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에 공감하는 능력..'알고 있다는 착각' 출간

송광호 2022. 8. 1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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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유식 회사 거버는 20세기 중반 서아프리카에 이유식을 판매하며 곤욕을 치렀다.

미국과 유럽에서 자주 팔리는 광고 이미지인 웃는 아기 사진이 붙은 이유식 통을 사용해서다.

네슬레가 인수한 회사에서 생산한 킷캣은 영국의 국민 초콜릿 과자로 통했다.

'잠깐 쉬세요'라는 전통적인 광고 문구는 줄이고 '반드시 벚꽃이 필거야'라는 문구를 크게 새겨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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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사진 [어크로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미국 이유식 회사 거버는 20세기 중반 서아프리카에 이유식을 판매하며 곤욕을 치렀다. 미국과 유럽에서 자주 팔리는 광고 이미지인 웃는 아기 사진이 붙은 이유식 통을 사용해서다. 일부 아프리카 문화권에서는 통에 붙은 사진이 내용물을 보여준다고 간주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이유식이 아기를 위한 음식이 아니라 아기로 만든 식품이 들어있다고 여겼다. 즉 미국인들을 식인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질리언 테트 편집국장이 쓴 '알고 있다는 착각'(어크로스)은 인류학의 관점으로 세계문제를 바라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저자는 기존 사회 분석 도구만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세계의 복합적인 원인을 포착할 수 없다면서 세상 속에 진짜 문제를 읽어내기 위한 도구로 인류학을 제시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인류학은 세상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이면에 감춰진 무언가를 포착하고 다른 사람들을 공감하고 문제를 새롭게 통찰하는 학문"이라며 "오늘의 세계에 (인류학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책에 따르면 인류학은 산업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현지 문화에 무지했던 거버사처럼 인류학을 몰라 실패한 사례도 많고, 인류학을 산업에 적용해 성공한 사례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성공 사례의 주인공은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다.

네슬레가 인수한 회사에서 생산한 킷캣은 영국의 국민 초콜릿 과자로 통했다. 자국과 유럽에서 거둔 성공을 발판삼아 네슬레는 킷캣을 일본에 선보였다. 그러나 일본 판매 실적은 예상과 달리 저조했다. 영국에서 성공한 '초콜릿=휴식'이라는 광고가 일본의 휴식 문화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엄마들이 킷캣이 너무 달아 아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 점도 흥행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2001년 눈에 띄는 일이 회사 관계자 눈에 포착됐다. 일본 규슈지방에서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킷캣 판매가 급증한 것이다. 네슬레는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킷캣이라는 명칭이 규슈 방언 '카토카츠'와 비슷하게 들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카토카츠는 '반드시 이길 거야'라는 뜻이다. 네슬레 관계자는 고입과 대입이 치러질 때 규슈지방 수험생들이 킷캣을 행운의 징표로 산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네슬레는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새롭게 짰다. '잠깐 쉬세요'라는 전통적인 광고 문구는 줄이고 '반드시 벚꽃이 필거야'라는 문구를 크게 새겨넣었다. 일본에서 벚꽃은 입시 합격을 상징한다. 이후 킷캣 판매량은 급증했다. 2008년 조사에서 일본 수험생 50%가 킷캣을 행운의 부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 표지 이미지 [어크로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책은 이 밖에도 애완동물과 소비자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해 사료 업계에서 반전을 일으킨 소비재 기업 마스의 사례, 에볼라부터 코로나19까지 세계 각지를 휩쓸고 간 전염병 대응 사례를 통해 빅데이터나 통계만으로 놓치기 쉬운 복잡한 세상사를 인류학의 관점으로 새롭게 바라본다.

저자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류가 세상 곳곳에 흩어져 살며 만든 다양한 문화와 사회 습속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어떤 문화든 자신들의 행동 역시 이상해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다른 문화를 '이상하다'고 말할 권리는 없다는 점을 이해하자"고 강조한다.

문희경 옮김. 344쪽. 1만7천800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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