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中企·물류망 2조원 쏟았는데도..적자 10분의1로 줄이며 '흑자 로켓' [일상톡톡 플러스]

김현주 입력 2022. 8. 1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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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소상공인도 웃었다"
쿠팡이 올 2분기에도 6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는 고공성장을 이어가며 분기 적자가 상장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사상 처음으로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 기준 8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면서 본격적인 ‘흑자 경영’ 시동 걸은 것이다.

11일 쿠팡 주가는 이날 증시에서 실적 발표 직전 4.11% 오르며 한때 장중 20달러를 돌파하는 등 19.76달러에 마감했다. 장 마감 후 장외시장에서 3% 이상 오르며 20달러대에서 거래됐다.

쿠팡의 주가가 20달러선에 도달한 것은 지난 3월 23일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중고’ 속에서 깜짝 실적을 낸 덕분에 전국 16만여명의 소상공인들도 코로나와 인플레이션 위기를 딛고 순항하고 있다는 업계 평가다.

◆사상 첫 조정 EBITDA 835억원 순이익 달성…김범석 의장 “매분기 예외없이 성장, 새로운 기록 세웠다” 

쿠팡이 11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6조3500억원(분기 평균환율)의 매출을 거두며 전년 동기와 비교해 27% 성장했다.

달러 매출은 전년(44억7811만달러)과 비교해 12% 성장한 50억3782만달러 기록했다. 쿠팡은 1분기 기준 6조1650억원(51억1668만달러)의 매출을 낸 데 이어 엔데믹이 본격화한 2분기에도 고성장 지속했다.

원화 매출로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의 이커머스 업계(여행 음식서비스 제외)가 전년 동기 대비 6% 성장, 전분기 대비 0% 성장한 것과 비교해 고무적인 결과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컨퍼런스 콜에서 “이번 2분기 실적은 장기적인 비즈니스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일부(glimpse)에 불과하다”며 “상장 이후 매 분기마다 이커머스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으며, 이번에도 예외가 없었고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 들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 쿠팡은 2분기 연속 적자를 줄이며 손실폭은 뉴욕 증시(NYSE) 상장 이후 최저 기록했다. 2분기 영업손실은 847억원(6714만3000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억1860만달러) 대비 87%, 직전 분기(2억570만달러) 대비 67.3% 줄어든 것.

쿠팡은 상장 이후 매 분기마다 2~5억달러 규모(한화 약 2500억원~65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1000억원 미만으로 줄인 것이다.

이 같은 수익성 개선 결과로 조정 EBITDA 기준 835억원(6617만달러)의 흑자를 최초로 달성했다. 지난 1분기에는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등 프로덕트 커머스 분야에서만 조정 EBITDA 흑자(287만달러)를 냈지만, 회사 전체로는 조정 EBITDA 손실(9087만달러)을 냈었다.

불과 3개월 만에 흑자 구조로 전환, 매출 총이익은 1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5% 상승했다.

이번 실적은 글로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컨센서스(전망치)를 상회한 것이다. 미국 투자매체 나스닥닷컴은 9일 쿠팡의 주당순손실(EPS) 전망치를 0.11달러로 예상했지만, 실적 공개 결과 전망치를 상회한 -0.04달러 기록했다.

거랍 아난드 쿠팡 CFO는 “조정 EBITDA 기준 손실폭을 연말까지 4억달러 규모로 줄이겠다”는 가이던스를 제시했지만, 전망치를 상향해 연간 기준 조정 EBITDA 흑자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대폭 좋아진 비결은 프로덕트 커머스 부분의 실적 향상이 크게 좌우했다는 분석이다. 프로덕트 커머스 분야의 조정 EBITDA 순이익은 1분기(287만달러) 대비 2.4배 증가한 978만달러 기록했다. 쿠팡이츠 등 성장 분야 사업(developing offerings) 매출은 포스트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지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무료 배송, 비디오 콘텐츠 등 와우 멤버십 혜택에 6500억원 투자…1인당 고객 매출 20% 증가 

김범석 의장은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풍부한 고객 경험과 가성비 제품을 제공하는 와우 멤버십 투자 ▲지속적인 물류,기술 투자로 인한 효율성 증대를 2분기 실적 개선의 핵심 원동력으로 뽑았다.

무제한 무료배송, 무료 로켓직구, 쿠팡플레이 무료시청 등 12가지 혜택을 제공하는 와우 멤버십의 중요성 강조한 것이다.

김 의장은 “2분기 로켓배송, 특별할인, 무료 비디오 콘텐츠 등 와우 멤버십 혜택에 2분기만 5억달러(약 6500억원)를 투자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10억개 이상의 제품을 무료배송했으며, 1만5000원 이상 구매시 무제한 새벽배송을 하는 이커머스 업체는 쿠팡이 유일하다.

업계에 따르면 제품 10억개는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2931만명이 연간 24개의 제품을 주문하는 것과 같은 수치다.

김 의장은 “쿠팡 로켓프레시는 어떤 유통업체보다 가장 많은 신선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새벽과 당일 배송으로 물건을 받을 수 있다”며 “전체 활성 고객 중 상당 인원이 2분기에 신선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만큼 앞으로의 성장 기회가 크다”고 말했다.

와우 멤버십은 최근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초청 내한경기, 드라마 안나 등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다만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에 따른 이익 증가분은 올 3분기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유료 멤버십 투자에 힘입어 쿠팡의 1인당 고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317달러.상수 통화 기준)했다. 쿠팡에서 제품을 한번이라도 산 활성 고객 수는 전년 대비 5% 증가(1788만명)했지만 전분기 대비 1% 줄었다.

아난드 CFO는 “로켓배송과 프레시 등 프로덕트 커머스 분야 소비자는 늘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해 쿠팡이츠 고객이 줄어든 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물가 폭등 시대에 경쟁 유통업체 대비 가성비 높은 제품을 제공한 점도 강점이다.

삼정 KPMG 분석에 따르면,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8곳의 750개 주요 상품의 평균 가격을 비교한 결과 쿠팡이 25~60%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변경 정책에 따른 이익 인상분 등은 올 3분기에 반영될 예정이다.

◆물류망 확대·기술 혁신으로 업무 강도 낮추고 배송효율은 극대화하며 비용 절감 

지난 2014년 로켓배송 런칭 이후 지속적인 물류 인프라 기술 투자로 각종 비용을 절감한 효과가 이번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의장은 “물가 상승 기조에도 불구하고 기술과 물류 자동화에 대한 투자 등이 이번 실적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쿠세권(쿠팡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이 전국으로 늘고, 물류 AI 기술 도입으로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낮추는 동시 배송 효율은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전국 30여개 지역, 100개가 넘는 물류센터와 배송캠프를 구축한 쿠팡은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물류망을 운영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scale of economy)를 실현하며 각종 비용 절감 효과가 확대했다. 쿠팡에 따르면, 쿠팡의 전국 물류 인프라 규모는 2020년 말 70만평에서 지난해 말 112만평으로 늘었으며, 이는 여의도 면적(87만7250평) 보다 28% 큰 것.

쿠팡은 지난해부터 경남 창원를 비롯한 동남권·광주광역시에 신규 물류센터를 건립하며 쿠세권 확대했다. 쿠팡 고객의 70%는 물류센터에서 10KM 거리에 거주한다.

동시에 물류센터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낮추고 효율성은 높이는 다양한 AI 기반 물류 자동화 기술을 도입. 쿠팡은 무인운반 로봇(AGV)으로 집품과 운반 작업을 하며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낮추고 있다. 오토 소터(auto sorter·자동 분류기)를 통해 제품을 자동으로 분류했다. 쿠팡이 물류 인프라 기술과 자동화에 투자한 금액은 2020년 5000억원, 2021년 7500억원으로 2년간 1조 2500억원에 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와우 멤버십과 중소기업 지원, 기술 투자에 2년간 2조원 쏟아부었는데도 빠르게 흑자 구조로 돌아서고 있는 것은 지금 같은 경기침체 시기에 이례적인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전국 16만 소상공인도 코로나·인플레이션 극복 ‘중소기업으로 발돋움’ 

이같은 쿠팡의 성장에 따라 입점 파트너 소상공인들도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커가고 있다.

이들의 매출과 거래량은 코로나가 덮친 지난 2년간(2019년 말~2021년 말) 2배 이상 늘었다. 국내 소상공인들의 매출 성장률이 2020년(-10.2%), 2021년(-1.7%) 등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이라는 분석(한국신용데이터)이다.

쿠팡이 최근 발간한 ‘2022년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입점 소상공인 수는 15만7000명. 이들의 지난해 거래금액은 8조1000억원으로 2019년과 비교해 2배다.

쿠팡의 매출은 같은 기간 7조1530억원에서 지난해 22조2257억원으로, 상승 아울러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90%는 쿠팡의 풀필먼트 물류망을 사용하며 다양한 배송 혜택을 누리고 있다.

쿠팡 측은 보고서에서 “회사의 성장으로 최근 3년간 연 매출 30억원을 초과, ‘소상공인’을 졸업한 파트너들이 5292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지난해 소상공인 지원 사업에 5800억원 가까이 투자하며 이들의 성장을 도왔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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