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돋보기] "악몽에 자살 충동" 복지 사각지대 탈북 여성
【 앵커멘트 】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논란으로 탈북민의 보호와 지원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오늘<평양돋보기>에서는 탈북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탈북 여성들의 실태를 짚어봅니다. 외교안보팀 김지영 기자 나왔습니다.
【 질문 1 】 김 기자, 탈북 여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기자 】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정착한 탈북민은 약 3만 4천 명, 이 중 75%가 탈북 여성입니다.
탈북 여성은 자녀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탈북을 결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자녀까지 생각하면 탈북 여성 가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 질문 2 】 3년 전 한 탈북민 모자가 숨진 채 뒤늦게 발견된 사건이 있었죠?
【 기자 】 '한성옥 모자사건' 기억하실 텐데요.
2019년 7월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서 탈북민 한성옥 씨와 그 아들이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당시 생활고로 아사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찾는 사람이 없어 사망 후 수개월 만에 뒤늦게 발견되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 질문 3 】 탈북 여성들이 가장 고통을 호소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 기자 】 북송 트라우마입니다.
탈북 여성을 돕는 단체인 통일맘연합회가 2018년부터 5년간 탈북 여성들 만나 연구한 결과 북송 공포감에 따른 심리적 불안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으로 오기 전 중국을 거치는 과정에서 불시에 들이닥쳐 북송하는 공안의 위협에 365일 시달렸기 때문인데, 악몽을 꾸거나 자살 충동까지 느낀다고 합니다.
▶ 인터뷰 : 강제 북송 경험 탈북민(2007년 탈북) - "며칠 전 (꿈에서) 계속 북한에 가 있는 거예요, 제가. 북한에 가서 계속 헤매다가 '내가 북한에서 (한국으로) 언제 가지?' 이러거든요. 그러다가 눈 딱 떠보면 한국인 거예요."
▶ 인터뷰 : 탈북민(2002년 탈북) - "한 6, 7년 동안 심장이 자꾸 쿡쿡 내려앉고 누가 문만 조금만 쿵 소리만 나도, 소리만 조금만 크게 내도 심장이 찢어지는 칼로 후비는 그런 느낌이에요."
【 질문 4 】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겠는데요?
【 기자 】 심리 치료는 생각조차 못하고 바로 생계전선에 뛰어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또 대부분 중국인 남편이라 무직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하루를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자녀는 북한, 중국, 한국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의 혼란도 감당해야 합니다.
【 질문 5 】 탈북 가정 자녀에 대한 지원도 차별적으로 이뤄진다면서요?
【 기자 】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됩니다.
현행법상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나면 대학 특별전형이나 등록금 면제 혜택 등에서 제외되고, 군대도 가야 합니다.
교육·경제적 지원에서 모두 소외된 겁니다.
【 질문 6 】 탈북민 보호를 강화하는 법 개정이 현재 추진 중이죠?
【 기자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강제 북송 등을 금지하는 북한이탈주민보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데, 탈북단체들은 탈북 여성과 가족에 대한 지원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탈북 여성에 대한 심리치료와 제3국 출신 자녀에 대한 혜택 등 가족 단위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 앵커멘트 】 제2의 '한성옥 모자' 비극이 다시는 없도록 탈북 여성들의 목소리를 좀 더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MBN뉴스 김지영 [gutjy@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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