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공임대조차 1810가구가 반지하에 산다.."결국 모든 건 '돈'의 문제"
“반지하방 집수리를 가면 예측이 돼요. ‘이 집은 우리가 오늘 곰팡이를 제거하고, 약품처리, 도배까지 해도 1~2년 뒤에는 곰팡이가 또 발생하겠구나’라고요.”
김선미 성북주거복지센터장은 11일 전화통화에서 “반지하방은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지하에 사시는 분들은 우리쪽에 도움을 많이 요청합니다. 영화 <기생충>에 나왔던 장면 기억하시나요. 지하방은 대부분 화장실이 방보다 2~3계단 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화장실을 오르내리실 때가 제일 위험해요. 화장실 가는 길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하고, 미끄러움 방지처리를 해드립니다. 그런데 곰팡이는 해결방법이 없어요. 도배·장판을 교체해도 곰팡이가 슬고, 습기가 차는 문제는 지하에 사시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게 없어요. 지난 폭우 수준이 아니라 비가 조금만 와도 지하방 바닥에 빗물이 스며드는 문제도 심각하고요.”
경향신문이 단독입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매입 지하·반지하 매입임대주택 계약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8월 기준 전국에 LH가 매입한 지하·반지하는 4440가구로, 이 중 40.7%인 1810가구에 주거취약계층이 공공임대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8년 3820가구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수준이지만, 여전히 많은 주거취약계층이 LH매입임대주택 지원을 받으면서도 지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LH관계자는 “2015년 이후 지하층은 원칙적으로 매입대상에서 제외했고, 매입한 지하·반지하 주택에 대한 계약해지가 된 이후에도 지하·반지하 신규공급은 2020년 10월부터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매입임대 지하·반지하 중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1810가구 등을 제외한 1130가구는 현재 공급을 중단한 상태로, 공실률은 25.4%다.
이는 2018년 공실률 7.7%(계약 3820가구 중 공실 303가구)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LH는 앞으로도 공실률을 계속 늘려 주거취약계층에 지하·반지하방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지하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이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주거취약계층은 LH가 제공하는 매입임대주택에 들어갈 비용을 맞추려면 지하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서울은 지하방조차 전세보증금이 억 대를 넘는다.
LH는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거취약계층이 선택한 집을 사들여 주변 시세의 70~80%수준으로 보증금과 임대료를 받는 ‘매입임대’사업을 하고 있지만 ‘주변시세의 70~80%(최저소득층 주변시세 30%)’도 맞추기 어려운 사람들은 지하·반지하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LH의 매입 지하·반지하 임대주택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이 총 1541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경기 1209가구, 인천 520가구로 수도권에만 98.7%가 몰려있다. 반면 부산은 6가구에 불과하며 대전 28가구, 경남 4가구, 제주 2가구가 전부다. 서울에서 지하방을 얻을 전세보증금이면 지방에서는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다.
김 센터장은 “LH에서 제공하는 ‘기존주택 전세임대’ 제도 역시 임대인들이 악용하면서 서울지역 전세지원금 한도액(1억2000만원)으로 성북구에서 들어갈 수 있는 집은 반지하나 지하방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지하·반지하 매입임대주택이 가장 많은 자치구는 관악구로 전체의 19.9%인 307가구가 몰려있다. 이어 강서구(215가구), 강남구(129가구), 양천구(107가구), 송파구(99가구), 도봉구(87가구)순으로 많았다.
LH관계자는 “습기·채광문제나 지하가구 창문을 통한 사생활 노출 및 침수위험 등을 감안해 이미 계약해지 된 주택의 공급은 2년째 중단한 상태고, 현재도 지하·반지하에 거주하는 입주자의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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