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강원 노포 탐방] 12. 삼척 문화제과

구정민 입력 2022. 8. 11. 05:00 수정 2022. 8. 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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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하나에 100원하던 시절부터 '따뜻한 추억' 굽는 제과점
▲ 삼척 문화제과 꽈배기·찹쌀 도넛·생도넛.

삼척시 근덕면 작은 마을에 ‘꽈배기’ 하나로 전국에 이름을 떨친 집이 있다. 전국구 꽈배기 맛집으로 소문난 이 집은 지난 1986년 문을 열고 30년 넘게 성업중인 ‘문화제과’이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집 주력은 제과빵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몰려드는 손님들이 너도나도 꽈배기와 찹쌀 도넛 등만 찾아대는 통에 이제는 아예 꽈배기·찹쌀 도넛·생 도넛만 팔고 있다. 그것도 하루 50봉지만 선착순으로 팔고, 가격도 1봉지당 5000원 고정이다. 때문에 새벽부터 준비한 50봉지는 금세 동이 난다.

근덕면의 작은 골목길 안 깊숙이 위치해 있는 탓에 큰 길에서 찾기가 쉽지 않은 ‘문화제과’는 박준학(72)·이용남(71)씨 부부가 3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중한 보금자리이다. 남편 박준학씨는 꽈배기와 찹쌀·팥 도넛에 들어가는 주재료인 찹쌀과 밀, 팥 농사를 직접 하고, 부인 이용남씨가 실질적인 제빵사다.

▲ ▲ 문화제과의 제빵사인 이용남씨.

삼척시 근덕면에 1986년 개업
직접 농사지은 찹쌀·밀·팥 사용
빵 좋아하는 남편위해 제빵 시작

이용남 씨는 강릉비행장을 확장한다고 해 대대로 살던 고향땅을 등지고 오빠가 일하던 삼척으로 온 가족이 이사를 왔다. 스무살 때 고향 강릉을 떠나 가족들과 삼척에 정착했으니 벌써 50년도 전 일이다. 낯선 곳에 다시 정 붙이고 살기 위해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하던 중에 중매가 들어왔다. 지금의 남편이다. 스물일곱살에 한살터울 남편과 만나 2남1녀를 두고 열심히 살았다. 이용남씨가 제과점을 차리게 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평소 술을 입에 대지 않는 남편이 유독 좋아하는 간식이 빵이었다. 그러던 중 서울에서 어떤 사람이 삼척 근덕으로 내려와 제과점을 열었는데, 1년만에 접고 다시 서울로 갔다고 한다. 남편에게 맛있는 빵을 원 없이 먹게 해 주자는 마음에서 그 제과점을 간판 그대로 인수했다. 그 곳이 지금의 ‘문화제과’이다.

▲ ◀ 박준학(사진 왼쪽)·이용남씨 부부. ▲3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화제과 외관.

과거 케이크 등 판매 종류 다양
현재 꽈배기·도넛 등 3종류 남아
하루 50봉지 한정돼 금세 매진

전 주인에게 닥치는 대로 빵 굽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해 단칸방을 낀 19평(60여㎡) 남짓한 가게에서 매일 새벽 2~3시부터 반죽을 치대고, 발효시키고, 빵을 빚은 세월이 벌써 36년째다. 빵 굽는 재주가 남다른 탓이었을까. 가게 문을 다시 열자 마자 근처 근덕농고 학생들이 단골 손님이 됐다. 빵도 맛있지만 빵 하나에 100원 하던 시절, 주머니 사정이 뻔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등·하굣길에 꼭 들려야 하는 곳이 됐다. 처음에는 생크림 케이크(1~5호, 3층)는 물론 롤케이크와 식빵, 맘모스 빵, 생도넛, 크로켓, 찹쌀도넛, 꽈배기, 팥빵, 슈크림빵, 곰보빵, 앙금빵 등 안 파는 빵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이 곳 ‘문화제과’의 꽈배기와 찹쌀도넛, 그리고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도넛이 전국의 소위 ‘빵 덕후’들에게 하나둘 입소문이 나더니 어느새 동해안 ‘빵집 순례’에서 반드시 들려야 하는 집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TV프로그램인 ‘생활의 달인’에서 ‘꽈배기&찹쌀 도넛의 달인’으로 제빵사 이용남씨 부부가 방송을 탄 뒤부터는 밀려드는 손님들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힘에 부쳐 많은 반죽을 치대기도 어렵지만 오는 손님을 모두 받을 욕심으로 빵을 만들다가는 몸에 무리가 간다고 여겨 하루 50봉지만 선착순 판매하고 있다. 소박한 비닐 봉지 안에는 꽈배기 4개와 찹쌀 도넛 5개, 생도넛 1개가 담겨있다. 한 사람당 한 봉지만 살 수 있다. 먼 길을 달려온 다른 사람들도 맛을 봐야 한다는 나름의 배려에서다.

당일 반죽한 빵만 판매하는 원칙
“힘 닿는데까지 단골 만나고 싶어”

3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허름한 간판 아래 삐거덕 거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옛날 정취가 물씬 풍기는 가게 내부가 보인다. 예전에는 매일 구워낸 다양한 빵이 진열돼 있었을 오래되고 낡은 쇼케이스 안에는 이제 전병 등 옛날과자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 위에는 누군가 뜯어다 말린 듯한 고사리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잘 보이는 벽에는 케이크와 롤케이크, 옥수수식빵 등의 가격이 적힌 가격표가 액자에 소중히 담겨 걸려있는 것으로 미뤄 예전에는 꽈배기 뿐만 아니라 이런 빵들도 팔았구나 하는 것을 실감케 한다. 특히 손으로 힘주어 꾹꾹 눌러 쓴 ‘맛의 차별화’라는 글귀가 재미있다. 이 글에는 “저희 꽈배기는 <절대> 말랑하지 않습니다. <저희 꽈배기는> 손에 쥐면 딱딱한 느낌, 입에 넣으면 바삭한 느낌, 꼭꼭 씹으면 쫀득쫀득? <이런 맛>을 좋아하시는 분에게만 판매하고 싶습니다”라는 다소 과감한 문장이 써 있다. 가게 안에 이처럼 과감한 문구를 적어 놓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다른 집 꽈배기에 비해 단단한 식감 때문인데, 이를 두고 일부 사람들이 만든 지 오래된 것이 아니냐며 항의하는 일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 문화제과 꽈배기 맛에 대한 자부심도 엿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날 판매할 빵은 그날 반죽해서 튀긴 것만 판매한다는 이들 노부부의 오랜 원칙 때문이다. 이용남씨는 “미리 반죽해 놓으면 발효가 너무 진행돼 고유의 단단한 식감이 사라진다”며 “우리 집 꽈배기 본연의 고소한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설탕을 적게 두르고 먹어야 맛있다”고 귀띔했다. 언제까지 장사를 계속 하겠느냐는 질문에 박준학·이용남씨 부부는 “어릴 때 우리 집을 드나들던 어린 학생들이 이제 아이를 품에 안고 와서는 ‘이 꽈배기를 잊을 수 없어요’, ‘계속 장사해 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한다”며 “이제는 힘에 부쳐 많은 빵을 만들어 팔 수는 없지만 힘 닿는데까지 빵을 만들어 조금이라도 더 단골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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