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수완박 시행 한 달 앞두고 檢 '직접수사 범위' 복원..시행령 직접 뜯어고쳤다(종합)

김종용 기자 2022. 8. 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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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경제범죄 영역 확장..직권남용·금권선거 등 추가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 사건도 경제범죄 포함
사법질서 저해범죄 '무고·위증죄' 직접 수사
'직접 관련성' 규정 보완..신분·범죄 금액 기준 폐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법무부가 검찰의 수사 개시 범죄를 규정한 시행령을 고쳐 검찰 수사권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사법질서 저해 범죄와 개별 법률이 검사에게 고발·수사의뢰하도록 한 범죄는 검찰청법상 ‘중요범죄’로 묶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이달 2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11일 밝혔다. 현 시행령이 검사의 수사 개시 대상인 중요범죄를 합리적인 기준 없이 과도하게 제한해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 약화를 초래한다는 판단에서다.

오는 9월 검수완박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검사가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범죄가 현행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에서 부패·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법무부 과천청사에서 직접 브리핑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범죄 대응 역량 약화, 수사기관 간 불필요한 사건 이송에 따른 절차 지연과 인권침해 등 실무상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 체계에 맞게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 시행령의 내용을 보완한다”고 했다.

◇부패·경제범죄 범위 확대…공직자·선거범죄 일부 포함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인 부패·경제범죄 영역을 확대해 검수완박 법안 시행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가 불가능해지는 일부 공직자·선거범죄를 포함했다.

현행 시행령상 공직자범죄인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 범죄가 이번 개정으로 부패범죄에 포함된다. 한국이 가입을 마쳐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유럽연합(UN) 부패방지협약이나 현행 부패방지권익위법 등은 공무원의 직권남용을 부패 행위로 규정한다.

선거범죄인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 행위 등 금권선거 범죄도 부패범죄로 규정했다. 이런 사건은 불법적인 이익이 핵심적인 범죄 성립 요건이고, 부패 행위를 수단으로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범죄로서 부패재산몰수특례법과 UN 부패방지협약에서도 부패 방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방위산업 범죄는 경제범죄로 분류했다. 이는 기술 유출을 통해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 산업기술·영업기밀 침해 범죄와 마찬가지로 경제범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게 한 장관의 설명이다.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도 경제범죄로 규정했다. 현행 시행령은 ‘마약류 수출입 또는 수출입 목적의 소지·소유 범죄’로 검찰의 수사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약 범죄 단속 인원이 2020년 1만8050명에서 지난해 1만6153명으로 약 11% 감소하면서 국가적으로 마약 범죄에 대한 대응 역량이 줄어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마약 단순 소지와 투약 등은 수사 범위에서 제외했다.

국민 생활의 안전을 위협하고 민생경제를 침해하는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도 경제범죄에 포함했다. 폭력 조직, 기업형 조폭, 보이스피싱 등 범죄가 이에 해당한다. 한 장관은 “지역 사회에 토착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법적인 이익을 착취하는 중대한 민생침해 범죄로 수사기관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통한 근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린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관보 게재로 정식 공포된 지난 5월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뉴스1

◇무고·국가기관 고발 사건 중요범죄로 규정

법무부는 사법질서 저해 범죄는 중요범죄로 규정했다. 개정 검찰청법은 부패·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를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로 정했는데, 중요 범죄의 범위에 관한 구체적인 권한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법질서 저해 범죄는 무고·위증죄가 해당된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무고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검사가 수사를 할 수 없는 현행 법령의 문제를 시정하고, 국가 사법 질서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이 무너질 경우 국민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한 장관은 “현행법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만 무고 인지를 허용해 오히려 원 고소·고발 사건의 무혐의를 전제로 하는 무고죄의 본질과 상충되고, 대부분의 무고 혐의 사건을 수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인지는 497건 급감한 반면, 경찰의 인지 증가 건수는 48건으로 집계됐다.

국가기관이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도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이 그 예다. 다만 선관위 고발 사건 등 ‘수사 기관’에 고발하도록 한 경우는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

◇신분·범죄액수 기준 폐지…’직접 관련성’ 보완

현재 신분과 범죄 액수 등으로 검찰이 수사 범위를 잘게 쪼개 놓은 시행규칙은 폐지된다. 현행 수사 개시 규정상 검찰은 ▲3000만원 이상 뇌물 ▲5억원 이상 사기·횡령·배임 ▲5000만원 이상 알선수재·배임수증재·정치자금범죄 등 부패 범죄 11개와 경제 범죄 17개 항목만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 대상이 공직자면 4급 이상인 경우에 한해 수사가 가능하다.

한 장관은 “수사의 속성상 처음에는 적은 액수에서 수사가 개시돼 큰 액수 수사를 발전되는 것인데, 처음부터 큰 액수가 확인된 경우에만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면 실제로 큰 액수 범죄는 밝혀지지 않는다”며 “공무원 부패범죄는 하위 직급에서 수사가 개시된 이후 고위급 범죄가 밝혀지는 형태로, 바로 고위급 비리부터 밝혀지는 경우는 실무상 상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신분, 금액 제한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의 결과로서 이런 제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어떤 공익이나 국민의 이익이 없으므로 시행규칙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검수완박 법안 입법 국면에서 여러 차례 부당성이 지적된 ‘직접 관련성’ 규정도 보완된다. 범죄 사건의 절대다수는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은 경찰이 혐의를 인정한 사건만을 송치받는데, 이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영역은 송치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사건에 한정된다.

문제는 직접 관련성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현행 규칙의 ‘직접 관련성’ 부분을 소극적으로 해석할 경우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피의자의 원래 범죄, 해당 피의자의 여죄, 공범 유무는 수사할 수 있지만 공범이 저지른 여죄는 수사할 수 없다.

또 검사의 즉각적인 수사를 통해 신속한 종결이 가능한 사건까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이송할 수밖에 없어 절차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권력형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가 제3자로부터 2차 가해를 받은 사실을 검찰에 진술하더라도 사건을 분리해 경찰에 이송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법무부는 범인, 범죄 사실 또는 증거가 공통되는 관련 사건은 기존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검사가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개정 형사소송법상 별건 수사 제한 조항을 활용해 검사의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한 장관은 “현재 법무부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시행령 개정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검수완박 법안이 위헌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헌법 재판이 늦춰지면 국민이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시행령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수완박 법안은 사법시스템 자체의 괘적을 바꾸려는 성격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며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사건의 경우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완수사가 가능하다거나 고발인의 이의신청을 제한하는 등 법 자체에 내재된 우려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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