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산: 용의 출현' 압도적인 해전과 거북선

2022. 8. 1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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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첩으로 불리는 ‘한산도대첩’은 세계 해전사에도 길이 남은 전투다. 그동안 글로만 접해왔던 학익진 전술과 환상적인 거북선의 활약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51분간의 해전 신이 영화의 백미다.

1592년 4월. 조선은 임진왜란 발발 후 단 15일 만에 왜군에 한양을 빼앗기고, 왜군은 명나라로 향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부산포로 집결시킨다. 이전 전투에서 손상을 입은 거북선은 출정이 어려워지고, 첩자에게 배의 도면마저 빼앗긴 상황에서 좌수사 이순신은 전략을 고민한다.

왜선 20척을 수장시켰던 고성 당항포 해전 이후 약 한 달간, 한산 해전이 일어난 후일까지를 그리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2편으로, ‘명량’ 김한민 감독이 명량해전이 일어나기 5년 전, 전쟁 초기 이순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시작됐다. 거북선 없이 출전, 어떻게 12척의 배로 330척의 대군을 물리칠 수 있었는가를 보여준 ‘명량’에 비해 ‘한산: 용의 출현’은 적을 유인하여 섬멸하는 ‘학익진’과 함께 당시 거북선의 파괴력을 눈앞에서 확인시켜주는 영화다. 전장의 치열한 수 싸움과 함께 다이내믹하게 재현된 학익진, ‘용의 출현’이라는 부제에 걸맞는 후반부 거북선 등장이 클라이맥스다. 40대 후반의 이순신을 연기한 박해일은 전작의 최민식보다 젊고 강한 기세와 함께, 냉철한 전략가로서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준다. 박해일과 ‘극락도 살인사건’, ‘최종병기 활’을 함께 했던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을 표현한 자료 중 ‘영명한 눈빛이 마치 선비와 같았다’라는 부분이 박해일 배우를 떠오르게 만들었다”며 캐스팅 배경을 전했다. 박해일은 파죽지세로 진군하는 왜군과 절대적 수세에 놓인 위기 속에서도 신중한 전략과 대담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순신을 표현해냈다. 완벽한 빌런 같았던 전편에 비해 서로 대립하는 왜장들, 군 내부에 숨어든 첩자와 조선에 투항한 항왜군 등 왜군의 캐릭터가 다채롭게 변주됐다는 점도 돋보인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캐릭터에 도전한 변요한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아군도 밟고 올라서는 왜군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을 맡아, 전작의 조진웅 표 와키자카와는 또 다른 강력한 빌런미를 내뿜는다. ‘범죄도시’를 거쳐 ‘킹덤’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김성규가 이순신의 신념을 보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자 항왜 군사가 된 왜군 병사 준사 역을 맡았다. ‘우리들의 블루스, ‘범죄도시2’에 출연한 박지환이 웃음기 쏙 뺀 모습으로 거북선의 설계자 나대용을 연기한다. 전쟁의 승패를 가를 거북선을 완성하고자 끝까지 설계에 혼신을 다하는 나대용 역의 박지환은 신스틸러로 충분하다. 영화는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진법으로 최초 일렬 횡대를 취하다, 적군이 공격할 시 중앙의 부대가 물러나며 좌우의 부대가 적군을 포위 공격하는 ‘학익진’을 마치 드론을 띄워놓고 실제로 보는 듯한 리얼함을 선사한다. 왜선들을 부수며 등장하는 거북선은 바다 위에 배를 띄우지 않고 촬영한 최초의 해전 영화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제작진은 여러 사료와 영화적 상상력을 조합, 전투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실효성 있는 거북선 모델을 만들어냈다. 덮개를 만들고 칼과 송곳을 꽂아 개량함으로써 일본 수군의 백병전술에 대비했던 거북선은 박물관이나 한산도 앞바다에 전시된 질서 정연한 모습이 아닌, 당시 ‘복카이센(전설 속의 해저 괴물)’으로 불릴 만큼 압도적인 스케일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전투에 합류한 의병들의 대사, “이 전쟁은 무슨 싸움입니까”를 묻는 항왜군 준사의 말은 단순한 전쟁 영화 또는 애국심 고취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는 듯 하다. 반대를 무릅쓰며 ‘바다 위의 성’을 쌓는 학익진 전술을 강행했던 이순신 장군의 날카로운 전술 능력과 함께 거북선 등장만으로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영화다. 러닝타임 129분.

[글 최재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1호 (22.08.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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