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뺀 참치, 계란 아닌 계란..그게 '대체' 뭔데

송경은 입력 2022. 8. 10. 19:57 수정 2022. 8. 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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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환경을 생각하다..대체식품에 푹 빠진 식품회사들
콩 단백 활용한 대체육
내년 8조원 시장 전망
비건 계란·생선도 등장
농심·풀무원·신세계푸드
채식 전문 레스토랑 열고
식물성 대체식품 선보여
푸드테크 스타트업 가세
식용곤충 식품 등 개발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화두로 떠오른 대체식품이 국내 식품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 가치소비 차원에서 채식을 선호하는 '플렉시테리언(플렉시블+베지테리언)'이 늘면서 그간 앞다퉈 대체식품 전용 브랜드를 내놓은 식품회사들은 올해 들어 대체식품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농심, 풀무원, 신세계푸드 등은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 나가고 있다. 대체식품 시장을 이끄는 것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대체육이다. 대체육은 콩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고기의 풍미와 식감 등을 모사한 것을 말한다. 시장분석기업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내년 60억3600만달러(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40년에는 인공고기인 대체육이 전 세계 육류(고기+인공고기)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해 그 규모가 기존 육류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세계전자제품박람회(CES) 2022'가 푸드테크를 올해의 5대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아 대체육이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푸드테크는 기존 식품산업에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술이다. 식품 생산과 가공, 유통·외식 등 전반에 적용된다.

식품회사들은 고기의 맛과 식감을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육즙과 고기의 조직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과거 대체육은 대두를 압축시켜 대두유를 짜낸 뒤 남은 콩 단백질에 밀, 조미료 등을 넣어 반죽해 만드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기가 가진 특유의 맛과 붉은색을 내는 혈액 성분인 헤모글로빈을 첨가한 대체육 등 다양한 제조기술이 등장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미국 임파서블푸드는 대두 등 콩과식물의 뿌리혹에서 추출한 식물성 헤모글로빈인 '레그헤모글로빈'을 사용해 대체육의 풍미를 살렸다.

CJ제일제당의 식물성 대체식품 브랜드 `플랜테이블`의 대체육 만두 `비비고 왕교자`.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대체육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한 국내 식품회사들도 지난해 대체육을 비롯한 채식 전문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최근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플랜테이블(PlanTable)', 농심의 '베지가든(Veggie garden)', 신세계푸드의 '베러미트(Better Meat)' 등이 대표적이다.

농심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HMMA)'로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은 물론 풍부한 육즙까지 구현해 소비자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를 토대로 베지가든 브랜드를 통해 대체육으로 만든 떡갈비, 함박스테이크, 탕수육, 만두, 불고기 볶음밥 등 다양한 간편식 제품을 내놨다.

지난해 7월 기업 간 거래(B2B)로 대체육 사업에 뛰어든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서울 압구정로데오에 국내 최초의 식물성 정육 델리인 '더 베러(The Better)' 팝업스토어(임시운영매장)를 열고 대체육 햄, 미트볼, 다짐육 등 원물과 대체육 샌드위치 등 식물성 대체식품 50여 종을 선보였다. 이번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하반기 중 정식으로 기업과 고객 간 거래(B2C)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플랜트 베이스드 월드 엑스포'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3'에도 대체육 등 푸드테크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앞서 신세계푸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푸드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현지 법인 '베러푸즈'를 설립한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아예 오프라인 외식사업에 진출한 곳도 있다. 농심은 지난달 국내 다이닝업계 최초로 비건(채식주의자) 코스 요리를 운영하는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열었다. 포리스트 키친의 김태형 총괄셰프가 농심의 대체육 원물을 이용해 대체육 꼬치구이, 대체육 함박스테이크, 대체육 만두 파스타 등 코스 요리를 개발해 제공한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 식문화 확산을 전사적인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풀무원 역시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캐주얼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Plantude)'를 열었다. 풀무원은 올해 하반기 중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고 다양한 대체육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까지 대체육은 슬라이스 햄, 불고기처럼 얇게 썬 고기이거나 함박스테이크나 패티, 미트볼 같은 다짐육이 대부분이다. 소고기 등심 스테이크처럼 식감을 통해 '고기 결'로 불리는 육류 특유의 조직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은 아직까지 나오지 못했다. 또 품질 유지를 위해 아직까지는 냉동 상태로 유통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동 방법에 따라 제품이 변질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다.

대체 단백질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체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 대체육을 넘어 대체 계란, 대체 생선까지 등장했다. SPC삼립은 미국 대체식품기업 잇저스트와 국내 생산·유통 계약을 맺고, 지난해 9월 잇저스트가 녹두를 이용해 개발한 식물성 대체 달걀 '저스트 에그'를 국내에 출시했다. 현재 저스트 에그는 SPC그룹의 베이커리 파리바게뜨, 샐러드 카페 피그인더가든의 비건 메뉴에 적용되고 있다.

오뚜기가 사내 스타트업인 UNFISK109를 통해 개발한 대체 참치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 [사진 제공 = 오뚜기]
해외에서는 대체 생선 역시 큰 인기다. 생선 등 해산물 섭취 시 우려하는 중금속,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물질에 대한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2위 식품기업인 미국 육류 기업 타이슨푸드는 2019년 식물성 대체 새우 제조업체 뉴웨이브푸드에 투자했고,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는 2020년 식물성 참치 '부나(Vuna)'를 출시했다. 스페인 스타트업 미믹시푸드는 토마토와 해조류 추출물 등을 이용해 대체 참치회 '튜나토(Tunato)'를 만들었다. 또 프랑스 식품기업 오돈텔라는 해조류와 완두콩 단백질을 원료로 오메가3가 풍부한 훈제 연어 '솔몬(Solmon)'을 선보이기도 했다.

곤충을 활용한 대체 단백질 식품 개발도 활발하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스타트업 '인섹트(Ynsect)'와 상호협력의향서(LOI)를 맺고 곤충 단백질 활용 제품 개발에 나섰다. 식용 곤충은 단백질·무기질 등 영양분이 풍부할 뿐 아니라 소나 돼지 같은 가축보다 사육 과정에서 온실가스 등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작아 지속가능한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이 같은 대체 단백질 시장 성장에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들도 가세하고 있다. 올해 1월 개최된 'CES 2022'에는 국내 푸드테크 기업 양유가 미국 법인 자회사인 아머드프레시가 개발한 식물성 치즈를 선보였다. 아머드프레시의 비건 치즈는 아몬드 밀크를 기초로 자체 개발한 키믹스(핵심 배합 원료)를 통해 자연 치즈와 동일한 방식의 발효 과정을 거쳐 생산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오뚜기와 올가니카의 자회사 브라잇벨리가 대체 참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정육점 아니죠"…핵심 상권 장악하는 대체육 브랜드
신세계푸드가 서울 압구정로데오거리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식물성 정육 델리 `더 베러(The Better)` 팝업스토어. 대체육 슬라이스 햄·미트볼·다짐육을 비롯해 오트밀크, 대체육 샌드위치 등 대체식품 50여 종을 선보인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운영된다. [사진 제공 = 신세계푸드]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 거리. 길을 가던 사람들이 한 매장 앞에 멈춰 서서 기웃거리길 반복했다. '정육점인 듯 정육점 아닌' 이곳은 국내 최초의 식물성 정육 델리인 '더 베러(The Better)'다. 지난해 대체육 전문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선보인 신세계푸드가 지난달 30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운영되는 더 베러에서는 베러미트의 슬라이스 햄·미트볼·다짐육·소시지·샌드위치 등 대체육 제품을 비롯해 대체 달걀로 만든 쿠키와 케이크, 오트밀크 등 100% 식물성 대체식품 50여 종을 판매한다. 붉은색 조명으로 정육점 분위기를 낸 매장 내 냉장·냉동 판매대에는 이처럼 다양한 식물성 대체식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더 베러는 기존 채식주의자(비건)보다는 대체육을 아직 접해보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다"며 "대체육이 일반 육류보다 건강에 좋으면서도 맛에서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정육점 콘셉트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세계푸드는 대체육 가운데서도 햄, 소시지 같은 돼지고기 가공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형태라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7월 베러미트의 첫 제품으로 내놓은 B2B(기업 간 거래) 전용 대체육 슬라이스 햄 '콜드 컷'은 스타벅스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 등에 적용되면서 스타벅스에서만 누적 70만개 이상 팔렸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하반기 중 더 베러에서 선보인 신제품들을 B2C(기업과 고객 간 거래) 상품으로 대거 출시할 예정이다.

더 베러 매장 한편에는 더 베러의 브랜드 철학을 담은 굿즈(상품)가 전시돼 있었다. 사람들이 대체육을 먹어서 '휴가를 떠난 돼지'를 유쾌한 모습으로 그려낸 스티커가 대표적이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준다(You are what you eat)' 같은 가치 소비 관련 문구가 새겨진 스탬프도 마련돼 있었다.

풀무원 `플랜튜드` 플랜트 소이불고기 덮밥.
이처럼 대체육 시장에 뛰어든 식품회사들은 최근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풀무원과 농심이 나란히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풀무원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문을 연 '플랜튜드(Plantude)'는 국내 식품기업이 운영하는 외식 매장 가운데서는 최초로 비건표준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 100% 식물성 식재료를 사용하는 레스토랑임을 공식 인정받은 것이다. 플랜튜드는 식물성을 의미하는 '플랜트(plant)'와 태도를 의미하는 '애티튜드(attitude)'의 합성어다. 식물성 지향 식단으로 맛있고 즐거운 식사를 제공하고 지구와 환경까지 생각하는 태도를 지향한다는 뜻을 담았다.
플랜튜드 두부 카츠 채소 덮밥과 순두부 스튜, 트리플 감태 화이트 떡볶이.
플랜튜드는 캐주얼 비건 레스토랑으로 대체육 덮밥, 식물성 떡볶이, 두부 라자냐, 순두부 스튜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를 식물성으로 선보인다. 1호점은 144.6㎡ 규모로 조리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오픈 키친 형태로 1인석을 포함해 총 47석이 마련됐다. 풀무원은 올해 하반기 중 대체육 등 식물성 대체식품 전문 브랜드를 출시하고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농심 `포리스트 키친` 전채요리 `작은 숲`.
지난해 1월 식물성 대체식품 전문 브랜드 '베지가든'을 내놓은 농심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비건 다이닝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통해 다이닝 업계 최초로 대체육을 포함한 비건 코스 요리를 선보였다. 메뉴는 농심과 김태형 총괄셰프가 공동 개발했다. 대체육 꼬치구이가 포함된 전채 요리, 이탈리아식 만두에 대체육을 넣어 만든 코코넛 베이스 파스타, 흑마늘의 풍미와 숯불향을 머금은 대체육 함박스테이크 등을 포함해 점심 코스(7종)와 저녁 코스(10종) 각각 한 가지 코스로 운영된다.
포리스트 키친 흑마늘 대체육함박스테이크.
포리스트 키친은 향후 시즌에 따라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100%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한 다채로운 파인 다이닝 메뉴로 비건 음식의 격을 한층 높여 새로운 식문화를 이끌어 가겠다는 목표다. 바테이블 12석을 포함해 총 34석을 갖춘 레스토랑의 규모는 171.5㎡로 전부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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