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육사오' 물 만난 고경표X이이경, 순도 높은 코미디의 탄생

사진='육사오' 포스터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1등에 당첨된 로또 용지가 북으로 넘어간다면?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영화 '육사오'가 올 여름 극장가의 유일한 코미디로 승부를 건다.

'육사오'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 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앞서 '달마야 놀자', '박수건달'의 각본을 맡았던 박규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세계 최초 로또 비정상회담이라는 신선한 발상을 바탕으로 1등 로또를 지켜내기 위한 남북 군인들의 팀플레이 에피소드를 엮어간다.

연출을 맡은 박규태 감독은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재들의 신선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데 특기가 있어 보인다. 스님과 조폭이 등장했던 '달마야 놀자', 건달과 무당 사이 딜레마에 놓였던 '박수건달'처럼, '육사오' 역시 로또 용지 한 장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진 남북 군인들 간의 이야기를 유쾌한 톤으로 그렸다.

남북 분단, GP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육사오'가 마치 귀여운 동화처럼 느껴지는 건 선한 캐릭터들 덕이다. 위기를 몰고 오는 인물조차도 미워할 수가 없다. 선악구도 대신 착한 캐릭터들의 모험에 집중한 설정이 다소 밋밋하거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경쟁하듯 쏟아지는 자극적인 콘텐츠 속에서 때로는 순한 맛에 더 깊게 스며드는 순간이 있다. 바로 '육사오'가 그런 영화다.

특히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배우들의 활약은 '육사오' 최고의 수확이다. 어느 날 갑자기 1등 당첨 로또를 손에 쥔 말년병장 천우 역의 고경표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책임졌다. 'SNL 코리아' 크루 시절부터 쌓은 코미디 내공을 제대로 터트린다. 북에서 로또를 주운 용호를 연기한 이이경 역시 캐릭터와 하나가 된 듯한 연기로 그가 코미디 장르에서 돋보일 수 있는 배우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이 밖에도 음문석, 박세완, 곽동연, 이순원, 김민호 등이 각자 만만치 않은 존재감으로 코미디계 샛별들의 탄생을 알렸다.

비록 이념은 다르지만 남에도, 북에도 사람이 있었다. '육사오'는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 나아가 모든 생명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가득 묻어나는 영화다. 올 여름 편안하게 마음을 맡길 만한 코미디를 찾는 관객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 같다. 영화는 오는 8월 24일 개봉한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