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송이 장미' 탄생지 조지아의 서정, 종로가 품었다

2022. 8. 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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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단정서 트빌리시 화가 한희원展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조지아를 중심으로 한 캅카스(영어발음 코카서스) 지역은 아시아와 유럽 문화가 혼재된 유라시아 점이지대이고, 언어의 어순, 웃어른에 대한 공경, 열정적이라는 면 등은 한국과도 유사하다.

‘현빈이 밭 갈고, 손예진이 길쌈하는’, 선남선녀들이 겸손한 자세로 노력하며 사는 곳이라는 평도 있다.

한희원 트빌리시 니코 피로스마니 거리 2022 oil on canvas 4P
한희원 이방인 신화의 땅 2022 oil on canvas 65x40. 유라시아 대륙 경계지점에 있는 조지아는 한민족과 같은 계열인 유목민이 서진하던 길목에 있었다. 인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터키 등이 ‘단군’을 역사속 정신적 지주로 삼는 점은 주목된다. 아시아 유목민들은 조지아를 거쳐 북으로는 핀란드, 남으로는 스페인까지 진출한다.
세계여행자들의 조지아 ‘참새 방앗간’ 산꼭대기 교회당

캅카스의 중심인 조지아는 수도 ‘트빌리시’시의 예술적 정취, 스테판츠민다의 산꼭대기 교회당 등으로 유명한데, 지고지순한 사랑의 열병을 상징하는 노래 ‘백만송이 장미’의 진원지라는 점이 어쩌면 이 나라를 더 잘 설명하는지도 모른다.

▶백만송이 장미 주인공에 경의 표한 한희원= 연민하는 여성의 마음 한가닥을 잡아보려 모든 재산을 팔아 엄청난 양의 장미를 건넸으나 사랑받지 못한 채 낙담 방황하다 생을 마감했던, 조지아 화가 니콜 피로스마니의 이야기가 이 나라 문화예술의 대표 아이콘 중 하나이다. 그의 이야기는 ‘백만송이 장미’ 노래가 되어 전세계에 퍼져나갔다.

한희원 아코디언 켜는 남자 2022 oil on canvas 51x39
한희원 어느 날 오후 조지아에서 2022 oil on canvas 12호. 왠지 동양적 느낌이 드는 화폭이다.

조지아에서 적지 않은 기간 머물렀던 한국의 화가 한희원은 피로스마니의 추억이 깃든 곳에서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진정한 사랑의 아이콘들을 수집했다.

그리고는 피로스마니라는 이름의 색깔을 덧칠한 트리빌시 서정을 화폭에 담았다. 왠지 우리에게 친근한 조지아 사람들의 일상도 보이고, 피로스마니의 순정도 느껴지는 회화들이다.

2022년 ‘지역 작가를 위한 예술 샘터’라는 이름으로 공익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갤러리단정(대표 이영란)이 여섯 번째 순서로서, 전남과 광주에서 활약 중인 한희원 작가의 초대전 ‘조지아의 푸른 바람과 눈물겹게’를 열고 있다.

▶‘조지아의 푸른 바람과 눈물겹게’= 오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 옆 ‘갤러리 단정’에서 이어진다. 시인으로, 서양화가로 40여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한희원 작가는 2019년 영혼의 안식과 재충전을 위해 조지아를 찾았다.

한희원 바람의 시간 2022 oil on Canvas 100F

그리고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1년간 머물며 매일 한 점씩 365점을 완성하는 등 가혹하고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2년이 지난 지금 작가는 먼 이국에서 홀로 만났던 조지아의 풍경, 캅카스(코카서스)의 대자연에서 불어오는 푸른 바람을 신작으로 새롭게 꺼내 보인다.

작가는 “조지아의 풍경이나 삶을 그릴 때면 아련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조지아는 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자 대자연을 향한 구애의 장소였다. ‘코로나19’라는 장벽에 하늘길이 막힌 후 작가는 기억에 새겨진 풍경에 그리움을 더해 작품을 완성했다.

한희원 자바하시빌리 거리 2022 oil on canvas 40m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정서는 그리움이다. 트빌리시 도시 전체에 묻어나는 피로스마니의 마음도 한희원의 작품에 투영되지 않을 수 없다.

▶한희원의 그림속엔, 피로스마니의 마음도= 저녁과 밤 사이에 만난 ‘블루’는 한희원 조지아 연작의 모티브가 된다. 색소폰 멜로디가 어둠을 밝히는 트빌리시 올드타운, 녹슨 철문이 달린 동유럽풍 건축물, 빨간 장미가 놓인 원형 테이블 위에서 흔들리는 불빛, 꽃무늬 이불자락이 휘날리는 뒷골목, 쓸쓸한 등을 마주하고 헤어지는 연인 등 신작에는 화폭 가득 푸른 바람이 그리움과 함께 불어온다. 작품마다 낯설지만 매력적인 조지아의 향기와 거친 촉감이 생생하게 묻어난다.

한희원 조지아 정교회가 있는 풍경 2022 oil on canvas 10P

이번 전시에는 특별 이벤트가 진행된다. OK캐쉬백 ‘대한민국핫오브핫’과 함께 온오프 경품행사를 진행, 행운의 컬렉터에게 작품을 준다. 전시기간 내 ‘갤러리단정’을 방문해 스마트폰으로 AR이벤트에 응모한 관람객 1명에게 한희원작가 신작 ‘트빌리시 올드타운’을, 모든 AR이벤트 응모자에게는 한희원 작가의 신작 아트포스터 1매를 선물한다.

한희원 트빌리시 올드타운 2022 oil on canvas 10F

시인을 꿈꾸던 한희원은 미대를 나오더니, 교사가 된다. 1997년 ‘내 영혼의 빈터’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며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 예술의 고향 광주광역시 양림동에 한희원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한희원은 ‘피로스마니의 그림자’라는 글에서 ‘늙은 나무의 그림자가 내 그림자와 겹친다 겹쳤다 흩어졌다 한다 그림자가 겹치면 어둠이 더 짙다 바깥의 어둠은 나무의 긁힌자국을 감추고 안의 어둠은 나의 상처를 감춘다 눈물로 그린 그림은 그림자가 짙어질 때 볼 수 있다 형상과 형상이 하나가 될 때 이때다. 언어를 잃어버린 시간이다 어느, 화가가 길을 걷는다 흰 체리꽃이 눈부시다 하얀꽃 하얀잎들 아 짙어가는 시간 흑색의 그림자가 체리꽃잎에 부서진다 횟빛건물에 기대어 그의 체온을 받아 드린다 오랫동안이었다 그대로 있는 시간이 그림자 눈물 흘린다’고 했다.

한희원 트빌리시의 늦가을 2022 oil on canvas 10P

▶짝사랑 대상 마가레트의 통곡= 화가 피로스마니는 상점 간판을 그리던 날 프랑스 출신 여배우 마가레트가 트빌리시로 순회공연을 오게 되었다. 그녀를 본 피로스마니는 무엇에 홀린 듯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의 열병을 이기지 못하고 전 재산을 팔아 수많은 장미꽃을 사서 그녀가 단 하루 묵는 호텔광장과 창문에 장식하여 구애한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와 파리로 떠나버리고 그는 행려병자처럼 지내다 1918년 4월9일 55세의 나이로 지하실에서 숨진다.

시인 안드레이 보즈엔센스키가 그의 애절한 사랑을 시로 쓰고, 라트비아곡에 이를 붙여 탄생한 노래가 ‘백만송이 장미’이다.

세월이 흘러 프랑스에서 피로스마니의 대 회고전이 열렸을 때 늙은 여배우 마가레트는 그의 그림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진정 자기를 사랑한 사람은 피로스마니”라면서.

화가 한희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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