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중 관계' 주목하는 케냐 대선..그나마 나은 도둑은 누구?

박효재 기자 2022. 8. 10. 21: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높은 실업률·식량 인플레 속 루토 부통령·오딩가 전 총리 접전

동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이자 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정착됐다고 평가받는 케냐에서 9일(현지시간) 대선·총선이 치러졌다.

공식 개표 결과는 일주일 후에 공개되지만, 통합민주운동(UDM) 후보인 윌리엄 루토 부통령(55)과 ‘아지미오 라 우모자(통일의 맹세)’ 후보인 라일라 오딩가 전 총리(77) 간 접전이 예상된다. 투표율은 오랜 경제난과 만연한 정치권 부패에 대한 실망감으로 낮았다.

루토 후보는 우후루 케냐타 현 정부 2기 동안 부통령을 지냈지만 스스로를 정치 아웃사이더로 칭하며 서민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집중했다. 케냐 독립운동의 영웅을 부친으로 둔 덕분에 정계 입문 때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던 오딩가 후보와의 차별화 시도로 해석된다. 루토 후보는 취임하면 농업 생산성을 높여 케냐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바바(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오딩가 후보는 지금까지 대선에만 5차례 도전해 후보들 중 가장 인지도가 높다. 그는 케냐에 다당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투옥됐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투사 기질과 강한 업무 추진력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이번 선거는 케냐타 대통령의 경제 실정에 대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케냐에서는 청년층의 3분의 1 이상이 실직 상태이고, 식량 가격 상승률은 2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서민 후보임을 강조하는 루토 후보는 빈곤층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0억케냐실링(약 2조202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딩가 후보는 의료보험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하고 취임 후 100일 내에 케냐 전역 빈곤·취약 가정에 6000케냐실링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중국은 케냐 채권 보유 국가·기관 중 2위이다. 루토 후보는 중국과 정부 간 계약을 공개하고 불법체류 중국인을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완공됐지만 막대한 차입금 상환부담, 국내 물류업 생태계 파괴 등으로 비난받는 나이로비~몸바사 철도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중국과 계약 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거나 사업 내용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냐타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이후 정부 부채는 726억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투표율은 약 60%로 5년 전 대선 투표율(80%)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오랜 경제난과 정치인들의 만연한 부패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두 후보 모두 가짜 금 선불 수수료 사기, 토지 강탈 의혹 등 크고 작은 스캔들에 연루된 바 있다. 수도 나이로비 외곽 슬럼가 키베라의 한 유권자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어느 쪽도 희망은 없다. 우리는 두 후보 중 그나마 더 나은 도둑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