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이명박이 사면됐으면 하는 이유

전영기 편집인 입력 2022. 8. 11. 08:52 수정 2022. 8. 1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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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무부(장관 한동훈)의 '정치인 사면 배제' 방침에 따라 국무회의에 올라가는 8·15 특별사면 대상자 목록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이른바 보수정권이 들어섰는데도 문재인 정권 때와 똑같은 상황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 되고 있다. 이유는 뭘까. 윤석열 대통령의 고꾸라지는 지지율 때문일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당뇨 합병증이 우려되는 팔십 넘은 노인에다 2년6개월 이상 옥살이를 하고 있어(현재 3개월 시한 형집행정지 중) 정상 참작이 충분히 되고도 남는다. 그가 9월에 또 다시 감옥에 들어가면 옥중 사망 소식을 듣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50여일 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2월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마지막 지지층도 동요

이명박의 사면에 대해 40% 정도가 찬성, 50% 이상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들은 여럿 나와 있다. 반대가 많기는 하다. 그러나 그 정도 격차라면 윤 대통령이 특별사면 및 복권이라는 헌법적 권한을 행사하기에 특별히 부담스런 민심이라고 볼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은 "대통령의 사면은 여론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특별사면에 관한한 나빴던 여론도 대통령이 일단 결단을 내리면 더 이상 시비하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옥중에 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면을 당시 대통령에게 건의해 실현시켰다. 이명박이 전두환보다 더 나쁜 사람은 아니지 않나"라고 술회한 바 있다.

사리가 이렇게 분명함에도 윤 대통령은 바닥까지 내려간 지지율 때문에 이명박 사면을 결심하지 못하고 있다. 그 후유증은 오래갈 것이다. 우선 지지율 측면에서만 따지더라도 이명박 사면을 반대하는 사람의 다수는 원래부터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은 민주당의 골수 지지층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이명박을 사면하지 않는다고 해서 윤 대통령을 지지해줄 사람들이 아니다. 반면 윤 대통령의 마지막 20%대 지지층을 버텨주고 있는 전통적 보수층은 이명박 사면을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무산되면서 상당한 배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결국 이명박의 사면 불발은 단일 요인으로만 셈하자면 윤석열 반대층에 확신을 더 실어주고, 윤석열 지지층에 열패감을 추가함으로써 지지율 하락세에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이명박 특사를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연관시켜 공학적으로 더하기 빼기 하는 일은 얼마나 좀스럽고 구차한가. 이런 정치현실이 너절하기만 하다. 애초부터 전직 대통령의 8·15 사면 문제는 한 시대를 매듭짓고 새 시대를 맞이하는 현직 대통령이 국민통합적 차원해서 사고했어야 했다. 해방과 건국의 8·15 메시지로 국민통합만한 게 없다. 대한민국이 이제는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신할 때이다. 현재의 경제 위기를 합심해서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으로 나아가야 한다. 언제까지 특정 정치인들의 과거 문제를 숙제로 남겨 국력을 분산시킬 것인가.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지지율 관점에서 미래통합 관점으로 발상을 바꾸면 좋겠다.

과거 매듭짓고 미래통합 메시지 발신할 때

이명박 특사가 어려운 심리학적인 이유로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2018년 이명박 수사의 주체였다는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고, 한동훈 법무장관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로 수사 지휘자였다. 이명박 수사 라인에 있던 두 검사가 세월이 흘러 대통령과 장관의 자리에 올랐으나 그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정무 감각이 아니라 여전히 검사 심리인 것 같다. 검사 심리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도 일개 범죄자다. 범죄자는 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받아야 할 뿐이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를 여는 대통령과 법무장관의 정무 감각은 전직 대통령이나 전직 도지사(그들은 반대 진영의 증오 대상일지언정 객관적으로 파렴치범이나 흉악범이 아니다)를 일정 기준에 따라 통크게 용서해 화해의 기운을 세상에 불어넣는 것이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검사 심리에서 벗어나 정무 감각을 지니길 바란다.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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