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총리 유력 멜로니 “리비아 해안 봉쇄해 불법난민 유입 막아야”

파리/정철환 특파원 입력 2022. 8. 10. 22:43 수정 2024. 1. 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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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I) 당수/AP 연합뉴스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극우 성향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I) 당수가 “지중해 건너 아프리카 해안을 봉쇄해 난민과 불법 이민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 정계가 들끓고 있다. 이탈리아는 아프리카 북부 해안선을 마주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유럽행 아프리카 난민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고무보트 등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밀입국한 사람은 6만7000여 명에 달한다.

9일(현지 시각) 안사(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멜로니 당수는 전날 이탈리아 메디아세트TV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인 불법 이주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착지(유럽)가 아닌 출발지(아프리카)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해군이 리비아에서 공해상으로 넘어오는 선박을 검사해 난민 자격이 있는 이들만 통과시키고, 불법 이주 목적의 사람은 돌려보내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난민을 태운 보트가 유럽 쪽으로 접근하기 한참 전에 미리 검사해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해상 봉쇄’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멜로니 당수는 “안타까운 인명 사고를 막는 데도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북아프리카 해안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으로 향하다 보트 전복 및 표류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지난해에만 2000여 명에 달한다. 그는 이날 RTL라디오 인터뷰에서 “난민을 가장한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EU)과 (프랑스·그리스·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 유럽 국가들이 협력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좌파 진영에서는 즉각 “현실성이 전혀 없는 주장”이라며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PD)의 로라 볼드리니 전 하원의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국의 해안 봉쇄는 국제법상 선전포고 행위”라며 “멜로니 당수가 이런 사실을 알고서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중도 좌파 성향 정당 ‘아치오네’는 멜로니 당수의 주장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비유하며 “이탈리아판 ‘해상 장벽’을 만들겠다는 얘기”라고 비난했다.

정계 일각에서는 “멜로니 당수의 발언은 의도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는 9월 조기 총선을 앞두고 FdI가 내세워온 반(反)난민, 반이민 정책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핵심 지지층인 극우 성향 유권자 사이에 불만이 나오자, 정책 선명성을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멜로니 당수의 홍보 전략을 ‘코치’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는 FdI와 우파연합을 구성한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대표다. 멜로디 당수를 인터뷰한 메디아세트는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미디어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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