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 시대 풍미한 작곡가, 우울증 앓던 그의 삶에 낭만은 없었다
낭만주의 시대를 빛낸 대표 작곡가 독일의 로베르트 슈만(1810~1856), 그의 삶은 낭만적이지 못했다. 슈만은 1854년 라인강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어부가 구조해 살아남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발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2년 후 46세에 세상을 떠났다.
슈만은 출판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서 법률을 공부하다 뒤늦게 작곡과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슈만 환상곡 등 사랑과 좌절이 뒤섞이는 자신의 운명을 암시하는 가곡과 피아노곡을 많이 남겼다. 손의 마비 증세로 바라던 피아니스트가 되진 못했고, 피아노 거장 클라라 슈만과 결혼했다. 그녀는 슈만의 아내이자 음악적 동지 역할을 했다. 슈만의 작품은 시적이며 철학적이라는 평을 듣는데, 그는 평생 정신 질환에 시달렸다. 훗날 정신 분석 학자들은 슈만 가계도를 연구하여 그의 질병이 몇 대에 걸쳐 발생한 유전성 질환임을 밝혔다. 슈만이 16세 때 그의 아버지가 광기를 보이며 세상을 떠났고, 같은 달에 여동생도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슈만의 누나, 아들들도 이 집안에 내려오던 염색체 결함 희생자가 됐다.
당시 유행하던 매독도 슈만의 인생 마감에 영향을 미쳤다. 어느 겨울 아침, 슈만의 광기는 극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하이에나 같은 짐승 소리로 빠르게 변모한 천사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라인강 다리로 걸어가 몸을 던졌다. 시각적 청각적 환각에 시달렸던 것이다.
예술가에게 정신 질환은 창작 열기를 불사르게 하는 불쏘시개이자, 열기를 식히는 찬물이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슈만이 우울증을 세게 앓을 때, 음악적 생산성은 가장 좋았다고 한다. 개인은 힘들고 미치겠지만, 작품을 접하는 후대는 감동을 얻는다. 괴롭지 않고 어찌 위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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