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탄소중립, 기업에 떠넘길 일 아니다

권오은 기자 입력 2022. 8.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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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우가 남긴 상흔은 재난 영화 속 장면과 같았다.

위기감 속에서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탄소중립 과정에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적지 않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전기로 대체하는 전기화(electrification)에 따라 2050년까지 전력 사용량은 현재보다 최소 221.7%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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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은 기자

기록적인 폭우가 남긴 상흔은 재난 영화 속 장면과 같았다. 도심 대로에 자동차가 널브러졌고, 인명 피해도 있었다. 출퇴근길 물 폭탄에 젖은 신발과 바지를 말리며 기후 위기를 체감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 발표한 ‘2021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고, 해수면 상승 속도는 20년새 2배 이상 빨라졌다. 폭염과 홍수는 더 빈발할 전망이다.

위기감 속에서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기업들도 보폭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업의 탄소 감축 전략을 수립하는 이들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환경 단체 의견에 치우쳐 정책 속도만 올려서 걱정이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민간 중심’을 강조하며 알아서 잘해보라는 식이어서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탄소중립 과정에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적지 않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부터 난제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전기로 대체하는 전기화(electrification)에 따라 2050년까지 전력 사용량은 현재보다 최소 221.7%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 가운데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업계는 탄소 감축을 위해 고로(용광로)를 전기로로 대체할 계획이다. 전기 사용량은 더 늘어나는데 자체 발전량의 80% 이상을 담당하던 부생가스 발전은 불가능해진다. 철강업계가 부생가스로 확보하던 전력량만 연간 3기가와트(3GW)다. 지으려다가, 안 짓기로 했다가 다시 짓기로 한 원자력발전 신한울 3·4호기의 설비용량이 총 2.8GW다. 원전 2기로는 철강산업의 대체 전력량도 채울 수 없다. 원전 확대로 가닥을 잡았으면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핵심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도 마찬가지다. 탄소 발생이 없는 그린수소를 위해선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야 한다. 국토 면적이나 환경 등의 여건을 고려할 때 국내 그린수소 생산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호주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입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수소 운반선만 수백척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고민은 수소차 인프라 구축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금 조달 문제도 풀어야 한다. 국내에서 3번째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시멘트업계는 올해 탄소 감축과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해 올해 5400억원 가량을 설비에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5년 평균(3680억원)을 크게 웃돈다. 시멘트업계는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절반 이상인 2900억원을 회사채 발행으로 충당하거나 대출을 받기로 했다. 5년 전의 4배 규모다. 영세한 업체는 외부 자금 조달을 꿈도 못 꾼다. 정부에 탄소중립 정책 자금을 확대해달라는 호소가 이어지는 이유다.

기업의 탄소 감축의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기업 몫이다.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탄소 규제를 고려할 때 관련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는 생존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정부의 뒷받침 역시 필수다. 윤석열 정부가 외치듯 ‘민간 중심’이 돼야겠지만, 정부가 손 놓아선 안 될 일이다. 특히 탄소중립의 규모나 무게로 볼 때 결국 대통령이 키를 쥐고 끌어 나가야 한다. 이번 폭우로 윤석열 대통령도 거주하는 아파트 1층이 침수됐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를 몸소 경험한 만큼 치수 대책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탄소중립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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