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그루밍..그루밍의 중도(中道)

2022. 8. 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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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깨어 있는 시간 중 3분의 1을 그루밍에 쓴다. 대략 하루에 600~1000번 정도를 하는 셈이다. 그루밍으로 털을 정돈하고 체온을 조절하며 서로 신뢰와 애정을 표현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기도 하지만, 너무 심하게 그루밍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다면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는 몸단장이다. 털을 꼼꼼히 구석구석 핥아 죽은 털을 빼내고 남은 털을 가지런히 정돈한다. 이때 털에 붙은 먼지와 함께 벼룩이나 진드기 같은 해충도 제거하므로 위생 목적도 상당 부분 달성된다. 둘째는 체온 조절이다. 여름철에는 침으로 털을 적셔 열기에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높아진 체온을 떨어뜨린다. 셋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함이다. 그루밍을 하는 동안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마음이 진정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다. 넷째, 애정 표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스스로 핥을 수 없는 머리나 목, 귀 뒤쪽 등을 서로 핥아 주면서 신뢰와 애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서열이 높은 고양이가 서열이 낮은 고양이를 그루밍해 주며 애틋하게 보살피는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고양이들이 그루밍에 집중하는 모습은 경이롭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유의할 것이 있다. 바로 ‘헤어볼’이다. 그루밍하는 동안 삼킨 털이 몸속으로 들어가는데, 대부분은 대변에 섞여 배출되고 일부가 둥글게 뭉쳐져 구토를 통해 입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장기에 남아 점점 더 크게 뭉쳐진 털뭉치가 어느 쪽으로도 배출되지 않고 있다가 내장 기관을 막아 버리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헤어볼을 예방하려면 평소 꾸준히 빗질을 해 죽은 털을 과도하게 삼키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또 섬유소가 풍부한 식품을 급여하면 장 내 털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그루밍에도 ‘적정선’이 있어 너무 심한 그루밍은 문제가 된다. 고양이 혀에 난 돌기가 제법 까끌까끌해 피부가 약한 부분에는 쉽게 상처를 낼 수 있어서다. 고양이의 오버 그루밍은 특히 스트레스가 심할 때 나타나는데, 대개 주거 공간이나 가족 구성원, 새로운 반려동물의 입양, 배변 장소 이동 같은 환경적 변화가 이유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강의 이상 징후일 수도 있어 유심히 살펴야 한다. 가령 입술 주변을 오버 그루밍하면 치주염이나 구강 궤염을 앓고 있을 수 있고, 발바닥을 오버 그루밍하면 가시가 박혀 염증이나 물집이 생겼을 수 있다. 또 배 쪽의 오버 그루밍은 복부 통증 때문일 수 있고, 생식기를 과도하게 그루밍하면 요로 감염이 원인일 수 있다. 엉덩이를 오버 그루밍한다면 설사나 변비로 인해 통증이 있거나 가려워서, 혹은 기생충 때문일 수 있다. 아무튼 이 모든 경우에서 오버 그루밍은 상처를 악화시키고 다른 질병의 감염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반드시 멈추도록 해야 한다. 먼저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고, 스트레스 요인을 최대한 제거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 적당한 놀이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고, 영양 식단을 급여해 평소의 루틴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루밍을 아예 안 하는 고양이는 또 어떨까. 이 역시 관찰 대상이다. 그루밍에 별달리 취미가 없는 고양이가 더러 있기는 해도 그루밍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입안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강 질환이 생기면 통증 때문에 그루밍을 할 수 없다. 이 외에도 살이 너무 쪄 혀가 몸에 닿지 않는 고양이, 나이가 많아 기력이 없는 고양이, 관절염이 있는 고양이, 우울한 상태의 고양이도 그루밍을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보호자가 빗질로 그루밍을 대신해 주고 세심한 보살핌으로 불편함을 덜어 주어야 한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1호 (22.08.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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