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대심도 터널과 다목적 저류조 급하다

기자 2022. 8. 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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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단 하루의 폭우로 9명이 사망·실종되고, 3000여 이재민이 발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이번 홍수 및 수방대책과 관련해 10년 전 백지화된 '대심도 빗물 터널' 6곳에 대한 공사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10년간 대심도 터널에 1조5000억 원을 집중 투자하고 이와 병행해 하수관로를 정비하고 빗물 저류조·펌프장을 설치하는 등 총 3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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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환 대진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국가수자원관리위원

지난 8일 단 하루의 폭우로 9명이 사망·실종되고, 3000여 이재민이 발생했다. 서울 강남대로에 강물이 흐르듯 하고 시내버스 운전석까지 물이 차는 모습은 어느 후진국 도시를 연상케 했다.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도림천이 범람해 반지하 일가족이 숨지고, 맨홀에 빠져 실종되는 등 그야말로 후진국형 재해였다. 과학 문명의 첨단 도시 1000만 서울이 무기력해졌다. 2011년 광화문과 강남역 침수 이후 심심찮게 반복되는 도심지 침수에 속수무책처럼 보인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서울 동작구 기상청사의 자동 관측장비로 측정된 8일 일강우량이 381㎜에 달했다. 이는 1907년 ‘경성측후소’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일강우량이다. 시간당 강우량 141㎜ 역시 서울지역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필자가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일강우량은 약 100년 빈도에 해당하고, 시강우량은 300년 빈도 이상으로 추정됐다. 세칭 역대급이다. 그러나 기습적 폭우로 인한 재해라고 해서 면피 되는 건 아니다. 기후변화 시대인 만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기에 변명이 군색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이번 홍수 및 수방대책과 관련해 10년 전 백지화된 ‘대심도 빗물 터널’ 6곳에 대한 공사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10년간 대심도 터널에 1조5000억 원을 집중 투자하고 이와 병행해 하수관로를 정비하고 빗물 저류조·펌프장을 설치하는 등 총 3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수자원 방재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하고 반가운 일이다. 이 계획이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정책으로 안착하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해 본다.

우선, 대심도 터널 방법론이다. 기존 신월배수터널의 효용이 입증됐음에도 대심도 터널 계획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광화문이나 강남역처럼 극도로 발달한 도심지는 각종 관로와 지하철 같은 중요한 지하 시설물들의 간섭과 이설이 불가피하다. ‘집중형 홍수방어 시스템’인 대심도 배수터널이 시간적·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대신 놀이터나 운동장 지하 또는 지하주차장을 활용해 소규모 다목적 저류조를 설치하는 ‘분산형 홍수방어 시스템’도 고려해야 한다. 각 지역 여건에 따른 경제성과 효율성을 면밀히 분석한 최적의 선택이 요구된다.

다음으로, 시설기준의 탄력적 적용이다. 도시 배수관로와 펌프장은 방재 성능 목표 강우나 30년 빈도 이하 설계강우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도심지 상습침수지역이나 중요 시설물은 설계기준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 대책도 필요하다.

끝으로, 지속적 예산과 전문가 시스템 구축이다. 일본처럼 전체 예산에서 일정 비율을 방재 예산으로 할당이 필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사후 복구사업 위주에서 효율적인 예방사업 위주의 방재정책으로 선진화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 가능한 사업의 효율성 제고와 의사결정은 민·관 전문가 거버넌스를 통해 합리적 집단지성으로 완성된다.

완벽한 방재 시스템을 갖추긴 어렵다하더라도 탄력성과 회복력을 가져야 한다. 당국은 이번 수재를 반면교사 삼아 실질적인 방재정책을 세워 수도 서울의 시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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