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첫방] '당소말', 휴먼드라마의 정석

우다빈 2022. 8. 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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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첫 방송된 KBS2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말기 암 환자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네덜란드 실제 재단에서 모티브
지난 10일 방송된 KBS2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이하 '당소말')은 삶의 끝에 내몰린 위태로운 청년이 호스피스 병원에서 사람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며 아픔을 치유해가는 힐링 드라마다. KBS2 제공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이 잘 쌓은 초석에서 출발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듯한 캐릭터들이 운명처럼 호스피스 병원에 모였고 한 가지의 목적을 위해 함께 정진한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KBS2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이하 '당소말')은 삶의 끝에 내몰린 위태로운 청년이 호스피스 병원에서 사람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며 아픔을 치유해가는 힐링 드라마다. 말기 암 환자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네덜란드의 실제 재단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소원을 들어주면서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 주 서사다.

이날 방송에서는 윤겨레(지창욱)과 강태식(성동일)이 악연처럼 얽혔다. 윤겨레는 모종의 사연으로 교도소에서 출소했지만 누군가에게 계속 쫓기는 신세가 됐다. 장석준(남태훈)은 윤겨레가 갖고 있는 3억 원을 노리고 계속 뒤를 밟았다. 보육원 출신 동기를 찾아가 맡긴 자신의 돈을 회수한 윤겨레는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예감했다. 호텔 스위트 홈에서 반려견과 함께 생일을 자축하는 모습이 어쩐지 서글픔을 남겼다.

이 가운데 호스피스 병원 팀 지니의 반장 강태식은 환자를 위해 여름을 겨울처럼 꾸미고 인공 눈을 뿌렸다. 마지막 소원으로 아내의 묘지를 보고 싶어 하는 노인을 위해 팀원 모두 구급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 순간 같은 도로에서 윤겨레는 장석준과의 추격전을 벌였고 구급차가 가드레일에 박는 사건이 벌어졌다. 강태식은 부상을 입었지만 죽음을 앞둔 노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윤겨레를 구급차 운전대에 앉혔다. 이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고 노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세상을 떠났다.

윤겨레는 생전 처음으로 본 바다에 급작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삶의 회의감을 못 이기고 바다에 뛰어들던 윤겨레를 잡은 것은 강태식이었다. 강태식은 윤겨레를 경찰서로 끌고 갔고 이 과정에서 윤겨레의 아버지 이름을 듣게 됐다. 결국 윤겨레는 호스피스 병원 봉사활동 명령을 받았다. 간호사 서연주(최수영)는 윤겨레를 보면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고 본격적으로 호스피스 병원의 일상이 시작됐다.


힐링 드라마의 3요소

'당소말'은 힐링 드라마를 표방했다. 힐링 드라마라는 장르가 갖고 있어야 하는 메시지·연출·인물의 성장 등이 1회부터 담백하게 그려졌고 보기 편한 이야기가 완성됐다. 자극과 신파보다는 촘촘하게 짜인 환자들의 에피소드가 예고됨에 따라 시청자들도 편안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나 영화나 1회부터 켜켜이 쌓인 서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극대화된다. 여기서 이야기와 갈등이 고조될 땐 캐릭터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꼭 '사이다' 결말만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남기진 않기 때문이다. 성장하고 또 달라진 인물의 모습이 또 다른 관전포인트로 자리 잡곤 하는데 그렇기 위해선 1회에서의 캐릭터 빌드업이 중요한 핵심이다. '당소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주인공인 보육원 출신, 교도소를 갓 출소했다는 설정을 가진 윤겨레다.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하고 남의 돈으로 추측되는 거액을 손에 넣는 모습에서 우리는 이 윤겨레가 호스티스 병동 내 고난과 과정을 거쳐 끝내 성장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2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은 삶의 끝에 내몰린 위태로운 청년이 호스피스 병원에서 사람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며 아픔을 치유해가는 힐링 드라마다. KBS2 제공

지창욱은 그간의 내공을 살려 거칠고 공허한 윤겨레를 완성했다. 짧은 머리에 화려한 패턴의 정장을 입지만 어딘가 맵시가 나지 않고 반려견 외에는 의지할 곳 없는 인물이다. 윤겨레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음을 알게 하는 서사가 짧게 설명되는데 여기서 지창욱의 연기 표현이 더해지면서 인물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또 지창욱과 성동일의 케미스트리도 기대를 모은다. 바다를 바라보는 윤겨레와 윤겨레를 바라보는 강태식은 마치 부자(父子)의 모습 같기도 하다. 특히 윤겨레의 가정사가 베일에 싸여 있고 또 이를 강태식이 알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보통 인연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병동의 팀장인 강태식과 재판부의 명령으로 온 전과범 윤겨레는 선인과 악인처럼 대조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풀리지 않은 '떡밥'들이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최근의 안방극장은 휴먼 드라마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당소말'의 참전이 수목극 판을 뒤흔들 카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당소말'의 시청률은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3.6%다. 전작 '징크스의 연인'의 마지막 회 성적인 3%보다 소폭 상승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13.5%를 기록하면서 수목극 1위를 유지했다. tvN '아다마스'는 2.6%로 집계됐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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