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K팝스타 만나 한판 놀아볼까?
오프라인 못지 않은 열기
BTS는 모바일 퍼즐게임 캐릭터로
한달여만에 가입자 600만명 달해
K팝·게임업계 협업으로 수익 증대
팬덤 넓히고 게임이용자 확대 '덤'
그룹 블랙핑크 멤버를 꼭 빼닮은 4명의 3D 아바타들이 수송기에서 뛰어내리며 콘서트장 무대에 등장했다. 블랙핑크의 히트곡 ‘뚜두뚜두’가 흘러나오자 게이머들과 ‘블링크’(블랙핑크 팬덤)는 함성을 쏟아냈다. 블랙핑크 아바타들은 음악에 맞춰 칼군무를 선보였다. 온라인 관객은 뿅망치 모양의 ‘블랙핑크 응원봉’을 휘두르며 실제 콘서트 현장에 온 것처럼 무대를 즐겼다.
지난달 23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게임에서 진행한 블랙핑크의 인게임 콘서트 ‘더 버추얼’의 한 장면이다. 인게임 콘서트란 온라인 게임에서 여는 가상 콘서트다.
콘서트 마지막은 ‘레디 포 러브’ 무대였다. 이 노래는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에서 멤버들이 녹음하는 장면에 짤막하게 나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인게임 콘서트에서 최초로 공개된 셈이다. 이렇게 8분 동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전쟁터는 메타버스 콘서트장으로 바뀌었고,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오프라인 공연 못지않게 온라인에서도 열기가 뜨거웠다.
미국 <빌보드>, 영국 <엔엠이>(NME) 등 음악 매체는 인게임 콘서트를 주요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배틀그라운드와 블랙핑크가 메타버스 시대의 정점을 찍었다”고 극찬했다.
지난달 29일엔 블랙핑크의 3D 아바타가 등장하는 ‘레디 포 러브’ 뮤직비디오도 공개됐다. 아직 음원으로 정식 발표된 곡이 아닌데도 조회수는 10일 현재 5천만회를 넘어섰다.
블랙핑크가 모바일 게임 안에서 콘서트를 벌였다면, 방탄소년단(BTS)은 모바일 게임 속 캐릭터로 변신했다. 방탄소년단이 참여한 모바일 퍼즐 게임 ‘인더섬 위드 비티에스’를 통해서다. 이 게임은 6월28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게임은 배를 타고 휴가를 떠나다 표류한 방탄소년단이 고래의 도움으로 외딴섬에 도착한 뒤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게임 이용자는 방탄소년단 캐릭터와 섬을 다채롭게 꾸미고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의 실제 매력도 그대로 게임 캐릭터에 반영됐다. 신중하고 배려심 많은 리더 알엠(RM),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진과 제이홉, 생활력 강한 슈가, 다정다감한 지민, 엉뚱한 매력의 뷔와 든든한 막내 정국 등 멤버 성격을 본뜬 캐릭터가 나온다.
방탄소년단은 게임 캐릭터로만 나오는 게 아니라 게임 타이틀, 로고, 캐릭터 디자인, 배경음악 등 게임 전반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투영했다. 이 게임은 누적 가입자가 600만명(4일 기준)에 이르고, 일일 이용자(DAU)는 최고 215만명을 기록했다.
이런 흐름은 아이돌뿐만이 아니다. 트로트 가수 겸 성악가 김호중을 내세운 모바일 게임 ‘스타웨이 김호중’도 4일 나왔다. 게임은 똑같은 블록 3개 이상을 모아 퍼즐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중년 이상 이용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이 게임은 특정 단계를 끝내면 김호중의 다양한 포토카드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게임에서 획득한 포토카드를 원하는 디자인으로 바꿔 나만의 카드로 꾸밀 수 있다.
이처럼 케이팝과 게임이 손을 잡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케이팝 아티스트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지식재산권(IP) 가치도 함께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게임 콘서트 ‘더 버추얼’ 역시 블랙핑크가 전세계 아티스트를 통틀어 유튜브 구독자수 1위(7620만명)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게임을 통해 팬덤과 공감대를 쌓아가는 장점도 있다. 방탄소년단 슈가는 ‘인더섬 위드 비티에스’에서 플레이되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아워 아일랜드’를 직접 만들며 팬과의 공감대를 끌어올렸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2~3년 전부터 음악과 게임을 결합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대부분 게임에 들어가는 오에스티 위주였다”며 “최근에는 블랙핑크처럼 게임에서 콘서트를 하거나, 방탄소년단처럼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등 케이팝과 게임이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케이팝은 음원과 콘서트 수익을 게임으로 확장할 수 있고, 게임업계는 케이팝 팬을 게임 이용자로 확보할 수 있어, 이런 협업은 앞으로도 다양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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