착"이라고 했죠.

즉, 지금의 문제를 집중해서 깊게 풀어낸 사람들입니다. 저희는 이렇게 아주 작은 문제를 잘 푸는 창업가를 눈여겨봐요. 물론 상반되는 창업가도 있습니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요. 물류부터 공급망과 소싱, 웹사이트까지 품고 이를 전부 해결하는 분이죠.

Q. 요즘 주목하는 스타트업이 있나요.
최근 투자한 회사들이 더 있는데요. 하나씩 언급하기 전에 공통점을 하나 말씀드릴게요. 모두 '뉴칼라(New collar, 4차산업 혁명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기술을 활용하는 직업 계층)' 창업자들이라는 겁니다.

많은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죠. 그렇다면 인간은 앞으로 뭘 해야 할까요? 아마도 '창업'은 로봇이 죽었다 깨어나도 하기 어려운 일일 겁니다. 저는 이런 변화를 알아보고 사람들과 힘을 합쳐 세상을 바꾸려는 창업가가 만든 회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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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 세미나 라이브 '쫄지 않고 투자한다, 유니콘 발굴한 VC의 조언'


송 대표가 인터뷰에서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는 오는 25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세미나 '쫄지 않고 투자한다, 유니콘 발굴한 VC의 조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미나는 유튜브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되며 폴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지금 폴인에서 확인하기

김다희 에디터 kim.dahee2@joongang.co.kr, 이건희 에디터 lee.k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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