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된 전기차, 배터리 때문에 감전될까? [뉴스+]

김희원 2022. 8. 1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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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차보다 물에 강한 전기차
배터리 이중 방수로 감전 가능성 낮아
전자장치 많아 침수 시 문제 발생 가능
폭우 올 때 충천 시 각별한 유의 필요
국도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대한민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전기차는 총 29만8000대다. 이는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1.18%에 불과하지만 전분기보다 13.5%, 1년 전(지난해 7월 말 18만966대)보다 64.7% 급증한 것이다. 전기차 보급률이 빠르게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8일 중부지방에 발생한 사상 최대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속출하면서 전기차에 안전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10일 서울의 한 거리 일대에서 침수된 채 방치된 전기차를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침수에 강한 전기차 배터리…수소차는?

바깥 공기를 흡입하면서 엔진을 돌리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에 물이 들어가면 더 이상 운행할 수 없다. 차가 물에 잠기거나 침수 지역을 지나다 시동이 꺼지면 절대 차를 작동시켜서는 안된다. 견인한 뒤 정비공장에서 엔진 및 주변 부품을 전부 분해해 청소해야 다시 운행할 수 있다.

배터리로 운행하는 전기차는 어떨까. 전기차 배터리는 감전 등 위험 때문에 침수에 더 취약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내연 기관차보다는 물에 강하다는게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800볼트정도 되는 고압 전기를 사용해 처음부터 배터리 방수 설비를 잘 갖추기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주로 차량 아랫쪽에 낮게 위치해 물에 잠기기는 쉽지만 이중으로 방수되어 있어 물이 침투하기는 어렵다. 생활방수에는 일곱 단계가 있는데 보통 방수 휴대폰의 경우 3단계, 전기차 배터리는 6단계다. 공산품인 만큼 ‘100% 방수’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웬만한 충격에 찌그러지더라도 견딜 수 있다.

또 습기가 들어가더라도 바로 전원이 차단되는 안전장치가 있고 차체와 절연돼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물로 쉽게 불을 끄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차가 침수되더라도 전기가 새어 운전자나 주변 사람이 감전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차량이 침수되더라도 고전압 배터리가 차체로부터 절연되어 있기 때문에 차량과 접촉해도 감전이 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서 차량이 침수되자 운전자가 대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친환경차인 수소차는 전기차와 다르다. 수소연료 전지와 흡입구를 통해 얻은 산소로 움직이기 때문에 공기 흡입구가 있어 이곳으로 물이 들어가면 안된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차의 흡입구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차량 앞 본네트쪽에 있다”면서 “높게 위치한 편이지만 흡입구에 물이 들어가면 고장나기 때문에 바퀴의 절반 이상으로 깊게 침수된 곳이라면 지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멀쩡해도 시동 끄고 몸 피해야

전기차 배터리가 물에 젖지 않는다고 해서 침수 구역에서 운전을 해도되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 외 구조는 일반 내연기관차와 전기차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차량 내부로 물이 들어오는 것은 똑같다. 차량 내부 기계가 물에 잠기면 고장날 수 있으며,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전자장치가 더 많기 때문에 침수될 경우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 역시 타이어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기는 곳은 지나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안전을 위해 가급적 빠르게 시동을 끄고 차량에서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지난 9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도로에 빗물이 고여있다. 연합뉴스
문 교수는 “침수 구역을 지나가더라도 더 깊은 물이 있는 데서 시동이 꺼지거나 문이 열리지 않아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당부했다. 전기 차단으로 문이 열리는 않는 차라면 더더욱 그렇다.

폭우가 오는 날엔 전기차 충전 시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젖은 손으로 충전기를 사용하지 말고, 충전 장치에 수분이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폭풍이 몰아치거나 천둥·번개가 심한 날에는 충전기 사용을 피하고, 충전기 커넥터가 하늘 방향으로 향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침수된 전기차는 다시 운전하지 말고 견인해 이상이 없는지 점검을 받아야 한다. 특히 배터리 손상 여부를 직접 확인하려는 것은 감전 위험이 있어 삼가야 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고전압 케이블(주황색)과 커넥터, 고전원 배터리를 직접 만지지 말아야 한다”면서 “소방서 등 응급기관 및 해당 제작사의 서비스센터에 연락해 조치를 받으라”고 설명했다.
10일 서울의 한 차량 정비소에서 관계자들이 침수차를 수리하고 있다. 뉴스1
침수구역을 지났으나 작동하는 데 문제가 없는 전기차라면 꼭 정비를 받을 필요는 없다.

문 교수는 “타이어가 3분의 2 이상 잠긴 상태에서 5∼10분가량 침수구역을 지났거나 차량 내부로 물이 들어왔다면 점검을 받아야겠지만, 그렇지 않고 차량이 문제 없이 구동된다면 이상이 없는 것이므로 꼭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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