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한 그리움 화폭에 가득.. 이건희가 사랑한 화가 이중섭
김태언 기자 2022. 8. 11. 03:03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내일 개막.. 이중섭, 6·25전쟁으로 가족 이별
부인에 편지로 사랑-열정 담아.. 연필-유채 등 다양한 재료 실험
1940년대 엽서화-드로잉도 출품.. 기증작품 87점 등 97점 선보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내일 개막.. 이중섭, 6·25전쟁으로 가족 이별
부인에 편지로 사랑-열정 담아.. 연필-유채 등 다양한 재료 실험
1940년대 엽서화-드로잉도 출품.. 기증작품 87점 등 97점 선보여
“당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 이 ‘아고리’는/머리가 점점 맑아지고 눈은 더욱더 밝아져서 … 나는 우리 가족과 선량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진실로 새로운 표현을/위대한 표현을 계속할 것이라오/내 사랑하는 아내 ‘남덕’ 천사 만세 만세.”
1954년 아고리가 남덕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아고리는 화가 이중섭(1916∼1956), 남덕은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101)다. 이중섭은 도쿄 유학 시절 턱(일본어 ‘아고’)이 길다며 성과 함께 붙인 장난스러운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남덕은 야마모토 여사의 한국 이름이다.
이중섭은 6·25전쟁으로 1952년 부인과 두 아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가족과 생이별했다. 그는 부인에게 꾸준히 편지를 보냈다. 한 소절 한 소절마다 부인에 대한 사랑과 미술 작업에 대한 열정이 진득하게 배어난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12일 개막하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에서는 인간 이중섭이 예술가로 완성돼 가는 과정을 짚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4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작품들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지난해 7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에 이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두 번째 전시다. 고인이 기증한 작품 1488점 가운데 이중섭 작품은 104점으로 유영국(1916∼2002·187점), 파블로 피카소(1881∼1973·112점) 다음으로 많다. 이번 전시에서는 87점을 공개하며 미술관이 원래 소장한 11점 가운데 10점도 선보인다. 이번에 빠진 은지화(담배 은박지에 그린 그림) ‘아이들’은 9월 열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뮤지엄(LACMA)의 한국 근대미술 기획전에 출품됐다.
이번 전시에선 그간 접하기 어려웠던 이중섭의 1940년대 작품을 여럿 만날 수 있다. 화가는 6·25전쟁이 터진 뒤 북한 원산시 작업실에 상당수 작품을 두고 왔다. 전시에 나온 작품은 다수가 엽서화(가로 14cm 세로 9cm)로, 상당수는 1940년대 당시 연인이던 부인에게 보낸 그림들. 뒷면에 주소와 날짜가 남아 있다. 1940년 12월 25일 보낸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은 엽서화 가운데 시기가 가장 빠르다.
엽서의 크기는 작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이중섭이 연필과 유채, 크레용, 먹 등 다양한 재료를 실험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현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단순하고 선명한 화풍과 자유로운 공간 구성이 완성 단계로 접어들어, 작가의 전성기인 1950년대로 나아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가 드러난 소와 허공을 응시하는 여인을 그린 ‘소와 여인’(1942년), 무력해 보이는 세 인물을 거친 선을 통해 그려낸 드로잉 ‘세 사람’(1942∼1945년) 등 연필화 4점도 있다.
1954년 아고리가 남덕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아고리는 화가 이중섭(1916∼1956), 남덕은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101)다. 이중섭은 도쿄 유학 시절 턱(일본어 ‘아고’)이 길다며 성과 함께 붙인 장난스러운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남덕은 야마모토 여사의 한국 이름이다.
이중섭은 6·25전쟁으로 1952년 부인과 두 아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가족과 생이별했다. 그는 부인에게 꾸준히 편지를 보냈다. 한 소절 한 소절마다 부인에 대한 사랑과 미술 작업에 대한 열정이 진득하게 배어난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12일 개막하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에서는 인간 이중섭이 예술가로 완성돼 가는 과정을 짚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4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작품들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지난해 7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에 이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두 번째 전시다. 고인이 기증한 작품 1488점 가운데 이중섭 작품은 104점으로 유영국(1916∼2002·187점), 파블로 피카소(1881∼1973·112점) 다음으로 많다. 이번 전시에서는 87점을 공개하며 미술관이 원래 소장한 11점 가운데 10점도 선보인다. 이번에 빠진 은지화(담배 은박지에 그린 그림) ‘아이들’은 9월 열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뮤지엄(LACMA)의 한국 근대미술 기획전에 출품됐다.
이번 전시에선 그간 접하기 어려웠던 이중섭의 1940년대 작품을 여럿 만날 수 있다. 화가는 6·25전쟁이 터진 뒤 북한 원산시 작업실에 상당수 작품을 두고 왔다. 전시에 나온 작품은 다수가 엽서화(가로 14cm 세로 9cm)로, 상당수는 1940년대 당시 연인이던 부인에게 보낸 그림들. 뒷면에 주소와 날짜가 남아 있다. 1940년 12월 25일 보낸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은 엽서화 가운데 시기가 가장 빠르다.
엽서의 크기는 작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이중섭이 연필과 유채, 크레용, 먹 등 다양한 재료를 실험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현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단순하고 선명한 화풍과 자유로운 공간 구성이 완성 단계로 접어들어, 작가의 전성기인 1950년대로 나아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가 드러난 소와 허공을 응시하는 여인을 그린 ‘소와 여인’(1942년), 무력해 보이는 세 인물을 거친 선을 통해 그려낸 드로잉 ‘세 사람’(1942∼1945년) 등 연필화 4점도 있다.
1956년 세상을 떠난 이중섭은 1950년대 더욱 위대한 예술적 성취를 이뤘지만, 개인적으로는 힘겹고 애달픈 시기였다. 가족을 절절하게 그리워한 그는 일본에서 부인과 두 아들을 한 차례 만난 후 홀로 한국에 돌아왔고 다시는 서로 보지 못했다. 그는 외로이 작업을 이어갔다. 이번에 처음 공개한 ‘물놀이하는 아이들’처럼 이중섭은 아이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는 구도가 똑같은 작품이 2점으로, 원색이 진한 이건희컬렉션과 유채로 마무리한 미술관 소장 작품을 비교해 감상할 수 있다.
이중섭이 은지화를 많이 그린 시기도 1952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고 난 뒤였다. 특히 헤어지기 전 1년 동안 함께 살았던 제주 생활의 기억이 주로 담겼다. 물고기와 게, 가족을 그린 ‘가족을 그리는 화가’가 대표적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살포시 미소 짓거나 감정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화가가 어떤 마음으로 그렸을지 떠올려보면 가슴이 시려 온다. 내년 4월 23일까지, 무료.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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