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life 제841호 (22.08.09) BOOK

2022. 8. 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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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왜 좀비와의 전쟁터가 됐나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폴 크루그먼 지음 / 김진원 옮김 / 부키 펴냄
좀비와 싸우는 건 ‘킹덤’의 왕세자만이 아니다. 경제학자도 반지성주의에 물든 군중들과 싸워야 하는 운명이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이 대표 선수로 링에 올랐다. 좀비들은 성장과 분배, 감세와 증세, 국가부채의 증대와 감소, 사회 복지의 확대와 축소, 기후 위기, 탈원전, 일자리 창출과 실업 문제, 이민 정책 등을 물고 늘어진다.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가 경험했던 거의 모든 경제 논쟁에 관해 폴 크루그먼이 글러브를 끼고 하나씩 각개격파에 나선다.

코로나19의 습격 5개월 차에 책을 출간하면서 그는 서문에서 코로나19에 맞선 정부의 경제 정책을 맹공한다. 비현실적일 만큼 형편없이 대처했다고. 스웨덴과 같은 집단 면역 실험의 처참한 실패를 목격한 뒤 각국 정부가 펴야 할 최선의 전략은 활동 제약이었다. 술집도 식당도 닫고, 집 안에 머무르기. 동시에 경제적 타격을 받는 노동자와 사업체를 재정으로 지원해 불평등에 대처해야 했다. 미국의 초기 대응이 대실패를 한 이유로 그는 정치 분열을 꼽는다. 팬데믹이 트럼프 반대파가 지어낸 거짓말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마스크 착용이 문화 전쟁으로까지 번진 나라의 선두에 미국이 섰다. 봉쇄로 가장 피해를 보는 레저, 서비스 산업은 공화당 지지층이 많았다. 산업 이해관계자는 빠른 경제 재개를 요구했고 방역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게다가 우파는 코로나 통제가 좌파의 큰 정부론을 뒷받침할 것이라 우려했다. 마스크는 정치 전쟁의 도구가 됐다. 그는 “현대 미국의 보수주의는 대체로 이기주의의 신성화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한다. 방역에 실패한 대가로 미국의 수만 명은 목숨을 잃었고, 짧았을지 모를 경기 침체는 장기 불황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이게 다 좀비 탓”이다.

국제 무역 연구로 경력을 출발한 크루그먼이 자신의 전공까지 운운하며 날을 세우는 전투는 자유무역이다. 2018년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발발시키며 트럼프가 국제 무역을 공격할 때, 그는 더 열띤 논조로 반박에 나선다. 세계 무역 체제는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신념에서 창안되었을 뿐 아니라 평화를 증진하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유 무역의 목적은 무엇보다 미국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무역 정책을 쥐락펴락하는 특수 이익 집단의 정치 활동과 철면피한 부정부패를 제한하는 목적을 트럼프가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은 국가 간 협상에서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꼬집는다.

박멸했다고 생각해도 또 튀어나오곤 한다는 뜻에서 ‘기후 변화 부정 좀비’에게는 ‘바퀴벌레 좀비’라는 별칭까지 붙여준다. 이들은 기후 변화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인간이 기후 변화를 가져왔지만 이에 대응할 때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를 망친다는 선전을 통해 좀비처럼 끊임없이 되살아난다고 저자는 비난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다른 어떤 것, 예컨대 의료 보험 개혁, 소득 불평등 해소, 금융 위기 극복도 다 부질없는 일이 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거듭 강조한다.

▶예술과 가까워지는 사적인 방법 『인생, 예술』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내가 이들을 마주할 용기만 발휘한다면, 이들은 기꺼이 나의 감정을, 욕망을, 결핍을 왜곡하지 않는 거울이 되어 줍니다.” 연인도 가족도 아닌 이 절절한 애정고백의 대상은 바로 예술이다. 『보그』, 『바자』 등의 에디터를 지내고 현재는 국제갤러리 디렉터인 저자는 19명의 예술가의 인터뷰를 담은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에 이어 두 번째 책으로 예술 에세이를 펴냈다.

작가는 십수 년 전 본 작품부터 최근에 만난 작품까지 예술과의 만남에서 비롯된 사적인 이야기들을 감정, 관계, 일, 여성, 일상이라는 5가지 주제로 적어 내려갔다. LA 출장에서 만난 마크 로스크의 작품 앞에서 삶의 첨예한 딜레마에 관한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아니쉬 카푸어의 ‘쓰리’를 통해서 경험했던 ‘스탕달 신드롬’을 고백하기도 한다.

젊은 작가 문성식이 오로지 ‘그리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그려나가는 가족의 역사를 조명해내기도 하고, 폴 매카시의 자화상을 통해서 삶의 감각을 일깨우며 존재하는 방법을 발견하기도 한다. 예술가들의 부단한 노력과 분투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만날 때 책의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우리가 예술과 한없이 가까워지려 노력할 때, 우리의 삶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하는 책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1호 (22.08.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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