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이민진, 한국 독자와 첫만남.."진실은 반복해 말해야"

성도현 2022. 8. 1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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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200명과 북토크.."세상엔 불공평한 게 많아도 인생은 아름다운 모험"
"한국 독자들에 감동"..한일관계·페미니즘·차별과 혐오 등에도 소신 밝혀
'파친코' 이민진 작가 북토크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가 1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독자들과 북토크 행사를 하고 있다. 2022.8.10 [출판사 인플루엔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진실은 중요한데 남에게 강요하기는 어렵죠. 일본이나 다른 나라 역사가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부인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진실은 반복해 이야기하면 됩니다. 가장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을 알려주는 거예요."

재미교포 이민진(54) 작가는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린 소설 '파친코' 개정판 출간 기념 북 토크에서 닷새 앞으로 다가온 제77주년 광복절 관련 질문에 답하며 이렇게 말했다. 답변 도중 한국말로 "만세"도 외쳤다.

일제강점기 일부를 배경으로 '파친코'를 쓴 이 작가는 "우리 역사는 단순히 좋은 편, 나쁜 편이 있었던 게 아니라서 아주 복잡하다"며 "좋지 않았던 일을 포함해 실제 있었던 일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면 혐오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건 또 하나의 감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 제주4·3사건을 언급하면서는 "우리도 떳떳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올바르게 (진실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파친코' 이민진 작가 북토크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가 1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독자들과 북토크 행사를 하고 있다. 2022.8.10 [출판사 인플루엔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친코'를 쓰게 된 동기도 "부족한 것을 바로잡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어떻게 일본의 식민지가 됐는지를, 재일교포를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재일교포들은 지금도 모욕당하고 있고, 지저분하며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이런 편견을 옹호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억압을 받고 어려움이 있으면 우리는 반항할 수 있다. 불평등 앞에서 저항할 수 있고, 낙심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며 "세상엔 불공평한 게 너무 많지만 계속 나아가고 전진해야 한다. 인생이란 모험은 아름답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당초 초본을 썼다가 완전히 내용을 바꾼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는 "삶의 모든 순간이 낭비처럼 느껴지고 실망스러울지라도 그 어떤 것도 낭비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파친코' 후속편 집필 여부에 관한 질문엔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고, 원하지 않는다. 나머지는 독자들의 몫"이라고 답했다.

이 작가는 '급진적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페미니스트다. 평등을 믿는 모든 사람은 급진적인 사고를 갖는 사람들"이라며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와 선진 국가들은 남녀가, 성 소수자가, 종교적 소수자가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수용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독자들 앞에 선 '파친코' 이민진 작가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가 1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독자들과 북토크 행사를 하며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8.10 [출판사 인플루엔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차별·혐오와 관련해서는 "내 아이가 불평등을 겪는다면 잊어버리라고 말하기 쉬울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하면 잘 들어봐야 한다"며 "집단적 행동을 한다면 대가는 점점 작아진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할 땐 분노하지 말고 차분하게 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차기작인 소설 '아메리칸 학원'을 두고는 "정말 고통스럽게 집필하고 있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가더라도 건강만 허락하면 끝까지 쓸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표현하는 것을 배웠는지 회고록 성격의 책 '네임 레코그니션'(Name Recognition)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북클럽 운영자, 학원 운영자 아들, 작가 지망생 등 1천200여 명이 참석해 이 작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 작가는 행사를 마치고 휴대전화를 꺼내 강연장을 채운 독자들을 배경으로 함께 셀카도 찍었다. 이 작가의 부모와 남편, 언니, 외사촌 동생인 배우 김혜은 등 가족들도 자리했다. 그는 "가족에게 늘 사랑의 빚을 지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이 작가는 행사 종료 직후 연합뉴스와 만나 "1천 명 이상의 한국 독자들이 한 공간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준 경험은 처음이라 정말 얼떨떨하고 깜짝 놀랐다"며 "처음에 백인과 흑인 독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파친코'는 한국인을 위해 쓴 책이다. 오늘 너무 큰 감동을 받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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