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축구 상금 7배 격차.. '스포츠 동일임금' 총리가 나섰다

김호빈 2022. 8. 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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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남녀 축구대표 선수들이 '유럽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독일축구협회(DFB)에서 받는 상금 액수다.

유럽축구연맹이 주관하는 같은 급의 대회에 출전해 같은 시간 동안 경기를 치르지만, 성(性)이 다르다는 이유로 남자 선수가 7배 많은 상금을 받는 셈이다.

올해 5월 미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미국축구협회와 "남자 선수들과 동일한 급여를 받는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노사 협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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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선수 40만 유로 vs 여 선수 6만 유로
독일 숄츠 총리 "남녀, 같은 임금 받아야"
'유로 2022'에서 준우승을 한 독일 여자 축구대표팀이 지난 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박수를 받으며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프랑크푸르트=AFP 연합뉴스

남자 선수는 40만 유로(약 5억3,500만 원), 여자 선수는 6만 유로(약 8,000만 원).

독일 남녀 축구대표 선수들이 ‘유럽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독일축구협회(DFB)에서 받는 상금 액수다. 유럽축구연맹이 주관하는 같은 급의 대회에 출전해 같은 시간 동안 경기를 치르지만, 성(性)이 다르다는 이유로 남자 선수가 7배 많은 상금을 받는 셈이다.

‘스포츠계 임금 평등’이 수년 전부터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독일에서도 남녀 선수의 ‘동일 스포츠 동일 임금’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막 내린 ‘유로 2022’에서 여자 대표팀이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들이 남자 선수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상금을 받는다는 점이 수면 위로 떠오른 까닭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직접 나서 문제 해결을 약속할 정도로 논란이 뜨겁다.


'남성 중심' 축구협회도 "동일 임금 찬성"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DFB를 찾아 축구 선수들의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더 많은 여성들이 축구에 관심을 갖게 할 방법 중 하나는 ‘상금’"이라며 “다음 달 총리실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독일 축구계도 환영했다.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축구협회 회장은 “같은 업무·성취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며 “현재 상금 시스템이 지금 시대에 적합한지 남녀 축구팀 대표단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축구협회의 이 같은 반응은 예상 밖이다. 협회는 한달 전까지만 해도 '성별 동일 상금'을 반대했다. 당시 올리버 비어호프 국가대표 담당관은 “(여자 축구팀이 참가한) 유로 2017의 수입은 1,260만 유로인 반면, (남자팀이 참가한) 유로 2020에선 19억 유로 수익을 얻었다”면서 상금 통일은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최근 들어 정치권까지 압박을 가하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계기는 여자 선수들의 국제대회 약진이다. 독일 여자대표팀은 지난달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유로 2022’ 결승전에서 잉글랜드에 2대 1로 석패했으나, 준우승을 차지한 것만으로 독일이 들썩였다. 선수들은 각각 우승 상금의 절반 수준인 3만 유로를 받게 됐다. 남자 선수들에 비해 형편없는 액수에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는 “여자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면 6만 유로를 받았겠지만, 남자 선수들은 40만 유로를 받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숄츠 총리가 막아섰다. 독일 최초 남녀 동수 내각을 꾸리는 등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그는 “지금은 2022년이다.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급여를 받아야 하며, 이것은 스포츠계에도 적용된다”고 역설했다. 이번 대회에서 독일 여자대표팀을 이끈 마르티나 보스 테클렌부르크 감독은 숄츠 총리의 행보를 두고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이런 모멘텀이 진정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남녀 축구팀은 이미 동일 임금

세계 축구계에서 ‘남녀 동일 임금’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올해 5월 미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미국축구협회와 “남자 선수들과 동일한 급여를 받는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노사 협약을 맺었다. 2016년 이후 6년간 동일 임금을 주장해 온 여자 선수들이 쟁취한 승리다. 수차례 월드컵 우승을 하며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도 남자 대표팀보다 낮은 수당을 받아야 했던 미국 여자 대표팀에 기념비적인 사건이자, 스포츠계 ‘임금 평등’으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호빈 인턴기자 hobeen05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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