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가득한 도량→애사 흐르는 산천.., 돌고 돌아 사색의 스토리텔링 충만한 영주[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2022. 8. 1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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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정신..소수서원·무섬마을·선비촌
불심가득..아름다운 사찰 부석사
숨겨진 애사..죽계천이 지켜본 피끝마을
새로운 스토리텔리..관사골·선비세상·풍기인삼엑스포
영주 무섬마을. 사진제공|트래블팀


한반도 곳곳에 역사가 스미지 않은 곳은 없다. 경북 영주 역시 마찬가지다. 선비의 고장인 이곳에 책 읽는 소리만 낭랑한 것은 아니다. 소수서원과 선비촌 등은 영주의 아이덴터티가 됐다. 더불어 전설은 부석사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역사는 숙주사→백운동서원→소수서원 등의 이름으로 갈아타며 시대를 역설한다. 피비린내 나는 애사 역시 귀엣말로 전해지며 그 속을 살아낸 사람들의 억센 삶은 끝내 살아서 생명처럼 휘감아 돈다. 단종복위에 대한 서슬 퍼런 칼부림이 있었고, 세상에 울림이 된 선비 정신은 여전히 영주의 유전자가 돼 도도한 이 곳.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영주의 드라마는 이제 스토리텔링이 되어, 여행객에게 사색의 쉼표를 던진다.

부석사 드론샷. 사진제공|트래블팀


■ 무섬마을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는 이곳과 세상을 잇는 상징이다. 사진제공||만죽재 12대 주손 박천세씨


영주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란 뜻의 순우리말이다. 마을 주변을 낙동강 지류가 휘돌아 흐르는 물돌이 마을이다.

강은 마을만 떠받드는 게 아니다. 어깨를 나란히 한 강변을 씻겨내 은백색 백사장으로 반짝이게 했다. 고택은 저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소나무와 사철나무로 고즈넉함을 영글게 한 무섬마을은 느린 걸음으로 돌아봐야 할 제격이다.

무섬마을 만죽재 12대 주손 박천세씨가 무섬마을에 대한 설명하고 있다.


강변을 따라 걷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상징은 외나무다리다. 이 다리는 콘크리트 수도교가 들어서기 전 마을과 세상을 이어주던 유일한 통로였다. 국토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면서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무섬마을


​무섬마을은 17세기 중반 자리를 잡은 두 집안의 집성촌이다. 대문조차 번거로운 지 세상을 향해 활짝 열어놓은 사유지는, 여행객의 호기심을 품으며 반겨 맞는다. 서로 지붕을 맞댄 이웃은 세기를 거슬러 쌓아 삶의 터전을 문화재로 만들고 있다. 무섬마을의 한옥은 경북 북부지역의 전형적인 양반집 구조인, ‘ㅁ’자형 전통가옥들이다.

영주역에서 무섬마을까지 영주시의 공공자전거를 타고 달려봐도 좋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사진제공|트래블팀


■ 소수서원

소수서원에서는 아직도 선비의 책읽는 소리가 들린다.


소수서원은 조선시대 ‘소수 정예 특목고’다. 실제 이 이름은 명종이 “이미 무너진 유학을 다시 이어 닦게 했다(旣廢之學 紹而修之, 기폐지학 소이수지)”는 뜻을 담아 하사했다. 알다시피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사액서원으로 정부 지원도 따랐으니 사립과 국립의 경계는 단정하기 어렵다.

1543년 풍기군수로 임명된 신재 주세붕이 고려 후기에 성리학을 도입한 인물인 회헌(晦軒) 안향(安珦, 1306~1423)을 모시며 서원을 건립했다. 1888년까지 약 4300여 명의 유생을 배출해낸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소수서원에 있는 안향 선생 초상(오른쪽 국보 111호)


소수서원은 오롯이 서원은 아니었다. 숙주사 절터에 지어졌고, 전신은 백운동서원으로 출발했다. 당간지주가 지금도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절터임은 분명하다. 소수서원의 빼어난 풍광은 풍수지리의 도움을 받은 덕도 없지 않다. 뒤쪽이 허하다는 단점이 있어서 이를 보완하고자 수백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단다.

소수서원 옆을 흐르는 죽계천. 단종복위운동은 이곳에 뿌려진 피가 피끝마을까지 이르게 했다.


소수서원에서는 안향 선생의 위패를 모신 문성공묘와 유생들이 공부하던 강학당으로 나뉜다. 기도처이자 교육기관인 셈이다. 고려 시대 인물인 안향을 2세기가 지나 서원에 모신 이유는, 당시로선 혁신적 기관이던 서원 설립을 반대하는 세력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 ‘꼼수’도 한몫을 했다. 서원에 있는 안향의 초상화는 국보 111호로 지정됐다. ​

소수서원은 이전 숙주사 절터에 지어졌다


소수서원 앞을 흐르는 죽계천은 단종 복위에 칼끝이 춤을 춘 곳이다. 이곳에 뿌려진 피는 7㎞ 떨어진 피끝마을(현 동촌1리)까지 이어졌다. 결국 시대에 따라 영욕이 차고 넘치는 곳이다.

​볼만한 곳도 있다. 서원 뒤 편에 있는 탁청지라는 연못은 유생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었던 곳으로, 연잎이 가득 차 있어 연꽃이 필 무렵이면 화려한 경관을 뽐내는 장소다.

■ 부석사

부석사 무량수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찰인 부석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사찰의 입구인, 일주문부터 사찰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무량수전까지는 총 10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이 가지는 108가지의 번뇌를 의미한다.

부석사 입구부터 부석사까지는 약 500m의 길이로 15~20분 동안 산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야 한다.

무량수전을 향해 오르는 길목에 위치한 북지리 삼층석탑을 비롯하여 범종루, 안양루 등의 문화유산을 통해 오랜 세월의 흔적이 잘 보존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부석사 안양문(안양루)을 멀리서 보면 부처의 모습이 드러난다.


경북 영주 가볼만한곳 부석사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바로 국보 제18호로 지정된 무량수전이다. 무량수전은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건물 중 하나이며, 목조건물의 예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장소다.

​배흘림기둥과 주심포식 양식으로 지어진 대표적인 목조건물로 지붕 끝을 올려서 만듦으로써 멀리서 보았을 때 일자로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무량수전에서 바라본 영주


부처의 도량에 의미를 더하는 숨은 그림도 있다. 멀리서 보이는 안양문 전각에 부처의 모습이 투영된다. 가까이서 보면 그저 흔한 문양인데, 멀리서 보면 부처가 여섯 분이나 거한 것으로 보이니, 불심의 심오함이 절로 느껴진다.

■ 선비촌

대원군이 영주 선비촌을 방문해 기거한 후 써 놓은 당호


선비촌은 ​선현들의 학문 탐구의 장소 및 전통 생활공간을 재현한 체험 교육장이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하룻밤을 묵으며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을 잠시 느낄 수 있다. 한옥의 툇마루에 앉아 ‘멍 때리는 것’ 만으로도 이전 느껴보지 못한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 ​영주 선비촌은 특이하게도 초가집과 기와집들이 잘 어우러져 조성되어 있다.

​저잣거리를 중심으로 한쪽은 초가집들이, 또 다른 한쪽은 기와집들이 있어서 마치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준다.

더불어 영주 선비촌은 크게 4가지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초가집들이 모여있는 공간은 ‘우도불우빈’이라고 불리며 ‘가난함 속에서도 바른 삶을 중히 여긴다’라는 뜻이 있다. ​기와집이 즐비한 공간은 각각 수신제가, 거무구안, 입신양명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 철도 관사골·선비세상·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

영주 관사골


영주 관사골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심혈을 기울인 곳이다. 관사골은 1940년대 영주에서 안동까지 중앙선 철도 개통으로 철도 직원들의 관사가 지어지면서 만들어진 마을이다.

특히 관사골지역은 도심 상권이 중심이 되었던 영주역이 이전하게 됨에 따라 급격한 쇠퇴가 진행된 지역으로 산비탈 지형에 무허가 주택이 산재해 생활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다. 이것을 볼거리 있는 여행지로 만들었고, 지역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게 했으니, 그 노력이 가상하다.

영주의 새로운 랜드마크 선비세상. 사진제공|트래블팀


더불어 조성된 영주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K 문화테마파크 ‘선비세상’도 새로운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북 북부권 유교문화권역 개발사업의 하나인 선비세상은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조선의 선비처럼 입고, 자고, 먹고, 익히고, 즐기며 선비 정신을 함양하고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목적으로 조성됐다.

순흥면 청구리 선비촌 인근 부지 96만 970㎡에 들어선 선비세상은 한옥과 한복, 한식, 한지, 한글, 한음악 등 6개 테마촌으로 꾸며졌다. 테마촌에서는 각 주제에 맞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텐츠 및 프로그램을 통해 선비 정신을 폭넓게 체험할 수 있다.

영주시는 또 세계적인 축제도 준비 중이다. ‘2022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가 그것인데, ‘인삼, 세계를 품고 미래를 열다!’라는 주제로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23일까지 24일간 영주시 풍기인삼문화팝업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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