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침수에 놀란 尹·오세훈 "박원순 중단한 대심도 배수터널 만든다"

손덕호 기자 2022. 8. 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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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서울시 지하 저류조·방수터널 확충 지시
오세훈 "2011년 이후 중단된 대심도 빗물터널 1.5조 투자"
국민의힘, 내년도 예산 반영 강력 요청..정부, 적극 검토
박원순, 오세훈의 대심도 빗물터널 취소..양천구에만 건설

서울 한강 이남 지역에 지난 8일 폭우로 3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서울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강남역 인근에는 11년 만에 도로와 인도에 빗물이 가득 차며 차량이 침수됐고,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3달 만에 발생한 폭우 피해에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했고,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중단했던 수해방지 대책인 ‘대심도 빗물터널’을 짓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옹벽 붕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10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을 찾아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에 준비하다가 시 행정권이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시장으로) 바뀌면서 추진 못한 침수조·배수조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내 상습 침수지역 피해를 막을 근본적 해결책이 된 지하 저류조와 방수터널 확충을 지시한 것이다.

11년 전인 2011년 7월에는 이틀 동안 400여㎜의 폭우가 쏟아졌고,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강남·서초구가 큰 피해를 입었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그 후 광화문과 양천구 신월동, 강남역 등 상습 침수 지역 7곳에 17조원을 들여 ‘대심도 빗물 터널’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하 40~50m 깊이에 지름 10m 정도의 대형 배수관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 대형 배수관은 빗물을 저장했다가 내보낼 수 있는 저류 기능도 겸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오 시장이 물러나고 2011년 10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며 대폭 수정됐다. 박 전 시장은 7개 상습 침수 지역 가운데 양천구 신월동에만 ‘대심도 터널’을 만들었다. 2020년 5월 양천구에는 시간당 95~100㎜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이 완공됐고, 이후 양천구에는 심각한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싱크홀이 발생한 서울 양천구 신월동 현장을 방문해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은 11년 만에 강남역이 다시 침수되자, 박 전 시장이 폐기한 대심도 빗물터널을 다시 꺼냈다. 그는 이날 ‘집중호우로부터 안전한 서울시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대심도 터널) 건설을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집중 투자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기록적 폭우에 대응하기 위해 치수관리 목표를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시간당 처리 용량을 현재 ‘30년 빈도 95㎜’ 기준에서 최소 ‘50년 빈도 100㎜’로 높이고, 항아리 지형인 강남의 경우에는 ‘100년 빈도 110㎜’를 감당할 수 있도록 목표를 높이는 것이다. 서울시는 정부와 협력해 향후 10년간 상습 침수지역 6곳에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 기존 하수관로 정비, 소규모 빗물저류조, 빗물펌프장 설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대심도 터널공사는 대규모 재정투자가 필요하고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한 중장기적인 투자 사업인 만큼, 서울시는 열악한 재정 여건에도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서 필요할 경우 지방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했고, 오늘 아침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수해대책점검 긴급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도 비 피해를 막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총리실·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수해대책 관계 부처 관계자들과 수해대책 점검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당정은 양천구 신월동 빗물저류시설(대심도 터널)과 같은 대규모 지하저류 시설을 강남구 등에도 신속히 설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대심도 배수시설 관련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고, 정부에서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박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오 시장이 예전에 추진해서 양천구 신월동에는 배수펌프가 완공돼 있다. 이번 수해에서도 양천구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며 “이런 대심도 배수시설을 서울에서 필요한 지역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2011년 오 시장은 시간당 100㎜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는 도시 수해 안전망을 추진하고자 했는데 후임 박원순 시장이 수방 대책과 관련 예산을 대폭 축소했다”며 “만약 계획대로 수해 안전망을 개선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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