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로저스'일 뿐이었나..무너진 헤이더, 계속되는 SD 뒷문 불안[슬로우볼]

안형준 2022. 8.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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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샌디에이고의 선택은 옳았을까. 야심차게 뒷문을 보강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8월 10일(한국시간)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승리했다. 9회말 매니 마차도가 끝내기 3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5연패 늪에서 빠져나왔다. 이날 경기에서 후안 소토는 이적 후 첫 홈런을 신고했고 소토와 함께 유니폼을 갈아입은 조시 벨도 멀티히트 맹타를 휘둘렀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주 기분좋은 승리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니었다. 샌디에이고는 원래 9회말 공격 없이 승리했어야 했다. 하지만 4-1 리드로 맞이한 9회초,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조시 헤이더가 최악투를 선보이며 아웃카운트 2개만에 블론세이브를 범했고 결국 샌디에이고는 9회말 마차도의 한 방에 힘입어 극적으로 연패를 끊었다.

헤이더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샌디에이고가 밀워키 브루어스로부터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다. 2017년 데뷔해 밀워키에서 6시즌 동안 125세이브,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한 헤이더는 현역 최고의 불펜투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선수. 샌디에이고는 헤이더 영입을 위해 4명을 밀워키로 보냈다.

샌디에이고는 올시즌 마무리 투수를 맡아 28세이브를 올린 테일러 로저스를 비롯해 기대주 출신 우완 디넬슨 라메트, 올시즌 데뷔한 1999년생 유망주 에스테우리 루이즈, 2021년 드래프트 2라운더인 좌완 로버트 개서를 밀워키에 내줬다. 밀워키는 다음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헤이더를 내주고 다양한 부문을 보강했다.

샌디에이고가 헤이더를 영입한 것은 로저스 때문이었다. 올시즌 개막 직전 미네소타 트윈스에 에밀리오 파간, 크리스 패닥 등을 내주고 영입한 로저스는 시즌 초중반 샌디에이고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다. 로저스는 5월 말까지 시즌 첫 20차례 등판에서 17세이브 1블론, 평균자책점 0.44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5월 막바지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후 22경기에서 11세이브 6블론, 평균자책점 8.14의 형편없는 성적을 썼다. 결국 로저스는 7월말 마무리 투수 자리를 박탈당했다.

로저스의 부진은 초반 잘 나가던 샌디에이고가 지구선두 LA 다저스에 크게 뒤쳐지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더이상 뒷문 불안을 두고볼 수 없었던 샌디에이고는 밀워키와 깜짝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며 헤이더를 품었다.

하지만 문제는 헤이더 역시 흐름이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샌디에이고는 올시즌 41.1이닝에서 1승 5패 28세이브,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한 로저스를 포기하고 34이닝 1승 4패 29세이브,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한 헤이더를 영입했다. 밀워키가 최상위권 유망주가 아닌 두 어린 선수(루이즈, 개서)와 30대에 접어든 두 불펜 투수(로저스, 라메트)를 받고 헤이더를 내준 것은 그가 최고의 상태와 다소 멀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헤이더 역시 올시즌 흐름이 로저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6월 초까지 시즌 첫 19차례 등판에서 블론세이브 없이 18세이브를 성공시켰고 자책점을 단 1점도 기록하지 않았다. 하지만 6월 초 첫 블론세이브를 범한 헤이더는 이후 18경기에서 11세이브 2블론, 평균자책점 8.82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 수는 로저스가 훨씬 많았지만 평균자책점은 오히려 헤이더가 더 높았다. 헤이더는 7월 11경기에서 무려 평균자책점 12.54를 기록하며 부진했다(로저스 7월 ERA 9.31).

원래 배럴타구를 많이 허용하는 투수인 헤이더는 올시즌 배럴타구 허용 비율이 무려 16.4%까지(개인 통산 10.4%, ML 평균 6.7%) 치솟았다. 이는 리그 하위 1%에 해당하는 최악 수치다. 원래 그리 좋지 않았던 제구력은 올시즌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아 이닝 당 투구수는 18개를 훌쩍 넘는 상황이 됐고 구속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올시즌 커리어 로우 기록을 쓰고 있었다.

물론 고무적인 부분도 있었다. 밀워키 홈구장인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는 타자친화적인 환경. 반면 샌디에이고의 홈구장인 펫코파크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친화 구장 중 하나다. 이적 후 달라진 활약을 펼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어보였다.

하지만 헤이더는 10일 경기에서 붕괴하며 세이브보다 블론세이브를 먼저 기록했다. 물론 어떤 투수도 항상 완벽할 수는 없고 무너지는 경기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 최악이었다는데 있다. 헤이더는 이날 사사구를 남발하며 위기를 자초했고 수비 도움을 받아 간신히 실점을 줄였다. 아웃카운트 두 개 모두 헤이더의 힘으로 잡아낸 것이 아니었다. 하나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난 볼을 심판이 어이없는 볼판정으로 삼진으로 바꿔준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싹쓸이 3루타성 타구를 좌익수 주릭슨 프로파가 다이빙캐치로 건져낸 것이었다.

밀워키에서 보인 좋지 않은 흐름이 그대로 이어진 것은 물론이고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리며 위기를 자초하던 로저스의 모습까지도 떠오르는 최악의 부진이었다. 이적 3경기만에 최악투를 펼친 헤이더의 이적 후 평균자책점은 무려 10.13이다. 단 3경기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흐름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현재까지 상황만을 놓고보면 샌디에이고는 로저스를 '훨씬 비싼 로저스'로 바꿨을 뿐이다.

샌디에이고가 헤이더를 영입한 것은 미래를 본 것이 아니다. 당장 올시즌부터 뒷문을 완벽히 틀어막아주기를 바란 것이다. 계약이 내년까지인 다르빗슈 유는 이미 35세고 조 머스그로브는 올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내년을 기약하기에는 불안요소와 변수가 너무 많은 상황. 하지만 헤이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샌디에이고의 올시즌 계획은 틀어지게 될 수도 있다.

야심차게 움직였고 상당한 값을 치렀지만 샌디에이고의 뒷문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 과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헤이더가 예전의 기량을 되찾고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조시 헤이더)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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