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최전선 투입할 '죄수부대' 모집..살인범 환영, 강간범은 안 돼"

CNN 탐사보도..반년 버티면 사면·월 420만 원 조건 제시
2주 만에 훈련 마치고 최전방으로..'총알받이 미끼' 이용당할 수도

러시아가 교도소 수감자들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하기로 결정하고 병력 모집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NN은 현지시각 10일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인 와그너가 '살인·강도범 환영, 강간·마약범은 NO'라는 선발 원칙을 가지고 교도소를 돌며 병력 모집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설 친위부대로 알려졌습니다.

CNN이 한 달간 탐사를 거쳐 수감자 당사자와 가족·친지·인권단체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교도소 채용 대상에게는 단 6개월 복무로 남은 형기를 말소하고 죄를 사면해주는 조건이 제시됩니다.

개인에 따라 10만∼20만 루블(역 210만∼420만 원) 수준의 월급도 제시됩니다. 사망 시 가족에게 500만 루블(약 1억 원)을 약속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면 러시아 국경지대인 남부 로스토프주에서 2주간 훈련받은 뒤 우크라이나 최전방으로 파견되는 방식이라고 CNN은 보도했습니다.

러시아의 '교도소 현장 채용'은 6월부터 시작돼 7월 들어 규모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이 6개월째 이어지면서 심각한 병력 부족에 시달리자 죄수들을 최전선에 투입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징집병을 최전방으로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태입니다. 내부 반발 우려로 전쟁을 위한 총동원령도 내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 마약 관련 범죄로 복역 중인 한 수감자는 교도소에 밀반입한 휴대전화를 통해 CNN에 "(죄명) 살인은 괜찮지만 강간·테러범, 소아성애자는 안 된다"며 "여기서 400명이 지원했고, 이 중 50명이 뽑혀 감옥의 별도 격리장소로 이동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나는 기꺼이 참여할 의향이 있다"며 "운 좋으면 6개월 만에 나가는 건데, 거의 10년 갇히는 거랑은 차이가 크다. 물론 운이 좋았을 때 얘기다. 집에 가서 애들을 빨리 보고 싶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2주 만에 훈련을 마치고 최전방에 내던져진 죄수 부대가 격렬한 전투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수감자는 많지 않기 때문에 '죄수 부대'가 총알받이 미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수감자 인권 단체를 이끄는 블라디미르 오세킨 대표는 "수감자 용병들은 우크라이나 진지로 접근해 우크라이나군을 유인하는 미끼로 사용될 확률이 높다"며 "러시아 정규군은 우크라이나군이 수감자 병사를 공격하는 동안 우크라이나군을 보다 정확하게 타격하는 걸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버스정류장에 러시아 병사 사진과 '러시아의 영웅들에게 영광을'이란 문구가 적혀있는 포스터. /사진=연합뉴스

또한 와그너가 한 약속이 지켜질지도 미지수입니다. 러시아에선 민간 용병 기업이 법적으로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와그너는 공식 문서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단체입니다. 오세킨 대표는 "러시아에선 용병 모집이 불법이기에 와그너가 한 모든 재정적 보상 약속은 실제 이행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야당도 "용병 지원은 죄수들이 감옥에서 탈출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와그너는 지난 2014년 돈바스에서 친러시아 분리독립 세력이 내전을 일으킨 것을 계기로 창설됐습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이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벌이는 비밀 임무를 수행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고문 등 잔혹한 행위를 서슴지 않아 국제적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와 교정 당국은 CNN의 관련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안유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bwjd55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