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은 과연 공정한가

입력 2022. 8. 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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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수도권이 기상관측 사상 최대 '물폭탄'을 맞았다. 반면 전라남도 도서지역은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계획 단수에 나섰다. 1주일 중 이틀은 수돗물을 공급하고 닷새는 단수(斷水)를 한다. 폭염 속 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물 한잔 마시기도 미안해진다.

수돗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지하수를 이용해야 하는데 지하수는 안전을 담보하기 힘들다. 지난달 말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168만개의 지하수 관정 가운데 먹는 물로 쓰이는 관정은 8만5000개로 추정된다. 그중 7036개의 식수용 개인 지하수 관정을 조사한 결과 148곳에서 우라늄이 먹는 물 수질기준을 초과했고, 라돈이 기준치를 초과한 곳도 1561곳에 달했다.

깊은 땅 속 화강암과 변성암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 방사성 물질 때문이다. 인제 내린천의 계곡물을 식수로 사용하던 강원도 한 부대의 장병 100여 명이 A형 간염에 집단 감염된 일도 있었다. 상류에 있는 축사 오염물질이 문제였다. 지하수 오염과 물 부족이 예상되는 지역에 단 한 가구만 살더라도 그들을 위한 대처를 해야 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인데 유감스럽게도 물에 대해 '보편적 복지'가 아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편적 물 복지'를 위한 또 한 가지 과제는 전 국민이 똑같은 수질과 수량, 요금의 혜택을 누리도록 동일한 상수도 요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 수돗물 요금은 지역별 편차가 크다. 전국 평균 요금은 719원/㎥이지만 충북 단양군은 1591원/㎥, 강원도 평창군은 1473원/㎥로 거의 두 배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경기도 성남시(329원/㎥), 안산시(493원/㎥)는 평균보다 낮은 요금을 낸다. 가장 비싼 곳과 싼 곳의 요금 차이가 거의 5배에 가깝다. 또한 강원도 화천군의 경우 요금은 581원에 불과하지만 총괄원가는 8030원/㎥로 요금 현실화율이 7.2%에 불과하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가장 불신하는 노후 수도관의 현대화가 진행 중이다. 또 그동안 광역상수도는 국가, 지방상수도는 지자체가 책임지는 이원화 정책에서 정부가 직접 관여해 물 관리 일원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제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를 연계하고 물 복지 사각지역을 해소해 도농 간 또는 지역 간 물 서비스 격차를 없애야 한다. 자립이 어려운 지자체들을 묶어 통합공급·관리 시스템을 갖출 필요도 있다. 급수 취약지역은 고도정수처리 설비(분산형 용수공급시스템)를 도입해 원격운영을 통해 수질상태 감시와 지역별 맞춤형 서비스 모델을 개발해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것은 수돗물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정부가 먹는 물 수질기준 강화와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2019년 인천 적수 사태 등으로 불신이 누적됐고, 2020년과 올해도 가정집 샤워기 필터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계속되고 있다. 수돗물의 신뢰도 개선은 근본적으로 고품질 수돗물 생산과 깨끗하고 안전한 공급에 있다. 물은 순수하고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공정하다.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계획으로 수돗물의 안전성을 국민의 삶 속에 녹일 필요가 있다.

[이중열 물복지연구소장·전 수자원공사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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