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논란 속 임명, 졸속 정책에 치명타..교육장관 35일 돌아보니

어윤지, 이상훈 2022. 8. 1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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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쇼] 박순애 전 부총리 겸 장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자진사퇴했다. 지명 당시부터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는데, 결국 '만 5세 초등 입학' 정책 추진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박 장관은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많이 부족했다"며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은 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1. 음주운전 문제, 전문성도 논란


박순애 전 장관은 지명부터 과거 음주운전 이력 등이 제기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2001년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된 박 장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51%로, 당시 면허 취소 기준보다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당시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형의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판결의 정당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또 음주운전 이력을 가진 후보자가 국가의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부 장관직에 오르는 것이 맞는가라는 문제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전문성 논란도 있었다. 공공행정 전문가인 박 장관이 전반적인 교육 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한 교육부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인사라는 지적이 따랐다. 이전에 지명됐던 후보자가 이미 한 차례 낙마한 바 있어 박 장관의 논란은 '부실 검증' 지적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잇따른 논란에도 인사청문회 없이 박 장관을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5일 박 장관에게 임명장을 건네주며 "야당과 언론의 공격에 고생했다"고 두둔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임명 이후에도 논문 중복 재게로 투고 금지 조치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또 지난달 27일 교육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박 장관은 "연구 윤리가 정립되기 이전 사항"이라고 답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2. 돌연 발표 ‘만 5세 입학·외고 폐지'


박 장관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 외고 폐지안' 등의 교육 정책을 사회적 논의도 없이 발표하며 강한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겨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도록 하는 '학제개편안'은 발표와 동시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달 29일 교육부는 윤 대통령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학제개편안' 내용을 담은 교육부 핵심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박 장관은 2025년부터 4년에 걸쳐 3개월씩 입학 시기를 앞당겨 최종적으로 2029년부터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보 통합 계획 추진과 함께 영유아 단계부터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윤 대통령도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하며 힘을 실었다.

그러나 교원, 학부모 등 당사자의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정책이 발표되며 큰 파장을 불러왔다. 특히 대선 과정이나 인수위원회에서도 예고되지 않았던 교육 정책에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교원 단체와 학부모 단체는 일제히 반대 성명을 냈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초등 취학 철회 총력 집회'가 열렸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뒤늦게 학부모 단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학제 개편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결정해나갈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국민이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개월씩 12년에 걸쳐 시행할 수도 있다"(언론 인터뷰)고 말하는 등 입장을 번복하며 혼선을 빚었다.

같은 날 업무보고에서 발표됐던 '외고 폐지안'에 대해서도 반발이 거셌다. 박 장관은 "외고는 폐지 또는 전환해서 일반고에서 외국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교과과정을 통해 특수 목적을 갖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정과제에 '다양한 고교 체제'를 포함했던 만큼 외고 폐지 정책이 갑작스레 등장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외고 학부모회는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라"며 시위에 나섰다.


3. 간담회·브리핑 모습이 여론 더 자극

반발 여론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박 전 장관의 소통 방식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학제개편안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거세자 교육부는 지난 2일 급히 학부모 단체 간담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학부모 단체에 간담회 전날 개최 소식을 알리고, 언론 공개를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며 '졸속' 간담회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박 장관이 위로의 의미로 학부모의 손을 잡으려고 하자 학부모가 이를 피하는 장면이 나타나기도 했다.

불편한 질문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며 '선택적 소통'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 장관은 지난 4일 '2학기 방역 및 학사운영방안' 관련 장관 브리핑 이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옮겼다. 장관 브리핑 이후에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박 장관은 따라 나온 기자들의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갔다.

박 장관은 임명 35일 만인 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경질로 해석됐다. 박 장관은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로비에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제가 받은 교육의 혜택을 국민들께 되돌려 드리려고 했으나 많이 부족했다"며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고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당분간 장상윤 차관의 대행 체제로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어윤지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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