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정부·공공기관 구조조정 서둘러야
문재인정부 공직자 13만명 폭증
규제 늘어나는 건 공공 비대화 탓
저항 있더라도 개혁 멈춰선 안 돼
얼마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영국 정부가 공무원 수를 약 20% 감축하는 대대적인 공무원 개혁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3년에 걸쳐 공무원 9만1000명을 줄여 2016년 수준으로 되돌린 후 연간 35억파운드(5조5000억원)의 재정지출을 줄이는 게 목표라고 한다. 정부가 효율적 조직운영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취지라니 머리가 끄덕여진다. 공공서비스 질 저하라는 우려의 목소리와 퇴직수당 등 구조조정 재원으로 20억파운드(3조1600억원)가 소요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앙정부 공무원 인건비 역시 2021년 사상 처음으로 연간 40조원을 돌파했다. 2016년만 해도 공무원 인건비 예산은 32조1000억원이었다. 공공기관 부채규모는 2017년 5월 499조4000억원에서 올해 5월 583조원으로 83조원 가까이 늘었다. “작은 정부가 좋다는 맹목적 믿음을 버리라”는 문재인정부의 고집이 빚어낸 참사다.
“조직의 구성원 수는 업무량과 상관 없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 영국의 행정학자 파킨슨이 주창한 이른바 ‘파킨슨 법칙’이다. 끊임없이 팽창하려는 속성을 지닌 공공 부문의 병리현상을 꼬집는 말이다. 그는 “공무원 수가 늘어날수록 승진에 유리하기 때문에 일정한 비율로 공무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해군을 연구해 이를 입증했다. 1차 대전 당시 62척이던 주력함은 전쟁 후 3분의 1로 줄었고 해군병력도 30% 줄었다. 그러나 해군성 공무원 수는 80%가량 늘어났다. 2차 대전 후에는 3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조직의 비대화는 독배(毒杯)나 다름없다. 공무원 수가 늘수록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 규제를 늘리기 마련이다. 민간의 역할은 축소되고 시장의 자율 기능은 위축된다. 결국 정부 조직의 비효율화는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삶의 질도 저하시킨다.
윤석열정부가 공무원 군살빼기를 약속했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부처별 공무원 정원 1%를 감축·재배치하는 ‘통합정원제’ 도입 등을 담은 정부 인력 운영방안을 내놨다. 규제개혁 등으로 남는 부처 인력을 다른 부처로 보낸다는 게 골자다. 인구감소, 민간 부문 성장 등 행정수요가 감소했는데도 공무원 수만 늘어났다는 게 제도 도입의 취지다. 재정부담을 줄이고 행정 비효율을 바로잡자는 시도지만 만시지탄이다. 기획재정부도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내년 공공기관 정원 감축 방안을 제시했다. 350개 공공기관이 대상이다. 민간과 중첩된 공공 부문은 도려내고, 공공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는 각종 협회나 조합 등 관변단체와 낙하산 인사들을 걸러내자는 취지다.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 조직은 한번 만들면 없애기가 쉽지 않다. 영국 정부가 그동안 공무원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야구에서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말이 있다. 지키는 야구는 필패(必敗)다. 윤 정부의 공공 부문 개혁은 가시적 효과를 바라는 국민의 눈높이에 크게 못 미친다. 권력은 짧지만 국가 재정은 영원해야 한다. 개혁에 저항이 있더라도 멈춰선 안 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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