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대중 외교 '發展이익' 활용할 만하다

기자 2022. 8. 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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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한국 반도체산업 중국에 필수

칩4 참여는 선택 문제 아니고

가입 뒤 중국 반발 무마가 과제

中 국방法 발전이익 개념 도입

尹정부가 같은 논리로 설명 땐

수교 30년 계기 新관계도 가능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중국의 견제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최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일본, 대만이 참여하려고 하는 반도체 공급망 ‘칩4 동맹’에 대해 노골적인 반대 견해를 밝히면서 유독 한국을 상대로 강력한 반발과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전략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반도체 공급처 및 기술 이전 대상의 역할)을 고려할 때, 한국의 칩4 동맹 참여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미국의 기술과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도 칩4 동맹 가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점은 ‘칩4 동맹에 가입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칩4 동맹 가입 후 어떤 논리로 중국을 이해시키고 중국의 반발을 잠재우느냐’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향후 중국을 상대로 우리의 입장을 내세울 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념을 하나 제시해 본다. 지난 몇 년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핵심 이익의 범주에서 주권·안보와 함께 강조하는 것이 ‘발전(發展)이익’이라는 개념이다. 중국은 발전이익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문건들을 중심으로 정의해 보면 ‘경제·기술을 포함해 중국의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모든 활동’을 가리킨다.

즉 발전이익이란, 미국으로부터 외교·경제적 압박을 받고 미국과의 심각한 갈등이 중국을 위협하더라도 자국의 발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어떤 활동도 반드시 추진해야만 한다는 이른바 자국의 행동에 대한 나름의 외교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개념이다. 특히, 중국은 2020년에 ‘국방법(國防法)’을 개정하면서 제47조에 ‘중화인민공화국의 주권, 통일, 영토 완전, 안보와 발전이익이 위협을 받을 경우 국가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따라 전국 총동원 또는 부분 동원을 진행한다’고 규정해 ‘발전이익’을 새로운 국가 동원령 발동 조건으로 추가했다. 즉, 중국은 발전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까지도 불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다지면서 발전이익을 대미 저항의 강력한 도구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 개념을 우리의 대중 외교에 도입해 활용할 경우 기대되는 이익이 상당하다.

우선, 우리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중국에 설복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언급하고 또 현재 중국이 대미 외교에 활용하고 있는 발전이익이란 개념을 활용해 우리의 입장을 설명한다면 중국은 이를 반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중국의 정치 구도상, 시 주석은 과거 마오쩌둥과 비슷한 수준의 정치권력을 향유하고 있으며, 중국의 누구도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칩4 동맹 가입을 발전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한다면 중국은 한국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또한, 논리적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적 제재 또는 외교적 압박도 실행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미·중 관계에서 중국의 발전이익을 중국이 규정하듯이, 대중 외교에서 한국의 발전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은 우리의 권한이므로 칩4 동맹 가입을 한국의 발전이익이라고 규정하기만 하면 어렵잖게 중국의 반발을 해결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 온 당당한 대중 외교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은 또 하나의 장점이다. 사실 우리가 칩4 동맹을 비롯한 미국 주도의 다자간 플랫폼에 참여하는 진정한 목적은 중국 배제가 아닌 한국의 발전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있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의 경제·기술 발전과 경제 안보를 추구하기 위해 행하는 정당한 외교적 활동에 중국의 이해를 구한다거나 중국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국을 상대로 한 ‘설득 외교’보다는 중국이 주창한 개념을 활용해 우리의 입장과 결정을 당당하고 확고하게 중국에 알리는 것이 중국의 압력이나 ‘내정간섭’을 막는 보다 효과적인 길이다. 오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양국 관계 수립을 모색하는 시점에, 윤 정부가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의 새로운 한·중 관계를 형성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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