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넘쳐나는 시대..머니 러시

2022. 8. 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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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모두 부유하게 사는 것만 같다. 이런 위화감을 느껴본 적이 없나? 위와 아래의 격차는 커졌지만, 현 시대만큼 많은 돈이 떠돌아 다닌 적은 없는 듯해 보인다. 돈을 좆는 우리 시대의 트렌드, 사람들은 이걸 ‘머니 러시’라 부른다. 19세기 미국에서 금광이 발견된 지역에 사람들이 몰렸던 골드 러시처럼, 머니 러시는 돈이 되는 것에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걸 뜻한다.

올해 팔순의 연배에 접어든 필자의 어머니는 어디선가 돈을 꾸는 행위 자체에 굉장한 거부 반응을 보인다. 그 시대에는 그랬던 것 같다. 아버지가 받아오는 월급으로 저축을 하고, 나머지 돈을 쪼개어 학비,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그때는 은행에 돈을 넣으면 돈이 불어나는 걸 체감할 수 있었던 시대였다. 한때 많은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 알 수 있다. 은행원으로 분했던 배우 성동일을 중심으로 한 대화를 살펴보면 지금과 완전히 다른 시대였음을 확연히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저축을 하면 이자만 거의 10% 이상 붙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당시로서는 지금보다 훨씬 큰 가치가 있었던) 1억 원의 자금이 있어 저축을 한다면 월 약 100만 원(당시 아버지의 월급이 40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에 육박하는 이자를 받았다는 의미다. 연 10% 수익률은 현 시대에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판타지같은 이야기다. 아무튼 그런 시절을 보내온 어머니는 현재도 쪼개고 쪼개어 은행에 돈을 넣는다. 그래 봤자 은행은 우리에게 연 1% 남짓의 이자를 줄 뿐인데 말이다.

내가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마련을 할 참에 어머니는 걱정을 크게 하셨다. 종자돈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은행에서 대출받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행여 돈을 갚지 못해 아들에게 큰일이라도 생길까 두려웠던 거다. 매번 설명을 드린다. 요즘은 ‘빚도 재산’이라고. 그렇게 해서 갚아나가면 집값도 조금은 오를 테고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고. 하여튼 요즘도 우리 부부를 만날 때면 “내가 너희한테 재산을 남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씀을 되풀이한다. 그러지 말라는데도 지겨우리만치 한다. 그게 다 부모의 마음이라는 건 십분 이해한다. 아무튼 MZ세대가 이해하지 못할 과거의 시대에는 열심히 일하고, 월급 받아 저축하면 가족 부양은 물론 집도 사고 차도 살 수 있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다.

▶머니 러시 트렌드의 대두

현대는 그렇지 않다. 연봉 인상률은 매년 동결 수준에서 오가는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과거에는 저축하면 돈을 불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결혼하고 출산하면 돈이 곱절은 더 든다는 걸 알기에 이 모든 걸 포기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세상에서 새로운 트렌드 키워드가 도출된다. ‘머니 러시’라는 게 그것이다. 단어의 뉘앙스에서 느껴지겠지만, ‘돈에 몰린다’는 의미다. 19세기 미국에서 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이 몰렸던 것에 빗대어 만들어진 신조어다. 금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몰렸던 것처럼, 머니 러시는 돈이 되는 것에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걸 뜻한다. 조금 더 확장된 의미로서의 머니 러시는 ‘수익 다변화’로 이해된다. 과거 부모님 세대가 정년 퇴임이 보장된 직장에서 평생을 보내며, 그 수익 하나로 모든 걸 꾸렸던 것에 반하는 현대적 흐름이다. 물론 그 오래 전에도 부동산, 주식, 달러, 금 등을 통한 재테크는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머니 러시 트렌드는 스펙트럼이 훨씬 더 넓어진, 현대화 시대의 또 다른 노동, 재테크 등을 포함하는 용어다.

필자는 최근 신차 구입을 계획해 보았다. 현재 운용 중인 차량이 10년 정도 되었고, 아이가 생기면서 좀 더 넓은 실내와 안전성이 보강된 자동차를 구입해보기 위해서다. 이리저리 계산기를 두드려보았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 가족의 자산은 뻔한데, 자동차 가격은 지금 차를 구입하던 10년 전에 비해 어찌나 많이 올라 있던지.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신차, 거기다 값비싼 수입차를 턱턱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뿐만 아니다. 시쳇말로 핫플레이스라 불리는, 게다가 그곳에서 내는 음식들이 굉장히 비싼 곳임에도 불구하고 자리 하나 예약하기 굉장히 어려운 시대다. 문득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나 빼고는 다 부자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좌절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단순히 직장만 다니고 과거의 당신들처럼 아내와 함께 각자의 월급을 쪼개고 쪼개 쥐꼬리만큼 저축하는 게 다다. 이런 모습의 나는 트렌드에 굉장히 뒤쳐진 사람이었던 거다. 그래서 새 차 하나 구입하는데 자금 운용을 위해 온갖 수를 다 셈해보는 구시대적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주식과 투잡에 집중하다

2022년의 트렌드로 도출된 머니 러시는 하나의 직업만으로는 (노후 자금을 일찍 마련하고 조금 더 젊을 때 은퇴하는 걸 의미하는)파이어족을 꿈도 꾸지 못하게 한다. 같은 사무실에 있는 한 동료에게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회사를 취미로 다닌다’고. 그는 사실 월급 수익 이외에도 노후를 위한 해외 주식 투자를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다. 애플, 테슬라 등의 해외 주식이 지금처럼 치솟기 전에 투자를 해뒀다. 수익률이 꽤 좋다고 했다. 지금의 주식 시장이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익률에 있어 마이너스가 아니라고 했다. 나는 왜 그런 걸 몰랐을까?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매월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은 며칠 머물다가 어디로 다 사라지는 걸까?

기업가 워런 버핏의 경구가 떠오른다. 그는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만 할 것”이라 했다. 남들이 밤잠 아끼며 해외 주식 장을 지켜볼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여튼 지금부터라도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다. 이제라도 머니 러시 트렌드에 부응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머니 러시는 이미 트렌드화된 ‘자본주의 키즈’와도 연계되어 있는 용어다. 이 지면을 통해 설명한 바 있기도 한데, 자본주의 키즈는 2021년 트렌드로 부각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 김난도 교수의 저서에 등장했던 것으로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고, 광고에 관대해 PPL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재무관리와 투자에도 적극적인 MZ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과 함께 ‘플렉스한다’라는 큰 씀씀이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었다. 자본주의 키즈라 불리는 MZ세대는 자신의 취향에 맞고, SNS 등에서 ‘인싸’가 될 수 있는 아이템 소비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자, 여기에서 머니 러시가 다시 한번 대두된다. 먼저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게 많은 이들에게 소비를 위한 자본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금수저 없이 플렉스를 원하는 다른 이들에게 돈은 절실하게 필요한 또 다른 아이템이 되었다. 그러니까, 돈이 필요한 이들은 자신들의 일원화된 직업(월급)만으로는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좆기에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돈이 들어올 수 있는 일종의 ‘파이프 라인’을 구조화해야만 한다. 투잡, N잡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유다. 예를 들어 필자는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본업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매체의 지면에 매번 원고를 기고하며 소정의 원고료를 받는다. 일종의 투잡이다. 간혹 또 다른 원고 청탁이 들어올 때가 있다. 단편적 시선에서 필자는 일종의 ‘N잡러’가 된 셈이다. 물론 플렉스를 할 수 있는 큰 돈은 벌지 못한다. 오해 말길 바란다. 단순하게 본업 이외에 약간의 원고를 쓰는 것조차도 관례적으로 투잡 혹은 N잡이라 부를 수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N잡을 구상한다. 뻔한 월급만으로는 수많은 경비가 소요되는 현대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끌로 살아가기

또 다른 머니 러시의 사례들도 있다. 자신의 노동력을 투입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들, 그래서 과거 어른 세대처럼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부채(그러니까 혹자는 ‘영끌’이라는 용어도 사용하고, 또 혹자는 대출이라고도 부르는)를 적극 활용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자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 같은 머니 러시 추종자들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대출 이율이 급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채무 상환 난항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부채를 이용해 주식, 암호화폐 등 단기적으로 큰 차익을 꿈꿀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한다. 약간의 성공이 발생한다면 (이율이 낮았던 최근 몇 년 기준으로) 은행 이자보다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이에 동참했다. 하지만 근래 미디어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들은 대부분 우울하기만 하다. 그 탓인지 현 정부는 나락으로 떨어진 일종의 ‘영끌족’을 구제하기 위해 이율을 낮춰주거나 상환 기일을 연장해주는 방법을 고려한다고 한다. 이 정책에 찬성하는 바는 아니지만, 아무튼 머니 러시 붐을 틈타 위험성 큰 곳에 자신의 부채를 투자한 이들이 많다는 증거 사례가 됨은 틀림없다.

앞서 필자는 머니 러시에 동참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뭔가 해야 할 것만 같으면서도 나 같은 ‘똥 손’은 금세 우리 가족 자산을 탕진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대신 아내가 해보겠다고 했다. 주식 시장이 폭락하기 전의 정점에 아내는 진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근래 투자한 주식은 괜찮아? 라고 물었다. 아내의 표정이 씁쓸해 보였다. 단박에 짐작했다. 망했구나! 그러니 자동차를 바꾸겠다는 나의 의지에 도움을 주겠다는 말이 일언반구도 없었구나! 내 가족만 봐도 요런 모양새인데 번 사람보다 잃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예측에 확신이 들기도 한다. 물론 머니 러시라는 트렌드가 발화, 그러니까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전에 선견지명을 가지고 이에 대해 적극 동참한 이들은 많은 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안다. 암호화폐가 폭락 사태를 맞이하기 전에 부채까지 끌어 이 시장에 투자한 MZ세대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들은 적게는 몇 배, 많게는 수천 배에 이르는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얼마 전 자동차 브랜드 관계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한국에는 진짜 부자가 많이 있나 봐요.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슈퍼카들을 없어서 못 판다면서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대체 MZ세대의 연령층에서 흔히 ‘금수저’라 불리는 몇몇을 제외하고 어떻게 억 대에 이르는 자동차를 쉽게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돌아오는 답은 명확했다. “코인으로 돈을 많이 번 ‘영 리치’들이 많아요”라는 것. 아무튼 그 몇몇은 머니 러시 트렌드의 명확한 수혜자가 된 셈이다. 역으로 헤어나올 수 없는 바닥까지 내려 앉은 이들도 많다는 점도 분명히 이해해야만 한다.

▶나만의 기업가 정신 찾기

머니 러시는 불안정한 현대 사회에서 지속가능성을 가진 트렌드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여려 자료들을 학습하며 만난 흥미로운 결론이 있다. 그건 바로 과거 19세기 미국의 골드 러시 시대에서도 통용되었던 방법이다. 모두가 금맥을 찾아 몰려들었던 상황 속에서 그렇게 운집한 이들을 상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사람들이 진정한 승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미국 최초의 백만장자로 꼽히는 새뮤얼 브래넌 같은 인물 말이다. 그는 남들이 금을 찾으러 떠날 때, 그들이 금을 캐기 위해 꼭 필요한 탐사 및 채광 도구를 팔았다. 또 다른 사업가로는 지금까지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리바이 스트라우스도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청바지 브랜드를 만든 창업가다. 거친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청바지를 선보인 인물이다. 채굴한 금을 옮기기 위한 수단으로 센트럴 퍼시픽 철도를 설립한 릴런드 스탠퍼드도 좋은 예다. 사실 금광을 발견한 사람보다 그들을 소비자로 삼아 사업을 일으킨 위 몇몇이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이 같은 과거의 사례가 현대의 시점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지점은 충분히 많다. 머니 러시가 트렌드임이 분명하고 많은 이들이 있는 돈, 없는 돈을 끌어다 눈에 보이는 지표에 투자를 한다. 또 어떤 이는 플렉스를 위해 낮에는 사무실에서, 밤에는 또 다른 공간에서 땀 흘리며 일한다. 결국 많은 이들이 돈이 있는 곳에 몰려드는 이유는, 모두가 돈을 벌어 소비를 하기 위함이다. 목적과 목표는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는 셈이다. 마치 골드 러시 시대의 미국처럼 수많은 돈이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다. 그 돈을 투자 받을 수 있는 ‘기똥찬’ 아이템을 찾는 것 역시 머니 러시를 적절히 활용하는 또 다른 수익 창구다. 물론 이런 잉여 자본의 과잉 시장에서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피어보지도 못한 채 소멸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회는 열려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하려는 자본 및 자본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이나 새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역량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가 정신”을 뜻한다고 한다. 머니 러시 시대에 이 말은 꽤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머니 파이프 라인을 확장하려는 이들에게도 적용되고, 또 미래를 위한 경제적 기반을 다지려는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부합할 수 있는 단어다. 과연 나만의 앙터프리너십은 무엇일까? 대체 어떤 포인트를 잡고 내 자산을 투자해야 할 것인가? 넘쳐 나는 돈을 내 아이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획기적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워런 버핏의 말처럼 꿈 속에서조차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필자의 머리 속에는 새 차를 구입하며 매월 납입해야 할 비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맴돌고 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나 역시 현재와 다른 나만의 머니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모든 투자가 성공을 담보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고대 신화처럼 받아들여지는 ‘머니 러시’의 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1호 (22.08.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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