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테루아르와 과학] 퀀텀닷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녹차, 이산화탄소 줄여 기후변화 막기도
'차의 테루아르와 과학' 연재를 통해서도 녹차 추출물이 어떻게 각성 작용을 하는지, 심리적 안정을 주는지, 여러 질병을 억제하는 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관한 여러 연구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녹차의 정적이고 고전적 이미지와 달리 녹차를 구성하는 물질은 현대 최신 과학에서도 활발하게 활용 중이다.
현대인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나 태블릿 화면은 크기가 작지만 화질이 아주 뛰어나 커다란 TV만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양자점' 혹은 '퀀텀닷(Quantum dot)'이라 부르는 나노 사이즈 반도체 물질 개발이 큰 역할을 했다. 특정 물질을 나노 크기로 정제하면 이것들은 빛의 자극에 의해 한 가지 파장의 형광을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이를 잘 이용하면 다양한 색상의 빛을 발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고, 실제로 이렇게 정제한 나노 물질들은 전자제품의 OLED나 LED와 같은 발광 물질에 사용되고 있다. 또 이런 양자점들을 이용해 암세포를 찾아내거나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고, 흡수한 태양 빛의 파장을 바꾸는 특성을 활용해 태양에너지 열판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퀀텀닷을 만드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물질이 서로 엉기거나 커지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이다. 이는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닌데, 최근 들어 퀀텀닷 생산 공정에서 나노 물질 성장을 억제해 원하는 나노 발광체를 만드는 조절 물질로 녹차에서 유래한 '폴리페놀(polyphenol)'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폴리페놀은 녹차와 같은 자연 물질에서 추출한 물질이라 해가 적을 뿐 아니라, 고온이 아닌 상온에서 반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영국 과학자들은 황화카드뮴 성분의 퀀텀닷을 제작하면서 차 추출물로 코팅해 퀀텀닷 크기를 일정하게 제한해낼 수 있었다. 결국 차 추출물로 원하는 나노 크기의 물질을 만들어 우리가 원하는 강한 색깔을 방출하는 물질을 구현하게 된 것이다.
또한 단순히 자연친화적 발광체를 넘어, 이를 이용해 약물을 전달하거나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는 물질로 활용하려는 후속 기술을 연구 중이다.
녹차에 풍부한 폴리페놀 성분은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새로운 가능성으로도 주목받는다. 지구상에 사는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하지만 식물이 죽고 나면 사체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다시 공기 중 이산화탄소로 돌아간다. 만일 미생물의 이러한 분해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토양에 더 많은 탄소를 유기물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녹차에 풍부한 성분인 폴리페놀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등장한 셈이다. 눈으로 볼 수도 없는 나노 크기 현상에서 전 지구 규모에 이르기까지, 녹차를 둘러싼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우리가 차를 한잔 마시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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