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인 칼럼] 자연이 스승이다

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2022. 8.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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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뜨거운 햇살 속에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익어가고 있다. 학창시절 여름방학은 누구에게나 가슴 가득한 추억의 보따리다. 옛 이야기가 돼 버렸지만 적어도 여름방학은 놀이의 시간이었다. 방학 내내 아이들의 놀이터는 산과 들, 강이었다. 얼굴과 팔다리는 까맣게 탔고 자연과 더불어 정서의 키는 쑥쑥 자랐다. 어쩌면 가장 아이들답게 뛰어 놀았고, 넘치는 물질적 풍요는 누리지 못했어도 자연이 선사하는 복은 마음껏 누렸다.

요즘 아이들의 방학은 산과 강, 들 대신 학원 등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산과 들의 나무와 꽃을 찾고 이름을 알아가는 시간보다 영어단어, 수학 공식 하나 더 알아야 하는 시간으로 내몰리고 있다. 적어도 초등·중학교 여름방학의 절대량은 산과 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왜 자연이 답이고 자연이 스승인가?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놀아온 사람들은 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이나 혜택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를 실감한다. 바닥을 구르는 돌들과 나뭇잎을 보면서 새로운 놀잇감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동화돼 자연과 생명의 고마움을 느낀다. 여름 날, 어디선가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가뭄을 해갈하는 소낙비와 나무와 꽃들 모두 지구에선 친구가 될 수 있고 서로 순환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최근 들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과 불안증 진단을 받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자연이라는 놀이터가 사라진 자리를 아이들의 우울과 불안이 대신 채우고 있다. 이러한 질병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적어도 자연과 더불어 살던 시대에는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 인간과 자연의 친화력이, 자연이 주는 감성이 공동체가 돼 충분히 상호 보완을 해왔기 때문이다.

오염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환경성적 질환도 무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건강한 자연을 만드는 것과 병행해 아이들에게 건강한 자연을 향유하고 성장하게 하는 국가적 사회적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정부나 지자체, 기관·단체 차원의 다양한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문밖을 나가기만 해도 자연이던 농어촌형 사회구조였던 과거와 달리 도시화 사회에 살고 있는 오늘날에는 다양한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굳이 특별한 공간을 만들지 않아도 할 수 있다. 맑은 강물에 발을 담그고 모래톱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소설 '토지'의 배경인 하동 악양 평사리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섬진강 달마중 행사를 매달 열고 있다. 보름달이 뜨는 밤 섬진강 백사장에서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누리고 다양한 문화행사도 함께하는 자연과 문화가 어울어지는 공동체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향유하게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금강유역환경청에는 청사 어린이집이 있다. 청사 화단 한구석을 내어 어린이집 원생들을 위한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직접 토마토, 고추, 가지 등을 키우고 있다. 놀이터는, 자연은 우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자연을 탐구하고 향유하는 다양한 자율 프로그램을 늘려나가야 한다. 교과과정에 온전히 자유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야외 자연학습은 아이들에게 넘치는 활력을 좀 더 건설적이고 즐거운 활동에 쏟을 수 있도록 체험의 장을 만들어 준다. 가르치기보다 서로 나누고, 흥미와 교감을 이끌어 낼 수 있게 한다.

마지막은 가족 단위의 노력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자연 공부를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가 더 뿌리내려야 한다. 자연 속에서 자녀들과 더불어 보내는 시간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충분한 선물이다. 자연 속에서 함께 누리는 주말농장이나 건강한 캠핑문화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자연을 잘 보전하고 자연 속에서 놀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순환하는 자연의 원리를 알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탐구의 시간 속에서 정서가 만들어지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놀이의 시간 속에서 사회성도 길러지고 건강한 몸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자연은 인간에게 가장 풍부한 정서와 안정된 인성을 만들어주는 원천이자 해답이다. 자연이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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