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계획생육 정책을 떠올리는 까닭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데스크 입력 2022. 8. 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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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구증가 막고 식량문제 해결 위해 실시
계획생육지표 맞추려 반인도적 행태 일삼아
中 당국, '한 자녀 어겼다'고 아이를 빼앗아가
중국 정부가 인구의 급속한 증가를 막고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한 계획생육 정책을 홍보하는 대형 선전탑.ⓒ 웨이보 캡처

노벨상 수상작가 모옌(莫言)의 ‘개구리’와 중국 최고의 이야기꾼인 위화(餘華)의 ‘제7일’은 중국 정부가 인구의 급속한 증가를 막고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0년부터 본격 실시한 ‘계획생육’(計劃生育·한 자녀) 정책에 따른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한 작품이다. 1982년 “인구 10억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초조해진 중국 당국은 “핏물이 강을 이룰지라도 초과 출산은 허락할 수 없다”는 급진적인 구호를 내세워 지방 관리들에게 ‘출생지표’를 끌어내리라고 욱대기는 통에 반인도적 행태가 횡행했다. 이 정책의 빌미로 강제 낙태·불임수술을 강요하는 현실을 폭로한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미국 망명)은 4년3개월간 옥고를 치러야 했다. 중국 당국은 저출산 추세가 가팔라지진 2016년 두 자녀 정책, 인구감소가 가시화한 지난해에 세 자녀 정책을 시행했다.


‘개구리’는 한 자녀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농촌마을을 돌아다니며 낙태·불임수술을 강요해야 했던 산부인과 의사를 다룬 이야기다. 중국 당국의 사생결단식 인구 억제 노력에도 마을사람들은 아들 욕심에 간단없이 ‘불법임신’을 감행한다. 주인공의 고모는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찬 나머지 정부정책을 맹신한다. 하지만 막상 정책이 시행되자 죄책감과 충성심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점차 폭력에 기대게 된다. 한 명이라도 더 낳으려는 사람들을 불러 둘째 출산을 철저히 저지한다. 낙태수술을 위해 무장 민병을 동원하고 트랙터를 몰고 가 집을 허물어버리겠다고 협박한다. 어떻게든 대를 이으려던 딸부잣집 임신부도, 둘째를 낳겠다며 필사적으로 뗏목을 타고 도망치던 임신부도 죽는다. 급기야 둘째를 임신한 조카며느리를 낙태수술을 하다 엄마와 태아 모두 숨지게 하지만 고모의 의지는 더욱 불타오를 뿐이다.


‘제7일’은 계획생육 정책 탓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영아 시신들을 위한 헌사다. 주인공 양페이는 어머니가 기차를 타고 가다 화장실에서 낳는 바람에 ‘철길에서 태어난 아이’다. 기차역에서 일하는 젊은 양아버지가 데려와 애지중지 키운다. 양페이는 젖을 먹여준 이웃집 아줌마를 통해 정책의 무자비한 단면들을 낱낱이 파헤친다. 아침에 장 보러 갔던 아줌마는 강물에 잡초와 함께 영아 시신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깜짝 놀란다. 곧바로 신문사로 찾아가 기자들을 붙들고 영아 시신들이 봤다고 전한다. 기자들은 현장으로 달려가 스물일곱 명의 영아 시신을 찾아내고, 여덟 명의 영아 시신에는 같은 병원의 표식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기자가 병원장에게 따져 묻자 병원 사무장에게 떠넘기고 그는 줄행랑쳤다. 사무장은 여덟 명의 영아가 병원에서 치료 받았지만 그 부모가 병원비를 내지 않아 손해가 막심하다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당당히 말한다. “표식이 없는 열아홉 구의 시신은 정책에 따라 강제유산된 태아다. 계획생육은 국가정책이다. 영아 시신은 ‘의료쓰레기’인 까닭에 쓰레기는 버려야 한다” 권력층의 지시를 받은 신문사는 기사를 뭉개버리고, 이에 분노한 기자가 온라인에 기사와 사진을 올린다.


‘한 자녀 정책 실천해 경제발전 이룩하자’는 내용의 1980년대 중국 계획생육 정책을 선전하는 포스터.ⓒ 차이니즈포스터즈네트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강압적인 한 자녀 정책은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실제 상황이다. 얼마 전 아들을 당국에 빼앗긴 한 중국인 부부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광시(廣西)장족자치구 구이린(桂林)시 취안저우(全州)현에 사는 덩전성(鄧振生)·탕웨잉(唐月英) 부부가 당국에 아동 인신매매 청원을 넣은 게 사건의 발단이다. 이들 부부는 1989년 아들을 낳았는데, 초과 출산이라는 이유로 현 정부로부터 벌금 수천 위안을 내라는 독촉에 시달려야만 했다. 가구와 TV 등 가재도구와 키우던 돼지까지 내다 팔았지만 끝내 벌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이에 취안저우현 계획생육 정책 책임자는 돌도 채 안 지난 부부의 아들을 데리고 갔다. 부부는 경찰에 신고하고 백방으로 아이를 수소문했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부부는 “당시 한 자녀 정책 책임자는 인신매매할 만한 똑똑하고 영리한 아기들을 찾고 있었다”며 그를 인신매매 용의자로 고발했다. 사흘 뒤 취안저우현 당국으로부터 답변이 날아왔다. 내용은 “당신 자녀는 ‘사회조제’(社會調劑·사회적 재배치)됐다”며 아동 인신매매 혐의는 존재하지 않는다”이었다. 1990년대 광시자치구의 계획생육 정책은 ‘인구수를 통제해 인구소양을 높이자’는 명목아래 실시됐다”며 “정부 결정에 따라 자녀는 일률적으로 사회적 재배치됐기 때문에 아동 인신매매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 재배치된 아들의 행방에 대한 기록도 없다”는 것이다. 아이를 강제로 빼앗은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답변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자 “비인간적인 조치”라는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국민 생명에 대한 무자비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비인도적 대국민 범죄행위, 즉 야만적인 국가행위가 서슴없이 벌어지는 곳이 비단 중국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이라는 반인도적인 행태로 떠들썩한 판국이니, 결국 오십보백보인가.


글/김규환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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