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의 시대가 도래했다[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2. 8. 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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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 이정재의 시대가 도래했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해외 유수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휩쓸더니, 이젠 메가폰을 쥐고 직접 연기까지 한 영화 ‘헌트’를 대중 앞에 내놓는다.

“말로 잘 표현이 안 돼요. 감사하다는 말 외엔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네요. 선배들 활동하는 것 보면서 제2의 전성기가 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는데요. 저는 ‘관상’(2013)으로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정말 감사하게도 제2의 전성기가 오는 건가 했거든요. 그런데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뒤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예요. 연출을 한 영화가 칸에도 갔고요. 운이 좋았습니다.”

이정재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헌트’ 연출을 해낸 만족감과 개봉하는 설렘, 그리고 정우성, 고윤정에게 감탄한 지점 등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고윤정, 입체적 연기하려는 자세에 감탄”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그는 극 중 ‘박평호’로 분해 ‘청담부부’로 불리는 정우성과 함께 합을 맞춘다. 두 사람은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3년 만에 재회했다.

“정우성은 제 생각과 상당 부분 같아요. 나이까지 같고요. 또 매니지먼트사도 같이 운영하잖아요. 대한민국이 다 아는 ‘절친’한 사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영화로도 뭉치는 건데, 개구진 모습보다는 우리 나이에 맞는 얼굴들을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나이를 먹었으니까요. 하하.”

유정 역의 고윤정은 이 영화에서 발견한 보석이다. 이정재와 연기하면서도 절대 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기성 배우부터 신인 배우까지 가장 오디션을 여러번 본 캐릭터가 유정이었어요. 기성 배우가 하는 것이 좋을지 혹은 신인 배우가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유정 역에 잘 어울리고 연기도 자연스럽게 해야한다는 점이었죠. 실제로 만난 후보 중에서는 고윤정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부 투표에서도 그가 유력하게 뽑혔죠. 함께 연기해보니 질문도 정말 많더라고요. 입체적으로 연기하려는 모습도 되게 좋았고요. 전 젊을 때 안 그랬거든요. 하하.”

‘감독 이정재’란 타이틀 덕분일까. 작품 속에선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조우진, 정만식 등 대단한 카메오 군단들도 출동한다.

“황정민과 이성민 선배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연기를 굉장히 잘해주는 배우가 하길 바랐어요. 그런데 사실 두 분이 해줄 줄은 꿈에도 몰랐죠. 너무 큰 욕심이었는데 덥석 해준다고 해서 정말 감사했어요. ‘정우성과 니가 같이 나오면 당연히 도와줘야지’라고 하더라고요. 그 외의 동료들은 연락이 많이 왔는데 거절하기 바빴어요. 유명한 배우들이 너무 많이 나오면 영화의 집중력을 해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제작사 대표가 이 얘길 듣더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 출연 가능하게 해달라’고 제게 계속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장면에 넣어서 끝내는 게 좋겠다 싶었죠. 그렇게 탄생한 장면들이에요.”



■“감독 해보니, 상대 얘길 더 많이 듣게 되더라고요”

사실 처음부터 감독을 할 생각은 없었다. 원작 시나리오를 산 뒤 여러 감독들을 만났으나 구미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결국 제작사에서 연출을 해보라고 자신에게 권유했다고.

“제안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괜히 잘못 시도했다가 꽤나 많은 비난을 받으면 제 배우로서 커리어에도 지장이 올까봐요. 그런 불안감이 많았죠. 또 배우 출신 신인 감독이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아서 그만큼 리스크도 클 거란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시나리오로 입증해내야만 했어요. 각색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에 집중했죠.”

현장에선 ‘소통’을 중요시했다는 그다.

“각본, 제작, 연출, 연기까지 하면서 영화란 ‘공동의 작업’이라는 걸 또 한번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상대방의 얘길 많이 들어야 하고, 내 얘기도 잘 해야하는구나 싶었죠. 모두가 다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예전에 제가 경험한 현장에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감독의 의지대로 밀고 나가려던 작품도 해본 적 있는데 그런 기억이 있다보니 이번 현장에선 ‘내가 저 사람을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설득 당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마음으로 대화를 해나갔죠. 그 노력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긴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이뿐 아니다. 언론배급시사회 직전까지도 편집을 손볼 정도로 영화에 책임감을 다했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하기 어려운 고된 작업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일까.

“제 삶에 있어서 ‘책임감’은 중요한 가치에요. 배우 생활할 땐 현장 안에서만 교류하면 되지만, 감독이 되니 현장 뿐만 아니라 촬영 이후의 후반작업에 숨은 스태프들까지 만나면서 작업을 해야하더라고요. 그들이 영화에 쏟는 열정을 지켜보면서 제 책임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단 한 컷을 바꾸더라도 영화가 좋아진다면 끝까지 해내야하지 않을까란 책임감이요. 물론 그 책임감이 굉장히 절 힘들게 했지만요. 차기작 연출 계획이요? 아뇨. 당분간은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하하.”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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