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IPO 침체에 청약 풍속도 급변..쏘카, 실권주 전부 기관에 할당

심우일 기자 2022. 8. 11. 11: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KIET IPO 후 '우리사주 실권→개인' 배정 공식 굳었다
쏘카, 시장 악화에 실권난 우리사주 120억 규모 기관에
크래프톤 트라우마에 쏘카 우리사주 청약률 39% 그쳐
[서울경제]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인 쏘카가 우리사주 청약에서 발생한 약 120억 원 규모의 실권주를 모두 기관투자가에게 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주 투자가 인기를 모았던 작년만 해도 우리사주 실권주를 개인투자가에게 돌리는 경향이 뚜렷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하며 투자 위험도가 높아진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지난 10일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리사주 청약을 마무리했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주식은 전체 공모 주식(364만 주)의 20%인 72만 8000주였다.

청약률은 39%로 나타나 전체 우리사주 물량의 61%, 약 44만 주의 실권이 발생했다. 이를 공모가(2만 8000원)로 계산하면 약 120억 원의 우리사주 물량이 제 주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쏘카가 우리사주 실권주를 모두 기관투자가에게 할당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실권주를 가급적이면 개인투자자에게 추가 할당하려는 기조가 강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카카오뱅크(323410) 등 올 초 혹은 지난해 IPO를 실시했던 주요 기업들은 우리사주 실권 물량을 모두 개인투자자에게 돌리려고 했다. 두 회사 모두 상장 직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기록한 뒤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하는 것)’ 기대감이 컸던 만큼, 개인투자자에게 할당되는 물량을 최대한 늘려주려는 전략을 취했던 것이다.

‘우리사주 실권주→개인 할당’ 공식이 생긴 계기는 지난해 5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 IET)의 IPO 과정에서 논란이 생기면서다. 당시 SK IET 상장 주관사는 기관투자가에 우리사주 실권주 물량을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개인투자자들은 “공모주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얻을 기회를 왜 개인이 아닌 기관에게 주느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도 “실권주를 개인에게 돌리라”고 압박했다. 결국 주관사는 기관에 할당하려던 실권주를 개인에게 주기로 방향을 바꿨다.

IPO 시장과 공모주 투자 분위기가 1년여만에 확 바뀌자 우리사주 등의 실권주에 대한 관심은 급랭했다. ‘청약만 하면 외식값은 번다’는 속설이 돌만큼 지난해 IPO 시장이 활황을 보였지만 올 해는 현대엔지니어링·SK쉴더스·원스토어·CJ올리브영·현대오일뱅크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상장 취소를 발표하는 등 공모주 시장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쏘카 측에서 우리사주 실권주를 전부 기관에게 돌리는 것이 당연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쏘카 측에서도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사주 물량을 개인들에게 밀어낸다’는 말을 듣고 싶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따상’이 속출했던 지난 2020~2021년이 특이했던 것”이라며 “공모주는 위험도가 높은 투자여서 우리사주 실권 물량 등은 기관에 할당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쏘카의 우리사주 청약률이 39%로 저조하게 나타나 일반 청약의 흥행 기대감도 줄어들게 됐다. 우리사주 청약은 회사의 성장 및 수익성 등을 가장 잘 아는 직원들이 나서는 것이어서 청약률의 높고 낮음이 일반 투자자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에서 우리사주 초과 청약이 나타나는 등 각 회사 우리사주 조합원들의 투자 열기가 뜨거웠지만, 당분간은 IPO 시장이 냉각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사주 인기가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로 우리사주 청약 대출 금리가 4% 중반까지 뛰어오른 것도 청약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최근 보호예수가 풀린 크래프톤(259960) 우리사주조합에서 50%에 육박하는 손실률이 예상되는 등 ‘투자 실패’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우리사주 청약을 꺼리게 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크래프톤은 직원 1명당 264주의 우리사주를 받아 평균 1억 3147만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현재 주가가 공모가(49만 8000원)의 반토막 수준인 26만 원 수준이라 인당 손실액이 6300만 원에 육박한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