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사진 입문기] 산악사진의 기본 '낯설게 하기'

서현우 2022. 8. 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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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 Tip] 사람이 아닌 카메라의 시선으로 봐야..광각 사진에선 '포인트'가 생명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보다 별론데?" 100만 원, 그 비싼 돈을 주고 DSLR을 샀는데 이 말이 돌아올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일단 사진기자들이 카메라 모드를 자동으로 놓고 많이 찍어보는 것이 답이라고 해서 이것저것 찍어보는데 결과물이 영 신통치 않다. 처음에는 스마트폰 특유의 자체 보정이 없이 DSLR은 날것 그대로 촬영되기 때문이라고 여겼으나 뭔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은 바로 구도였다. 기본적으로 구도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피사체가 사진 안에서 중구난방으로 위치하고 있었다. 전문사진기자인 C영상미디어 이경호 부장과 함께 같은 피사체를 찍어 보며 어떤 구도가 더 좋은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1 봉우리는 어떻게 찍을까?

봉우리를 찍는다면 어떻게 찍어야 할까? 기자는 봉우리 정상부 꼭지점을 사진 한가운데 조준하고 찍었다. '봉우리를' 찍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경호 부장의 사진을 보면, 정상을 사진 우상단에 위치시켜뒀다. 이를 전문적으로는 사선구도라고 한다. 사선구도는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할 때 자주 사용되는 구도다. 정상을 우상단에 위치시키면 사진에 산 정상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능선의 유려함과 박력이 잘 표현된다. 특히 인왕산의 경우 한양도성 성벽이 있어 이 효과가 더욱 증대된다.

2 정상 인증 사진은 어떻게 찍을까?

산에서 꼭 빼놓지 않고 찍는 사진이 바로 정상석 인증 사진이다. 100명산 같은 인증 프로젝트를 하지 않더라도 정상에선 으레 사진 한 장 남기기 마련이다. 정상석 인증 사진은 대개 왼쪽 사진처럼 정상석을 화면 가운데 놓고 양쪽에 사람을 두는 방식이 많다. 물론 이 사진이 나쁘다곤 할 수 없지만 뻔하다. 산악사진은 낯설게 보일수록 좋다. 오른쪽 사진처럼 정상 표지를 사진의 양옆으로 미뤄두고 광각으로 촬영하면 새로운 맛을 부여할 수 있다.

3 평범한 등산로는 어떻게 찍을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강암 등산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왼쪽 사진처럼 '사람의 시선으로' 볼 때만 흔한 것이다.

카메라를 등산로에 바짝 붙이고 촬영한 것이 오른쪽 사진이다. 노출이나 초점거리가 왼쪽 사진과 완전 동일한 상태인데도 사진의 느낌이 매우 다르다. 사진 앞쪽 지형지물이 뭉그러지는 느낌이 들면서 왜곡시켜 등산로의 질감이 더 생생히 살아났기 때문이다. 이 구도는 지면보다 벽이 있을 때 더 즐겨 사용된다. 원리는 똑같다. 벽에 렌즈를 가까이 붙여 사진을 찍는 것이다.

4 동물은 어떻게 찍을까?

등산로를 찍을 때와 마찬가지다. 인왕산에서 만난 고양이를 한 번 찍어봤다. 사람의 시선 그대로 위에서 찍은 위쪽 사진에선 고양이의 역동성이나 디테일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아래쪽 사진은 땅에 바짝 카메라를 붙여 줌을 당겨 촬영한 것이다. 훨씬 역동적이고, 뒷배경이 아웃포커싱돼 고양이의 몸선이 더욱 강조됐다.

이렇게 촬영할 땐 미러리스가 편하다. 보통 미러리스는 후면 LCD 화면을 보고 촬영하지만, DSLR은 뷰파인더를 눈으로 들여다보고 찍어야 하기 때문. DSLR로 찍을 땐 어쩔 수 없이 노파인더로 촬영해야 한다.

5 인물은 어디에 둘까?

인왕산 범바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산행 중에 인상적인 바위나 특정 지물 근처에서 사진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이때 많이 실수하는 것이 바로 왼쪽 사진처럼 인물을 배경에 가까이 붙이는 것이다. 이 경우 배경에 인물이 묻혀버린다.

인물과 지형지물을 같이 잘 보이게 하려면 오른쪽 사진처럼 인물을 앞으로 나오게 하면 된다. 오른쪽 사진이 더 별로인 것 같다면 그건 단지 기자가 누추하기 때문이지 구도가 별로이기 때문은 아니다.

6 조망은 어떻게 찍을까

산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 가슴이 뻥 뚫린다. 그러나 이 시원한 조망을 카메라에 담으면 위쪽 사진처럼 막상 별로인 경우가 많다. 눈으로 보는 각도와 사진으로 보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

풍경 사진을 광각으로 담다 보면 생기는 문제점이다. 풍경 자체가 압도적이지 않으면 사진이 밋밋하다. 사진 상에 피사체들이 너무 자잘 자잘하게 찍히기 때문이다. 드론 사진이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최근에 그다지 이목을 끌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특정 포인트를 광각으로 담고자 하는 조망 앞에 걸어주는 것이다. 비슷한 원리로 '프레임 인 프레임Frame in frame'이라고 부르는 구도도 있다. 사진 안에 액자를 하나 더 만들어 이미지를 강조하는 구도다. 오른쪽 사진은 한양도성 성벽을 활용해 빌딩 숲을 강조했다. 이 성벽 없이 펼쳐진 빌딩을 촬영하면 황량한 느낌을 준다.

7 조망을 배경으로 인물사진은 어떻게 찍을까?

인스타그램에서 즐겨 볼 수 있는 구도의 사진이다. 시원한 조망을 배경으로 인물을 두는 경우다.

왼쪽은 일반적인 광각으로 찍은 것이고, 오른쪽 사진은 인물로부터 최대한 멀어진 후 망원으로 줌을 당겨 촬영한 것이다. 위쪽은 밋밋하고 평이한 느낌을 준다면, 아래쪽은 망원의 효과로 배경과 인물의 원근감이 압축돼 마치 인물이 서울 시내를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줘 한결 사진의 힘이 실린다.

8 무조건 이 부장의 구도대로 사진을 찍을까?

답은 X다. 이경호 부장이 선보인 구도는 단지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는 예시일 뿐이며, 낯설게 찍는 것에 방점을 둔 구도들이다. 따라서 참고만 하면 된다. 그리고 여기에 본인의 창의성을 더해 자신만의 산악사진을 찍어나가면 된다.

월간산 2022년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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