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의 대만 무력 시위 계기로 대중 관세 인하 방안 재고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관련한 중국의 무력시위 때문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재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대만 점령 시나리오를 상정한 고강도 군사훈련을 벌인 마당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는 중국에 대한 양보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벌인 대만에 대한 전쟁 연습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일부 관세 인하 방안을 재검토하게 했다면서 관세 인하가 뒤로 밀리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 문제를 검토하는 가운데 벌어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중국과의 지정학적 관계를 매우 복잡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확실히 이 문제를 좀 더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 문제를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고 머지않아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몇 달간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부과한 고율의 관세 인하 방안을 검토해 왔다.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고 있는 관세를 인하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고 중국산 원자재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의 애로를 덜기 위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2019년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2200여 개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3700억달러 규모였다. 트럼프 정부는 2019년 말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하자 2020년 초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을 549개로 축소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 관세 부과 대상 중국산 제품 549개 품목 가운데 352개에 대해 관세 부과 예외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억제 등을 위해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인하를 단행하는 대신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조사를 새로 시행하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인하 문제는 바이든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나뉘어 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과 러몬도 장관은 보복 관세가 전략적으로 보탬이 되지 않고, 미국 기업과 소비자 부담만 가중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에 대한 협상력을 유지하려면 일방적으로 관세를 인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대만 문제가 모든 것을 바꿨다”면서 최종 결정은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대만 문제 외에 여러 요인들이 대중 관세 인하 문제에 결부돼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미 당국자들이 그간 미국이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할 경우 중국도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중국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2020년 초 맺어진 1단계 무역합의에서 약속한 미국산 농산물 및 공산품에 대한 수입 확대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도 부정적 요소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지지 집단인 노동조합이 중국이 미국산 구매 확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관세를 인하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달에 비해 떨어진 것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압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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