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2년만의 대만 백서에서 "무력사용" 거론.. 美 전직관료 "전쟁 대비해야"

유병훈 기자 2022. 8.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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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소속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키드'와 해안경비대 소속 군함용 소정 '먼로'가 27일 대만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대만과의 통일 과정에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과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10일 발간한 ‘대만 문제와 신시대 중국 통일사업 백서’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백서는 지난 2000년 2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문제’라는 백서를 낸 이후 22년 만에 발간한 백서다. 지난 1993년 ‘대만 문제와 중국의 통일’ 이후로는 세번째다.

중국은 백서에서 “우리는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고 약속하지 않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한다는 옵션을 유지할 것”이라며 “대만 동포를 겨냥한 게 아니라 외부세력의 간섭, 극소수의 대만독립 분자, 그 분열 활동을 겨냥한 것으로 비평화적인 방식은 부득이한 상황에서 최후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평화통일에 더 많은 여지를 두고 싶지만, 각종 형식의 대만 독립분열 활동에는 어떠한 여지도 두지 않을 것”이라며 “계속해서 최대의 성의와 최대의 노력으로 평화통일을 쟁취하기를 원한다”고도 했다.

이는 ‘대만 통일 작전 리허설’로 평가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난 2019년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시 주석은 2019년 1월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회’ 연설에서 “우리는 평화통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한다는 옵션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서는 독립 지향의 대만 집권 민진당과 미국을 향해 “외국을 끼고 독립을 도모하는 것은 출로가 없고 대만으로 중국을 제압하려는 것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며 “조국 통일이라는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것은 그 누구도, 그 어떤 세력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백서는 그러면서 홍콩에 적용되고 있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이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 방침이라는 주장도 했다. 백서는 “양안의 평화 통일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대륙과 대만의 사회 제도와 이데올로기가 다르다는 기본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며 “일국양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가장 포용성 있는 방안으로, 평화적·민주적·상생적 방안”이라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백서에서 대만 통일 이후 중국 군대와 행정 당국자들을 대만에 보내지 않는다는 약속이 삭제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1993년과 2000년 각각 발간한 백서에서는 중국이 대만 통일 달성 후 군대나 행정 인력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하며 통일 이후 대만에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할 것임을 공언했으나 이번엔 그 내용이 삭제됐다는 것이다.

대만의 대중국 사무 당국인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백서의 내용이 국제법과 중국-대만 관계의 사실과 배치된다며 “우리는 엄정한 항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륙위는 이어 “우리 정부는 정세를 신중히 평가해가며 민주주의와 자유의 방어선을 지킬 것”이라며 “전세계 민주주의 파트너들이 계속 대만을 지지하고, 전제 정권의 군사적 무모함과 무책임한 엄중 도발을 억지할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 트럼프 행정부 당시 前국방 부차관보 “美, 中 국방력 강화 속도에 못미쳐”

한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전략을 담당한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는 10일(현지 시각) 외교전문 매체 포린어페어에 ‘미국은 대만 문제에 있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기고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기고문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의 강도 높은 대응으로 갈등이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며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전쟁은 개연성 없는 시나리오에서 공포스러운 가능성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의 전쟁을 막는 가장 좋은 길은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은 안보 약속을 강화하며 대만 문제에 대해 한층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중국의 위협에 비하면 강도가 미치지 못한다”고 평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이 지점에서 미국이 실제로 중국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는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다”면서 “중국은 최근 25년 동안 매년 6~10% 수준에서 국방 예산을 증액해 왔다”며 핵을 포함해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중국의 국방예산이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숫자는 미국에 훨씬 근접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며 “게다가 중국은 추격자로서의 이점에 더해 인건비가 낮고, 대만과 태평양에 집중할 수 있어 미국보다 여러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그러면서 미국의 대응책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국방 예산 증가와 함께 미 함정 재배치를 포함해 군사 훈련 강화 등 인도·태평양에 집중한 대비 태세 재배치를 거론했다. 그는 “미 정부는 현재 정확히 이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미국은 유럽 병력을 2021년에만 6만명에서 10만명으로 올렸고, 우크라이나 사태 종식까지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더 나쁜 것은 미국 정부가 중동 문제에 다시 관여하려 한다는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의 국방 태세는 한층 악화하고 있는 대만 문제에 대응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또 “중국의 영향력 증대뿐 아니라 기타 안보 문제를 우려하는 아시아 동맹을 설득해 더 많은 군사적 기여를 끌어내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아시아 동맹을 압박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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