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고인돌 훼손' 김해시 해명도 논란.."손으로만 옮겼다"

노형석 2022. 8. 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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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고인돌인 경남 김해 구산동 고인돌(지석묘) 묘역을 복원 정비하는 과정에서 묘역 박석(얇고 넓적한 돌)들을 마구 들어내며 불법 훼손한 사실이 드러난 김해시의 후속 해명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5일 <한겨레> 의 첫 보도로 훼손 사태가 처음 알려진 뒤 김해시 쪽은 6일 입장문을 내어, 훼손 대상으로 지목된 묘역 박석들을 손으로 일일이 들어내 심고 정비한 것이며 중장비는 쓰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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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박석들 손으로 정비" 강변
전문가 "박석 무게 40~60kg 추정
포클레인에 깨진 흔적 명백"
1652㎡ 내 거석들 8달 새 정비 완료
손만으론 물리적 불가능 지적
공무원 "중장비 이용 지침" 증언도
묘역에서 떼어낸 박석들 가운데 포클레인 등의 중장비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추정되는 균열이 나타난 일부 돌들만 색깔을 입혀 보정한 사진이다. 이한상 교수 제공

정말 손으로 일일이 복원 작업을 한 것일까?

세계 최대 규모 고인돌인 경남 김해 구산동 고인돌(지석묘) 묘역을 복원 정비하는 과정에서 묘역 박석(얇고 넓적한 돌)들을 마구 들어내며 불법 훼손한 사실이 드러난 김해시의 후속 해명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5일 <한겨레>의 첫 보도로 훼손 사태가 처음 알려진 뒤 김해시 쪽은 6일 입장문을 내어, 훼손 대상으로 지목된 묘역 박석들을 손으로 일일이 들어내 심고 정비한 것이며 중장비는 쓰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를 비롯한 고고학계 전문가들은 김해시의 수작업 해명이 현실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남도 문화재위원회의 현상 변경 허가가 나온 뒤부터 문화재위원의 현장 시찰 중 무단 훼손 사실이 발각된 지난달 말까지 불과 여덟달 만에, 무려 1652㎡(500여평)에 이르는 면적의 묘역 박석들을 모두 중장비를 쓰지 않은 채 땅에서 인부들의 손으로 뽑아낸 뒤 그중 상당 부분을 다시 땅에 박아 복원했다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사 중단 명령이 내려지기 전인 지난달 찍은 구산동 고인돌 현장. 묘역 안에 포클레인이 들어가 흙을 퍼내며 작업 중인 광경이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고고학계 한 연구자가 제공한 사진이다.

유적 현장을 여러 차례 살펴본 이 교수는 “지석묘 묘역의 박석들은 땅 위에 납작하게 붙어 있는 작은 돌이 아니라 아래쪽은 쐐기 모양으로 땅에 박혀 있는 큰 돌 얼개를 지닌 것들이 많다.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이 들어야 겨우 움직일 정도여서, 무게가 40~60㎏인 것으로 추정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일일이 떼어내고 쌓는 부분까지 수작업을 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 인력이 필요하다”며 “경상남도의 현상 변경 허가 직후인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8개월 만에 모든 박석들을 떼어내고 상당수를 다시 보도블록처럼 붙여 정비까지 한 것은 포클레인 등의 중장비를 썼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김해시가 공개한, 떼어낸 박석들이 적치된 사진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사진을 보면 일부 돌들에 막 깨진 균열이 분명하게 보인다. 그는 김해시가 제공한 사진들에서 포클레인에 깨진 흔적을 지닌 돌들을 따로 색을 입혀 보정한 사진들을 만들어 증거 자료로 제시하면서 “일부 깨진 돌들의 균열 흔적은 사람이 손으로 떼어낼 경우라면 나올 수 없는 흔적이다. 포클레인 등의 중장비가 들어서 옮기다 깨진 흔적이 명백하다”고 단정했다.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묘역에서 무단으로 들어낸 박석들이 널린 모습. 김해시 제공

또 하나 주목되는 건 김해시 소속 일부 공무원의 증언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 한 공무원은 구산동 고인돌 묘역 정비 공사의 경우 돌을 심는 것은 중장비를 이용하도록 설계 방침에 규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원래 남은 박석들 사이로 후대 유실되어 빈 틈새 부분에 새 돌을 채워 넣는 정비 공사의 경우에 이런 방침을 시행하라고 규정한 것인데, 시 쪽이 의뢰한 업체가 원래 있던 묘역의 박석들까지 모두 갈아엎어 떼어냈으므로 원래 박석들을 심을 때도 이 방침에 따라 중장비를 썼다는 것이다.

고고학계의 다른 소장학자는 “수천년 전 원래 상태를 유지한 박석을 걷어낸 것 자체가 불법이고 문화재 파괴지만, 중장비로 문화재를 헤집고 무단복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김해시 정비 복원 작업의 윤리적 문제점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희 김해시 공보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가야사복원과 등 담당 부서 관계자들이 원래 박석을 일일이 떼어내어 세척한 뒤 다시 심는 과정을 모두 손작업으로 했다고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현재 관계자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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